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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뛰고 있는 선수들은 무슨 죄인가.”
프로야구 키움이 또 리그에 좋지 않은 폭탄을 떨어뜨렸다. 음주 사고를 냈던 강정호(35)와 기습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해지 복귀 승인 요청을 넣었다. 자연스럽게 이장석(56) 전 대표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키움은 시범경기 3연패에 빠졌다. 개막이 점점 다가오는데 분위기가 썩 좋은 편이 되지 못한다.
키움은 고형욱 단장이 주도해 강정호 영입 작업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전혀 관여한 일이 없다고 못도 박았다. 그러나 야구계에서는 이 전 대표의 귀환으로 보고 있다. 대형 사고를 쳤던 선수를, 한 번 복귀 의사를 철회했던 선수를 단장이 주도하여 영입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정호 영입은 여러 가지를 노린 부분일 수 있다. 일단 1년 유기실격 징계를 받은 강정호는 2022년 단 1경기도 뛸 수 없다. 최저연봉 3000만원으로 계약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키움은 한 푼도 지급하지 않는다. 시간을 끌면 유야무야 넘어가고, 내년부터 강정호를 쓸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이면 한국나이 37세가 된다. 은퇴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 그러나 강정호이기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들도 있다. 이 전 대표도 그 중 1명인 듯하다. 40홈런을 폭발시켰던 전성기와 비교할 수는 없으나 어느 정도만 해줘도 ‘잘 데려왔다’고 만족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강정호만 기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구단의 미래를 봤을 때 젊은 선수들이 더 많은 기회를 받는 쪽이 더 낫다. 심지어 강정호의 포지션인 유격수·3루수 쪽에는 키움의 젊은 선수들이 경쟁중이다. 홍원기 감독도 “경쟁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주시하고 있다. 경쟁을 통한 성장이 가장 이상적이다. 상식적인 부분이다. 누군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마침 키움은 강정호 복귀 소식을 알린 18일부터 3연패에 빠졌다. 코로나19 감염자가 10명에 달하면서 정상 전력을 쓰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가장 크다. 나아가 시범경기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그렇더라도 분위기를 간과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연일 자신의 팀이 입방아에 오르내리는데 태연할 선수가 몇이나 될까.
오너 혹은 대주주의 특정 선수 편애는 팀 전체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가 없다. 어느 정도 의도가 짐작되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팀 내 최고의 스타였던 박병호를 잡지 않았던 키움이다. 음주운전 적발로 송우현은 매몰차게 방출하기도 했다. 음주운전 3회로 실형까지 받았던 강정호는 잣대가 다르다. 기묘한 일이다.
물론 공식적으로 이 전 대표의 이름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뒤에서 여전히 팀을 주무르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나가는 말처럼 “키움에서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은 뭘 잘못했길래 이런 일을 감당해야 하나”며 한숨을 쉬었다. ‘오너 리스크’가 키움을 또 한번 괴롭히고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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