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
‘2020 KBO 신인 드래프트’가 2019년 8월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2차 지명 1라운드에서 LG에 지명된 광주진흥고 김윤식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생각은 하고 있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는데…가능할지는 모르겠다.”

2020 신인 드래프트 하루 전인 2019년 8월 25일 밤이었다. LG 차명석 단장은 잠실 KT전을 마친 후 다음날 신인 드래프트에 대한 기대와 근심을 두루 드러냈다. LG는 당해 드래프트에서 3순위 지명권을 보유했다. LG 앞에 자리한 NC와 KT 지명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많은 이들이 NC가 1라운드 1순위에서 덕수고 좌투수 정구범, KT는 1라운드 2순위에서 진흥고 좌투수 김윤식을 지명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드래프트를 눈앞에 두고 KT가 지명 전력에 변화를 줬다는 소문이 돌았다. KT가 미래 포수 자원 확보 차원에서 김윤식이 아닌 유신고 포수 강현우를 주시한다는 얘기였다. LG 또한 이를 알고 있었다. 차명석 단장과 스카우트팀은 소문이 사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드래프트 전날 밤을 보냈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2019년 8월 26일 드래프트에서 KT는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강현우를 호명했다. 조마조마했던 LG는 전체 3순위로 김윤식을 호명하며 속으로 만세를 외쳤다. 김윤식 지명은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드래프트의 시작점이 됐다. LG는 2라운드에서 경남고 내야수 이주형, 3라운드에서 홍익대를 중퇴하고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했던 내야수 손호영을 지명했다.

KT가 2순위로 김윤식을 지명했을 경우, LG는 3순위로 이주형을 지명할 계획이었다. LG 백성진 스카우트 팀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사실 윤식이는 포기하고 있었다. 우리 앞에서 지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랬는데 KT가 포수가 필요한 상황이 되면서 우리가 윤식이를 지명할 수 있었다”며 “만약 KT가 윤식이를 지명했다면 우리는 주형이를 지명하려 했다. 1라운드에서 주형이를 뽑지 않으면 2라운드에서는 기회가 없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구단들의 지명 방향이 틀어졌다. 그러면서 2라운드에서 주형이까지 뽑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윤식
LG에 2020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지명으로 입단한 김윤식이 2019년 9월 27일 잠실 NC전에서 클리닝타임을 이용해 홈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잠실 | 스포츠서울DB

어느덧 2020 드래프트로부터 약 34개월이 지났다. 드래프트에서 처음 LG 유니폼을 입은 이들 중 3명이 현재 1군 핵심전력으로 활약한다. 1차 지명 이민호와 1라운드 지명 김윤식은 선발 로테이션을 돌고 있다. 3라운드 지명 손호영은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6월에 치른 13경기 중 8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최근 활약하는 모습은 김윤식이 가장 강렬하다. 시범경기까지 손주영, 임준형과 5선발 경쟁을 했던 그가 로테이션 한 자리를 확보했다. 이전처럼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게 아닌 올해는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10번의 선발 등판에서 2승 3패 평균자책점 3.99를 기록했다. 6월에 치른 3경기에서 17.1이닝 4실점으로 평균자책점 2.08이다. 지난 17일 고척 키움전에서 안우진과 선발대결에서 밀리지 않았고 LG는 연장 접전 끝에 4-2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는 고척 주말 3연전 위닝시리즈 발판이 됐다.

백 팀장은 지명 당시 김윤식에 대해 “좌투수로서 140㎞ 중후반을 던졌다. 완투도 가능한 스태미너도 지녔다. 젊은 좌투수가 필요했던 우리팀이 윤식이를 데려온다면 빠르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돌아봤다. 백 팀장이 예상한 것처럼 김윤식은 1년차였던 2020시즌 초반부터 1군 무대에 섰다. 함께 입단한 이민호와 LG 투수진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구종 습득 능력은 천부적이었다. 2020년 최일언 투수코치의 조언을 듣고 바로 투심 패스트볼을 습득했다.

과제도 있었다. 1년차에는 팔꿈치, 2년차에는 어깨에 불편함을 느꼈다. 좀처럼 루틴을 확립하지 못했다. 컨디션에 따른 기복에 시달렸다. 올해는 이 문제를 해결했다. 김윤식은 보통의 선발투수와 달리 선발 등판 이틀 전 불펜피칭에 임하지 않는다. 어깨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본인이 코칭스태프에 요청했고 경헌호, 김광삼 투수코치는 이를 수락했다. 불펜피칭 대신 하체강화 훈련의 비중을 크게 뒀다.

그 결과 구위와 제구가 모두 향상됐다. 경기 중반에도 146~147㎞를 던진다. 평균 구속도 140㎞ 초중반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우타자를 잡을 수 있는 체인지업의 낙폭이 커졌고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도 점점 더 예리해진다. 안정된 밸런스에서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는 완성형 좌투수로 성장하고 있다. LG 류지현 감독은 17일 경기 후 “김윤식이 선발투수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김윤식의 투구가 벤치에 신뢰를 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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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선발투수 김윤식이 17일 고척 키움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제공 | LG 트윈스

한편 백 팀장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2023 신인 드래프트 전략도 분주히 짜고 있다. LG는 오는 9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7순위 지명권을 사용한다. 그는 “보통 심준석, 김서현, 신영우를 가장 위에 놓고 그 아래로 윤영철, 송영진, 서현원 등을 둔다”며 “우리 순번까지 올 수 있는 투수로는 송영진과 이진하, 야수로는 김범석과 김민석을 보고 있다. 투수가 될지 야수가 될지 꾸준히 보면서 회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간단 리뷰

팀 성적: 4승 2패(잠실 삼성전:승패승 · 고척 키움전:승패승).

팀 평균자책점 2.13(2위), 선발 평균자책점 2.56(4위), 불펜 1.10(1위).

팀 타율 0.245(6위), 팀 홈런 3개(공동 6위), 팀 OPS 0.653(7위).

MVP: 김현수 6경기 28타석 타율 0.321(28타수 9안타) 2홈런 8타점 OPS 0.892.

[포토]LG 김현수, 이번엔 내야 안타!
LG 김현수가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삼성과의 경기 8회말 2사 삼성 최충연을 상대로 내야 안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번주 일정과 지난 맞대결

21일~23일 잠실 한화전·24일~26일 수원 KT전

한화에 시즌 전적 5승 1패 우세. 5월 10일부터 12일까지 잠실 3연전 싹쓸이 위닝시리즈.

KT에 시즌 전적 2승 4패 열세. 5월 17일부터 19일까지 수원 3연전 2승 1패 위닝시리즈.

◆예상 선발 로테이션

21일 잠실 한화전(이민호)~22일 잠실 한화전(켈리)~23일 잠실 한화전(김윤식)~24일 수원 KT전(임찬규)~25일 수원 KT전(플럿코)~26일 수원 KT전(이민호).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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