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건 칼럼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스포츠서울 | 정리=김자영기자] 이전에 ‘토지와 전원주택 계약시 체크할 특약사항’과 관련해 칼럼을 기고한 적 있다. 이번에는 최근 필자가 경험한 사례들을 통해 매도자와 매수자간 계약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알아 두면 좋은 상황 및 심리들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파는 사람은 좋은 가격에 잘 팔려고 하고, 사는 사람 역시 좋은 가격에 잘 살려고 한다. 그러나 이 ‘좋은 가격’의 의미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다. 이 기준점을 잡아주는 것이 시세와 인근 거래내역이다. 다만 빠르게 시세가 변할 땐 이런 것들이 모두 무색하다. 최근 필자가 꼬마빌딩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이후로 근린생활시설로만 이뤄진 꼬마빌딩의 인기는 눈에 띄게 두드러졌다. 현 임차인의 명도가 모두 가능할 경우 꼬마빌딩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이 경우 건물을 가진 매도자는 처음 내놨을 때와 달리 변심을 일으키는 경우가 생긴다. 예를 들어 최근 양천구의 한 꼬마빌딩은 몇 달 사이 호가가 5억원이 올랐다. 매수자들끼리 경쟁이 붙었기 때문이다. 매도를 철회하거나 매수자와 계약날짜를 잡아 놓고서도 이런 저런 이유로 계약을 보류시키는 경우가 많아졌다. 매수자 측에서는 매도자 측에 신뢰를 운운하지만 가격을 높게 부르는 매수자가 나타나니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시장이 빨리 변할 때면 시장의 흐름을 알고 매수자도 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본인의 자금 상황을 명확히하고 시장에 접근해야 하며 계약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왔을 땐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반대로 매도자에게 요구하고 싶은 덕목은 ‘신의’다. 본인이 원해서 매도를 결심하고 시장에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매도자의 한순 간 변심에 매수자는 자산에 큰 피해가 생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수자 우위 시장도 마찬가지다. 매도자 측이 급매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매수자들은 계약 직전 가격을 깎는 경우가 많다. 시장경제에 있어 이러한 서로의 이익추구를 누가 나쁘다곤 할 수 없다. 다만 매도자 우위 시장이던, 매수자 우위시장 이던지 간에 우위를 점하는 쪽은 거래에 있어 신의의 덕목이 필요하다. 비교적 약자의 입장은 한 거래에 올인하기보다는 계약서를 쓰기 전까지 대체제를 꾸준히 찾는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하다. 그래야 한 쪽에 끌려가는 계약서를 쓰지 않을 수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부동산 거래 경험이 많으면 계약서가 빨리, 깔끔하게 작성된다. 다만 부동산 거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계약할 때면 대부분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예민해지곤 한다. 최근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었다. 매도자 측은 계약을 치르기 전에 해당 주택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더 이상 하자 등에 대해 책임을 묻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살아보지 않고 몇번의 확인으로 주택 하자를 알아낸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필자는 이런 경우 매도인이 고지하지 않았던 내용 중 1개월 이내에 발견되는 하자에 대해선 수리해주기로 한다는 특약을 적고 상호 불안감을 줄이곤 한다.

그러나 이 매도자 분은 본인도 하자는 없을 거라고 얘기하면서 주택이라는 게 혹시 모르니 직접 확인하고 더 이상 책임을 묻지 말라는 특약사항을 요구한 것이다. 매도자 분의 순수성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는 가능하다.

반대로 매수자는 은행의 대출을 일부 일으켜 주택을 매입하려고 한 상황이었다. 은행에서는 99% 대출이 나온다고 했으나 매수자 입장에서는 그래도 혹시 모를 1% 상황에 대비해 ‘은행의 업무상 착오로 잔금을 치르지 못할 경우에는 상호 인지하에 계약금 몰수 및 배액보상에 대한 책임없이 계약을 해제하기로 한다’는 특약사항을 요구했다. 매수자는 자신의 재산보호도 있지만 단순히 매도자에게 실례되지 않도록 미리 인지만 해주십사하는 정도로 요청한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각자가 요구한 부분이 오히려 서로의 불안감을 키웠다. 매도자 측은 “대출이 나오는 것 확실하냐, 안 나오면 우리만 피해보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고 매수자는 “집에 하자가 있는 데 일부러 숨기는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필자는 집을 더욱 꼼꼼히 살핀 후 매수자에게 매도자의 악의가 없는 부분을 알렸고, 매도자에게는 은행과의 통화 등으로 서로를 안심시키며 계약을 진행시켰다.

3자 입장에선 양쪽의 입장이 모두 이해됐지만 단순 오해로 파기가 되었다면 서로 아쉬운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 매수자는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의 주택을 찾기 쉽지 않을 것이고, 매도자 역시 이 타이밍을 놓치면 언제 또 임자를 만날 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동산 계약상황에서 양쪽 심리상황을 알아 두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모든 계약에서는 신의가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에게 좋은 계약이라는 것은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상대방을 존중하는 신의가 형성되었을 때 서로에게 좋은 계약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호건 한국부동산개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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