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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이 지난 7일 대구 삼성전에서 홈런을 터뜨린 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상전벽해다. 저득점에 시달리며 접전을 벌였던 지난해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대부분의 타격지표에서 정점에 자리하며 대승을 만든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부분은 베테랑과 신예의 절묘한 조화다. 20대 초중반 선수들이 상하위 타순에 골고루 배치돼 에너지를 불어 넣은다.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첫 해, 현재와 미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이호준 타격코치에게 직접 비결을 들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5개월 전으로 돌아가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야말로 180도 달라졌다. 2021년 LG는 팀 타율 0.250 8위, 팀 홈런 110개 4위, 팀 OPS(출루율+장타율) 0.710 8위였다. 경기당 평균 4.54득점하며 이 부문도 8위에 그쳤다. 홈런을 제외한 타격지표가 모두 하위권이었다. 저득점으로 인해 접전이 많았고 투수들은 부담을 짊어진 채 마운드에 올랐다.

그래서 올시즌 지표가 더 놀랍다. 전반기 종료까지 3경기 남은 시점에서 LG는 팀 타율 0.271 1위, 팀 홈런 71개 1위, 팀 OPS 0.751 1위다. 경기당 평균 5.13득점으로 이 부문 또한 1위다. 김현수, 채은성, 오지환이 든든히 클린업을 지키고 박해민은 4월 슬럼프를 털고 국가대표 리드오프 모습을 회복했다. 2년 연속 특급 활약을 펼쳤던 홍창기 부상으로 3주 가량 이탈했으나 문성주가 홍창기처럼 활약한다. 더불어 문보경 또한 지난해 경험을 발판삼아 도약했다.

그러면서 LG는 지난주에 치른 6경기 중 3경기에서 두 자릿수 득점, 5경기에서 8점 이상을 뽑았다. 지난 6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8점차 열세를 뒤집는 대첩을 완성했다. 7연승을 질주하며 시즌 전적 51승 30패 1무, 정규시즌 2위에 자리했던 2013시즌(74승 54패) 보다 높은 21세기 최고 시즌을 바라보고 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이 코치는 캠프 맹훈련을 첫 번째 비결로 꼽았다. 이 코치는 “기본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다. 작년에는 운이 따르지 않은 부분이 컸다. 그래서 그런지 선수들이 캠프부터 정말 열심히 하더라. 추위 속에서도 긴 시간을 투자해 야외 배팅 훈련에 임했다. 비시즌에 수술했던 박해민은 실내에서 엄청나게 쳤다. 채은성과 유강남은 시즌 중에도 계속 특타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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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호준 타격코치가 지난 2월 이천에서 진행된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며 미소짓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이어 그는 “훈련량을 줄이는 게 요즘 트렌드 아닌가. 우리 외에 9개 구단은 겨울 국내 캠프에서 이전보다 훈련량을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 부상 방지, 실전 체력 등을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정말 될 때까지 훈련했다. 베테랑 선수들이 먼저 움직이면서 팀 전체에 훈련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형들이 이렇게 열심히 하니까 어린 선수들은 반 죽었다는 심정으로 훈련했을 것이다. 나는 그저 선수들이 궁금한 것 답해주고 좋은 분위기 유지하는 것만 신경썼다”고 웃었다.

훈련량만 비결은 아니다. 이 코치는 현역 시절 통산 337홈런 OPS 0.853을 기록한 강타자다. 오른손 파워히터이자 찬스에서 유독 빛났던 클러치 히터였다. 상대 배터리를 손 위에서 들여다보듯 볼배합을 간파해 적시타를 터뜨렸다. 2016년 NC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LG를 무너뜨린 주인공도 당시 현역이었던 이 코치였다.

노림수 안에는 분석이 있다. NC 시절 이 코치는 현장과 전력분석팀 가교 역할을 했다. 늘 최신 데이터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이를 활용했다. 전력분석팀과 데이터를 논의한 후 현장에 전달했다. LG에서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젊은 타자들에게 야구 공부를 유도한다.

이 코치는 “선수들이 노림수를 궁금해 하더라. 그래서 캠프 기간 데이터 분석팀과 전력 분석 페이퍼를 만들었다. 만든 페이퍼를 선수들에게 나눠주면서 읽어달라고 부탁했다”며 “젊은 선수들은 시즌 중에도 야구 공부를 한다. 문보경, 문성주, 이영빈, 이재원, 손호영은 홈경기 전에 스스로 전날 경기를 리뷰하고 오늘 경기를 어떻게 치를지 발표한다. 나는 데이터 분석팀과 꾸준히 데이터를 업데이트한다. 선수가 발표하고 나는 설명하면서 선수들 머릿속에 데이터가 쌓이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토] 이영빈, 2회 득점 기회 만드는 우전안타
LG 이영빈이 지난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2회초 1사1루 우전안타를 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야구는 타자와 배터리의 끊임없는 수싸움이다. 체스나 바둑처럼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면 승리할 확률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이 코치는 “전날 경기에서 똑같은 포수를 상대로 실패하면 다음 날에는 대응이 돼야 한다. 지난 경기를 리뷰하면 자신도 모르게 데이터가 쌓이고 예측 타격을 할 수 있다. 당장은 힘들지 모르지만 1, 2년 쌓이면 자신도 모르게 상대 배터리를 궁지에 몰아넣을 것이다. 젊은 선수들에게 시작하는 방향을 잡아주고 있다”고 했다.

지도자가 이끌어도 선수들이 따라오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이 코치는 이 부분에 있어 자신을 “복받은 코치”라고 칭했다. 그는 “처음에는 불안했다. 젊은 선수들이 매일 훈련하고 공부도 하는 것에 적응할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정말 잘 따라와주고 있다. 모창민 코치도 많이 힘들텐데 선수들과 늘 대화하면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창민 코치와 가끔씩 ‘우리가 선수들에게 대우 받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우리 둘다 복받은 코치인 것 같다”고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방심은 없다. 이 코치는 캠프 기간 “빅볼이 아닌 스몰볼을 해야 한다. 김현수와 채은성 외에는 홈런 타자가 없다. 장타만 노리는 게 아닌 찬스에서 어떻게든 점수를 뽑는 팀이 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그는 “솔직히 지금 최대치를 뽑고 있다고 본다. 김현수, 오지환, 채은성이 잘 해주면서 홈런이 생각보다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렇다고 우리 팀이 홈런 군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홈런보다는 노림수가 좋아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며 “지난해까지 LG 타자는 변화구에 약하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이제는 타자들이 변화구 타이밍을 유도해 변화구를 공략한다. 이게 쌓이면서 상대 투수가 변화구 던지는 것을 주저한다. 홈런이 늘어난 것은 예측 타격이 잘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돌아봤다.

채은성 2타점 2루타에 이어 적시타 추가한 오지환[포토]
LG 5번타자 오지환이 지난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롯데자이언츠와 LG트윈스의 경기 7회말 2사 2루에서 타점을 올리는 안타로 출루하고 있다. 잠실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늘 잘 될 수는 없다. 타격은 기복이 있다. 이 코치 또한 “분명 고비가 올 것이다. 더운 여름에는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부상 위험도 높아지고 훈련량도 조절해야 한다. 그래서 백업해줄 수 있는 선수들을 늘 준비시킨다. 최근 이영빈이 잘 해주는 것처럼 젊은 선수들이 꾸준히 올라와 활약해야 한다”고 앞으로 과제를 전했다.

아직 완전체가 아니다. 후반기 시작점에서는 홍창기가 돌아오고 로벨 가르시아도 라인업에 들어갈 것이다. 이 코치는 가르시아를 두고 “느낌이 좋다. 타격하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동양적인 스윙을 하더라. 홈런이 많은데 오버스윙하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다. 좌우 타석 모두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배트가 돈다. 그러면서 타구질은 이재원 같다. 에버리지와 홈런이 모두 괜찮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 후반기에는 전반적으로 타순이 좀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수고 많았네!\' 류지현 감독[포토]
LG 류지현 감독, 조인성 배터리 코치, 이호준 타격코치가 지난 5월 1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KT위즈와 LG트윈스의 경기에서 승리한 후 선수들을 맞으며 자축하고 있다. 수원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마지막으로 이 코치는 류지현 감독에게 꼭 고마움을 꼭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팀에 온 첫 날부터 감독님께서 타격 파트에 대한 모든 권한을 내게 주셨다. 감독님 덕분에 캠프부터 타자들 훈련량도 늘리고 일정도 내가 정했다. 지금도 전혀 터치를 안 하신다. 전적으로 믿어주시는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지난주 간단 리뷰

팀 성적: 6승(대구 삼성전:승승승· 잠실 두산전:승승승).

팀 평균자책점 4.67(5위), 선발 평균자책점 5.18(7위), 불펜 3.86(3위).

팀 타율 0.304(2위), 팀 홈런 14개(1위), 팀 OPS 0.940(1위).

MVP: 채은성 6경기 타율 0.400(25타수 10안타) 4홈런 10타점 OPS 1.384.

[포토] 3점포 채은성 \'두산전 스윕하는거야\'
LG 채은성이 지난 1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BO리그 두산과 경기 3회초 무사1,3루 좌월홈런을 날린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이번주 일정과 지난 맞대결

7월 12일~14일 잠실 KIA전

KIA에 시즌 전적 5승 2패 우세. 6월 7일부터 9일까지 광주 3연전 1승 1패 우취.

◆예상 선발 로테이션

12일 잠실 KIA전(이민호)~13일 잠실 KIA전(김윤식)~14일 잠실 KIA전(플럿코).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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