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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문보경이 지난달 30일 잠실 KT전 연장 10회말 끝내기 홈런을 친 후 홈을 밟으며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신기한 시즌이다. 늘 마운드에 의존해온 팀이 올시즌에는 타선의 힘을 앞세워 승기를 잡는다. 지난달까지 92경기를 소화하며 팀 홈런 1위(84개), 팀 OPS(출루율+장타율) 2위(0.753)에 자리하고 있다. 팀 홈런 1위는 LG 프랜차이즈 31년 역사에서 전무한 일이다. MBC 청룡 시절까지 시계를 돌리면 프로 원년이었던 1982시즌 이후 처음이다. 당해 MBC는 65개의 아치를 그리며 팀 홈런 1위에 올랐다.

가장 놀라운 부분은 홈런 84개 중 외국인타자 비중이 1개 뿐이라는 것이다. 4월 15일 대전 한화전에서 나온 리오 루이즈의 솔로포가 올시즌 LG 외국인타자가 기록한 유일한 홈런이다. 루이즈는 5월 30일 방출 통보를 받았고 대체자 로벨 가르시아는 7월 26일 1군 첫 경기를 치렀다.

가르시아는 KBO리그 첫 5경기에서 타율 0.300(20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아직 장타가 없고 정타의 비중도 크지 않지만 루이즈처럼 마냥 타이밍이 늦지 않다. 꾸준히 콘택트가 이뤄짐을 고려하면 첫 5경기 19타수 2안타에 그쳤던 루이즈 보다 긍정적이다. 가르시아가 루이즈와 달리 장타력이 있다는 점도 현재 LG 타선 색깔과 맞는다.

[포토]오지환-가르시아, 홈런 세리머니
LG 오지환이 지난달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와의 경기 9회초 2사 SSG 서진용을 상대로 동점 솔로 홈런을 치고 가르시아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오지환의 시즌 17호 홈런.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즉 가르시아 합류 시점이 100% 전력을 가동하는 시작점이었다. 그런데 좀처럼 베스트 라인업을 구성하지 못했다. 가르시아가 데뷔전을 치를 때는 지난해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홍창기가 없었다. 홍창기가 복귀하자 4번 타자 채은성이 몸에 맞는 볼 여파로 이탈했다.

지난달 31일 잠실 KT전에서 채은성이 라인업에 포함돼 마침내 100% 라인업을 가동하는 듯 했는데 경기가 우천취소됐다. 경기가 취소되기 전 홍창기(우익수)~박해민(중견수)~김현수(지명타자)~채은성(1루수)~가르시아(2루수)~문성주(좌익수)~문보경(3루수)~유강남(포수)~이영빈(유격수)으로 라인업을 짰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에게 휴식을 주기로 한 만큼 이날 경기가 열렸다고 해도 완전체 라인업은 아니었다.

진정한 시작점은 2일 사직 롯데전부터 찍힐 전망이다. 팀내 홈런 2위인 오지환이 이전처럼 5번 타자로 클린업에 배치될지 아니면 6번에서 클린업 연결고리를 확장시킬지 지켜볼 부분이다. 채은성과 가르시아가 모두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지난달 26일과 27일 문학 SSG전에서 류지현 감독은 5번에 가르시아, 6번에 오지환을 배치한 바 있다. 시즌 전적 3승 5패 1무로 열세인 롯데를 상대로 완전체 타선이 불을 뿜는다면 이전과 다른 결말을 기대할 수 있다.

[포토] 문보경, 8회 투런포 쾅
LG 문보경이 지난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8회초 2사2루 우월홈런을 날린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물론 타격이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위닝 시즌, 혹은 포스트시즌 진출 보증 수표는 타격보다는 투수력이다. 그래도 타격을 무시할 수는 없다. 지난 5년 동안 두 차례 홈런 1위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20년 NC는 187개의 대포를 터뜨리며 통합우승, 2018년 SK는 233개의 대포를 쏘아 올리며 한국시리즈에서 정상에 올랐다. 2016년 압도적인 전력으로 통합우승을 이룬 두산도 팀홈런 1위였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작년 홈런 1위 SSG는 눈앞에서 포스트시즌 티켓을 놓쳤다. 그런데 홈런 만큼이나 삼진도 많았다. 홈런 185개를 터뜨리며 삼진 1056개를 당했다. 삼진 최다 3위였다. LG 타선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은 적은 삼진에 있다. LG 타자들은 지난달까지 삼진 581개를 당했다. 리그에서 가장 삼진이 적다. 1위 한화의 855개와 274개 차이다. 높은 팀 OPS에서 드러나듯 그만큼 양질의 타석을 만들고 있다.

기록 이상의 의미도 있다. 야구는 멘탈 게임이자 팀스포츠다. 대량득점하면 팀 분위기도 상승기류를 형성한다. LG 류지현 감독은 “득점이 많이 나오다보니 더그아웃에서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많이 하게 된다. 그만큼 팀 분위기도 좋아진다”고 말했다.

[포토]3점 홈런 하이파이브 나누는 김현수
LG 김현수(가운데)가 지난달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IA와의 경기 3회말 2사 1-2루 상황에서 KIA 선발 파노니를 상대로 3점 홈런을 치고 문성주-박해민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김현수의 시즌 19호 홈런.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타선 업그레이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성주는 “작년 막판에 1군으로 올라왔다. 그 때는 모든 경기가 힘들었다. 점수 뽑기도 힘들어서 1점이라도 내주면 ‘어떻게 따라잡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올해는 정반대다. 점수 내줘도 ‘뒤집어 보자’는 생각이 든다. 작년보다 올해가 훨씬 재미있다”고 미소지었다.

지난달 6일 대구 삼성전에서 유강남의 좌측 파울폴 꼭대기에 맞은 홈런, 지난달 30일 잠실 KT전에서 문보경의 우측 파울폴을 강타한 끝내기 홈런이 그랬다. 야구의 꽃이 홈런임을 재차 증명한 순간이었다. 끝까지 꽃이 만개한다면 지난 2년과는 달리 당당히 고개를 들고 포스트시즌에 돌입할 것이다.

◆지난주 간단 리뷰

팀 성적: 2승 3패(문학 SSG전:승패패·잠실 KT전:패승우취)

팀 평균자책점 4.06(3위), 선발 평균자책점 2.93(1위), 불펜 평균자책점 6.59(9위)

팀 타율 0.272(6위), 팀 홈런 8개(1위), 팀 OPS 0.808(1위)

MVP: 오지환 5경기 21타석 타율 0.333 3홈런 6타점 OPS 1.214

[포토]LG 오지환, 동점 만들었어!
LG 오지환이 지난달 2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SSG와의 경기 9회초 2사 SSG 서진용을 상대로 동점 솔로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오지환의 시즌 17호 홈런. 인천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번주 일정과 지난 맞대결

8월 2일~4일 사직 롯데전, 5일~7일 잠실 키움전

롯데에 시즌 전적 3승 5패 1무 열세. 7월 1일부터 3일까지 잠실 3연전 2승 1패 위닝

키움에 시즌 전적 5승 4패 우세.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고척 3연전 2승 1패 위닝

◆예상 선발 로테이션

2일 사직 롯데전(플럿코)~3일 사직 롯데전(임찬규)~4일 사직 롯데전(켈리)~5일 잠실 키움전(김윤식)~6일 잠실 키움전(배재준)~7일 잠실 키움전(플럿코)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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