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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박물관 본관 건물.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양미정기자]폐공장 부지가 즐비했던 성동구가 확 바뀌었다. 서울 대표 도시 재생 지역으로 지정되며 낡은 골목 곳곳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탓이다. 교육 여행 장소로도 손색없는 이곳에는 현장학습을 위해 방문한 가족 단위 여행객과 데이트 목적으로 찾은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다.

특히 자연의 오감과 소중함을 깨닫는 전시장에서부터 화학 공장을 따뜻한 식물관으로 변신시킨 재생 공간, 새활용(업사이클링)의 모든 것을 보고 배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 교육 목적으로도 탁월한 유서 깊은 박물관은 성동구의 문화를 한껏 끌어올리는 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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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이테라리움 2층에서 3층으로 올라가는 복도 계단을 숲을 걷는 것처럼 꾸며놓았다.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자연의 오감과 소중함 깨닫는 ‘섬세이 테라리움’

섬세이 테라리움은 일상에 자연을 들여와 사람들에게 그 감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인공 자연 공간이다. 지하 1층부터 시작하여 옥상의 루프톱까지 흙, 나무, 모래, 자갈, 바람을 통해 가상의 자연을 형상화했다. 전시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으며 관람하는 것이 특징이다. 흙바닥에서 뛰어놀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발로 전해지는 감각부터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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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이테라리움 3층 SUMSEI Forest. 차와 음료를 마시는 공간.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시작 코스인 지하 1층 Black Out 전시장은 외부의 시각과 청각을 차단하고 손끝과 발끝의 감각에 의존하여 걸어가는 공간이다. 어둠을 지나면 촛불이 작게 켜진 공간이 나타난다. 1층으로 올라가면 ‘Sand of Dawn’ 전시장이 나타난다. 하얀 모래 위를 맨발로 거닐며 거친 듯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겨울철이 지나면 모래가 아닌 물을 채워놓아 발끝으로 잔잔하게 찰랑거리는 물의 파동을 느낀다.

2층 ‘Heart of Wind’ 전시장은 바람의 결이 느껴지는 자연을 온몸으로 경험하는 공간이다. 바람의 소리, 바람의 움직임 등 바람의 숨결을 온몸으로 즐긴다. 3층 ‘SUMSEI Forest’는 한층 한층 올라오며 쌓인 모든 감각의 경험을 모아놓은 공간이다. 나무와 자갈을 통해 느끼고, 실제 숲속에 들어온 듯한 싱그런 숲의 냄새와 숲속에 놀러 온 새들의 노랫소리가 후각과 시각, 청각을 담당하고 마지막으로 향긋한 차 한 잔이 미각까지 가득 채워준다. 전시 마지막 코스인 루프톱 ‘Refresh Five Senses’은 나무 사이로 자유롭게 드나드는 자연의 빛과 바람을 관찰하고 느끼는 공간이다. 이곳은 자연에서 경험했던 오감을 추억하고 그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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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화학공장을 리모델링한 뒤 가운데를 마당을 만들어 ‘ㄷ’ 구조로 만들었다.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화학 공장에서 따뜻한 식물관 감성 ‘성수연방’

성수연방은 화학 공장으로 쓰이던 것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재생 공간이다. ‘ㄷ’자형 구조로 가운데는 마당처럼 뚫려 있고 양옆으로 붉은 기둥이 이어진 건물 2개 동이 서 있다. 기둥은 일정한 간격과 형태로 이루어져 있어 균형미가 돋보인다. 또한, 2층과 3층에 발코니 복도를 두어 마당과 건물이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건물 내부에는 개성 있는 맛집, 카페, 숍 등이 위치하여 성수연방만의 색깔을 만들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입점한 매장 간에 생산과 유통이 성수연방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구상하여 관련 브랜드를 모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성수연방에 입점한 카페에서 판매하는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육류는 2층의 공유공장 팜프레시 팩토리에서 생산해 바로 공급한다. 복잡한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구성원 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 상생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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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편집숍 땅굴스토어 성수연방점.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1층에 입점한 ‘띵굴스토어’는 스몰 브랜드 마켓 편집숍인 ‘띵굴시장’의 오프라인 매장 1호점이다. 매장 내의 공간을 분리하여 다양한 콘셉트의 쇼룸을 통해 거실, 주방, 욕실, 세탁실, 작업실, 옷방 등을 떠올리는 공간과 그에 맞는 제품들을 판매하는 복합 라이프 스타일 스토어를 표방한다. 3층에 있는 천상 가옥 카페는 천장을 통유리로 만들고 흰 천을 붙여 햇볕이 따스하게 스며들도록 했다. 테이블 사이에는 초록빛이 돋보이는 식물을 배치해 겨울에도 푸릇한 온실에 온 것 같은 분위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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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새활용전시체험장. 의식주에 접목한 새활용 작품을 시연한 전시공간.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업사이클에 대한 모든 것 ‘서울새활용플라자’

서울새활용플라자는 새활용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일상에서 경험하는 생산, 유통, 소비를 통한 가치 있는 새활용 문화를 체험하며 쉽고 재밌게 습득할 수 있도록 전시나 프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

새활용(Upcycling)은 개선한다는 의미의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Recycling)의 합성어로 폐기물을 활용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더 해 제품 혹은 작품을 만드는 일을 의미한다. 폐기물을 순환 자원으로 되돌리는 재활용의 공정을 생략하고, 폐기물에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입혀 다른 제품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서울새활용플라자는 크게 새활용하우스, 꿈꾸는 공장, 소재은행로 이루어져 있다. 1층 서문 방향에 있는 꿈꾸는 공장에서는 어린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세대를 대상으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주 3회 진행하는 기초 장비 교육과 더불어 디자인, 3D, 시제품 제작, 컨설팅 등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자원순환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층에는 입주기업에서 새롭게 재탄생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있어 실제 어떤 식으로 아이디어가 입혀져 새활용 제품으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다. 3층과 4층에는 새활용 기업이 입주하여 아이디어가 접목된 새활용 제품을 제작하고 판매하기도 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새활용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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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박물관 입구에 놓인 조형물. 양미정 기자 certain@sportsseoul.com

◇상수도 역사 느끼고 배우는 ‘수도박물관’

수도박물관은 1908년 건축된 우리나라 최초의 정수장인 뚝도수원지 제1정수장 시설을 기반으로 한 상수도 전문 박물관이다. 수도박물관은 옛 정수장 건물을 박물관으로 새롭게 재생하여 서울의 상수도 역사를 소개한다. 이곳에 방문하면 상수도가 어떤 방식으로 우리 집까지 물이 공급되는지 알 수 있다.

박물관 본관 건물로 사용되는 건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상수도인 뚝도 수원지의 송수펌프실이다. 당시 뚝섬 지역은 오염이 적고 유량이 풍부하여 맑은 물을 취수하기 적당한 장소였다고 한다. 1908년 뚝도 수원지에서 수돗물을 생산하여 사대문 안과 용산 일대에 공급하게 되니 우리나라 근대 상수도의 첫 출발이었다.

수도 박물관에서는 상수도 관련 기술이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되어 왔는지를 전달하고, 물과 환경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작두펌프 체험 등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수도 박물관을 만날 수 있는 송수실은 붉은 벽돌에 박공지붕을 씌운 건물로 붉은색과 대비되는 흰색 화강암으로 만든 아치형 입구를 세웠다.

본관 옆에 놓인 여과지 또한 우리나라에 근대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에 속한다. 한강에서 취수된 물을 침전지에서 무거운 물질을 가라앉힌 후 완속 여과지로 들어오는 방식이다. 현재는 생산 효율이 낮아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방식으로 이곳에서도 시설의 역사를 알 수 있다.

certa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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