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화이팅 외치는 LG 신인 선수들
2019년 8월 ‘2020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LG에 지명된 이민호, 김윤식, 강민, 유영찬, 하영진, 박찬호, 손호영(왼쪽부터). |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seoul.com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트레이드로 데려올 수 있는 선발 중 우리 유망주보다 나은 선수가 없다.”

밖에서 보는 것과 현실은 차이가 컸다. 많은 이들이 LG가 트레이드를 통해 선발투수를 영입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LG 구단 내부적으로는 일찌감치 트레이드를 통한 선발진 보강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지만 즉시전력감 선발을 데려오기 위해서는 그만한 희생이 불가피했다. 카드를 맞출 때마다 상대팀은 유망주를 원했고 LG 차명석 단장은 거부의사를 보였다. 수면 위로 올라 화제가 됐던 임기영·이재원 트레이드 또한 성사 근처도 가지 못한 거래였다.

눈높이를 낮춰도 거래가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가능성을 보고 타팀 2군 선발을 데려오자니 2군에 있는 유망주 투수보다 나을 게 없다고 판단했다. 몇 년 전 1군에서 선발로 성공 가능성을 비췄고 올해는 2군에서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수도권 구단 A투수에 대해 묻자 차 단장의 답변은 “우리 2군에 더 좋은 투수가 준비하고 있다”였다. 과거 A투수를 지도했던 김경태 2군 투수코치 또한 “올해 직접 던지는 모습을 봤다. 1군에 있는 우리 젊은 투수, 그리고 이천에 있는 우리 유망주 투수보다 특별히 나은 점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토종 선발진이 마냥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시즌 초반 모습은 불안했고 손주영의 부상 이탈은 예상치 못한 일이지만 이민호, 김윤식, 임준형이 반등할 시기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이민호는 지난달 10일 잠실 한화전부터 5경기에서 4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1.61로 맹활약하고 있다. 김윤식 또한 5월 18일 수원 KT전부터 최근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44로 선전 중이다. 이민호는 2020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김윤식도 2020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지명된 3년차 신예다. 2019 신인 드래프트 2차 8라운드에서 지명된 임준형도 지난 5일 잠실 SSG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올해 최고투를 펼쳤다.

이민호
LG 이민호. 지난 5월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IA와의 경기.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LG의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2019 신인 드래프트 성공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당시 2차 2라운드에서 지명한 정우영은 입단과 동시에 특급 필승조로 올라섰고 지금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사이드암 투수가 됐다. 1차 지명 우투수 이정용도 필승조, 3라운드 내야수 문보경도 1군 핵심전력이다. 이제 4년차인 2019 드래프티 11명이 모두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봤을 정도로 풍작인 드래프트다.

그런데 LG 전력에 2019 드래프트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19 드래프트보다 1년 먼저 진행된 2018 드래프트, 그리고 1년 후 2020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선수 중에도 핵심전력이 많다. 2020 드래프트는 앞서 선발진을 언급할 때 나온 이민호, 김윤식 외에 3라운드 내야수 손호영이 1군에서 자신의 비중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까지 2019 드래프티 구본혁이 맡았던 유틸리티 내야수 구실을 올해는 2020 드래프티 손호영이 담당할 전망이다.

류지현 감독은 “처음 입단했을 때는 다소 거친 부분이 있었다. 미국 시절에는 투수도 한 만큼 내야수로서 경험은 조금 부족한 상태였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수비하는 모습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타격도 훈련 모습을 보면 나쁘지 않다. 대타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손호영을 평가했다. 주로 경기 중후반에 투입됐던 손호영은 지난 4일 잠실 SSG전에서 오지환의 체력안배 차원에서 유격수로 선발출장했다. 네 타석을 소화하며 안타도 기록했다.

2018 드래프트는 야수진 강세다. 올해 LG 타선을 풍족하게 만든 타자 세 명이 모두 2018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았다. 7라운드 지명자 송찬의는 시범경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현재 주전 2루수다. 2라운드 이재원은 타율 0.276 6홈런 23타점 OPS 0.915로 중·하위타순에서 4번 타자 구실을 하고 있다. 지난해 군전역 후 바로 1군 무대를 밟은 10라운드 문성주는 타율 0.363 OPS 1.024로 활약 중이다.

[SS포토] LG 트윈스의 2차 2순위 선택은...? 서울고 이재원!
LG 트윈스 신인 2차 2순위로 지명을 받은 서울고 이재원이 2017년 9월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진행된 ‘2018 KBO 신인 드래프트’를 마친 뒤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스포츠서울DB

그러면서 현재 LG 1군 엔트리에는 투수진 14명 중 5명, 야수진도 14명 중 5명이 2018, 2019, 2020 신인 드래프트 지명자다. 엔트리 28명 중 10명에 달한다. 엔트리 최고참 허도환은 2003 드래프트, 최연소 신인 조원태는 2022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았다. 20년 동안 수많은 선수들이 LG 유니폼을 입고 벗었는데 2018, 2019, 2020 지명자만 1군 엔트리에서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그만큼 선수단 구성이 젊어졌고 미래지향적이다. 모든 팀이 트레이드 카드를 맞출 때 LG 유망주를 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냥 이뤄진 일은 아니다. LG는 2019년 차명석 단장 부임 후 육성 시스템을 전면개혁했다. 트래킹 데이터 장비를 잠실은 물론 이천에도 설치했다. 현장 소속 전력분석팀을 단장 산하 데이터분석팀으로 탈바꿈해 선수 출신이 아닌 인재도 꾸준히 영입했다. 2군 코칭스태프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담당 선수의 상태와 발전 방향을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 이제는 유튜브를 뛰어넘지 못하면 코치가 될 수 없다. 코칭스태프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는 것 또한 우연으로 볼 수 없다.

신속한 군입대로 선순환을 꾀한 것도 효과를 보고 있다. 송찬의와 문성주는 차 단장 부임과 동시에 군에 입대한 11명에 포함됐다. 2군에서 1군 선발진 합류를 준비하는 2018 1차 지명 김영준도 2년차였던 2019시즌을 마치고 입대했다. LG는 이천에서 군복무를 마친 선수들의 프로 무대 적응을 돕는 3개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향후 2년차 이영빈, 4년차 이정용이 입대할 계획인데 이영빈의 빈자리를 손호영과 내년 전역하는 구본혁, 이정용의 빈자리는 지난해 전역한 성동현이 맡을 계획이다. 성동현은 현재 퓨처스리그에서 마무리투수로 나서고 있다.

[포토]6회초 찬스연결하는 송찬의
LG 6번타자 송찬의가 지난 4월 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프로야구 키움히어로즈와 LG트윈스의 경기 6회초 2사 1루에서 안타로 출루하고 있다. 고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과거에는 성공보다는 실패 사례가 많았던 LG의 선수 육성이다. 큰 기대를 받고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었던 미래의 에이스 혹은 4번 타자가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한채 방출되거나 트레이드로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잠재력을 터뜨렸다. 2019년을 기점으로 악순환을 끊고 늘 새로운 얼굴이 나오는 팀이 됐다.

조금 더 일찍 이러한 시스템을 갖췄다면 이미 다른 결과를 얻었을지도 모른다. 수술 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2014 1차 지명 임지섭의 현재 또한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구리 시절 선수만 120, 130명에 달했음에도 실속이 없었던 팜시스템과는 완전히 작별한 LG다. 2군 주전경쟁부터 치열하며 이는 고스란히 1군 뎁스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간단 리뷰

팀 성적: 3승 2패 1무(사직 롯데전:패승무 · 잠실 SSG전:승승패).

팀 평균자책점 2.41(3위), 선발 평균자책점 3.66(3위), 불펜 평균자책점 0.75(1위).

팀 타율 0.232(9위), 팀 홈런 2개(공동 8위), 팀 OPS 0.683(6위).

MVP: 김진성 3경기 4.1이닝 0안타 2볼넷 3탈삼진 평균자책점 0.

[포토]힘차게 공 뿌리는 LG 김진성
LG 김진성이 지난달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한화와의 경기 6회초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이번주 일정과 지난 맞대결.

7일~9일 광주 KIA전·10일~12일 잠실 두산전

KIA에 시즌 전적 4승 1패 우위.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잠실 3연전 2승 1패 위닝시리즈.

두산에 시즌 전적 3승 3패 동률. 5월 3일부터 5일까지 잠실 3연전 1승 2패 루징시리즈

◆예상 선발 로테이션.

7일 광주 KIA전(플럿코)~8일 광주 KIA전(이민호)~9일 광주 KIA전(켈리)~10일 잠실 두산전(김윤식)~11일 잠실 두산전(임준형)~12일 잠실 두산전(플럿코).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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