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배우근기자] 챔피언 결정전 3차전(12월19일)의 한 장면이다. 서울시청의 슈터 오동석은 4쿼터 박빙상황에서 과감하게 3점슛을 던졌다. 공이 림을 통과하며 흐름이 바꾸었고 서울시청이 최종 승자의 자리에 올랐다.
당시 오동석의 손끝에서 공이 출발하자 김영무 감독은 “저 상황에, 간이 크다”라고 움찔했다. 반면 오동석은 “별 생각없이 자연스럽게 기회가 와서 던졌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김 감독은 울보가 됐다. 그는 “울컥했다”며 “다음시즌에도 울수 있는일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눈물을 훔쳤다.
오동석은 평소 순한 양이다. 그러나 코트에만 나서면 돌변한다. 소리를 지르고 인상을 팍팍 쓴다. 그 이유에 대해 오동석은 “일반클럽이나 동호회라면 즐기며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돈을 받는 직장인이다. 더 잘해야 하고 이겨야 하는 실업팀 선수”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
이날 3차전 승리로 서울특별시청 휠체어농구팀은 2승1패로 제주삼다수를 꺾고 통합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오동석은 지난시즌에 이어 2년연속 MVP에 등극하며 스폿 라이트를 받았다.
오동석은 올시즌 승리 요인으로 자신이 아닌 팀의 토털 농구를 첫 손에 꼽았다. 그는 “선수들이 한단계 성장했다. 잘하는 상대와 부딪히며 전체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무엇보다 5명이 다 같이 하는 농구를 했다”라고 했다. 타팀이 2~3명의 키플레이어를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는 반면 서울시청은 5명이 맞물려 돌아가는 토털 농구를 지향한다. 이는 고 한사현 감독이 남긴 유산이다.
올해 3연패는 서울시청이 우승전력이 아니라는 평가도 자극제가 됐다. 오동석은 “지난해에 비해 전력이 약해진 건 사실이지만 정상을 지키지 못할거란 주위평가를 극복하고 싶었다. 다같이 노력해서 좋은 결실을 얻어냈다”라고 돌아봤다.
|
사실 오동석의 어릴적 꿈은 야구선수였다. 그러나 12세때 교통사고로 야구에 대한 꿈을 접었다. 그러나 17세에 동네복지관에서 휠체어농구를 접하며 새로운 인생길을 열었다. 오동석은 “사고 후 집에서 혼자의 시간을 가지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그러나 밖으로 나와야 한다. 한번 사는 인생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걸 찾아 세상으로 나오길 바란다”라고 했다.
달라진 주변의 시선도 언급했다. 오동석은 “비장애인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나도 처음엔 다른 사람의 시선이 힘들었다. 그런데 막상 나오고 여러 일을 겪다보면 별거 아니다. 그만큼 시민의식도 높아졌다”라고 했다.
장애는 누구나 찾아올 수 있다. 비장애인도 넓은 의미로 예비 장애인이다. 그리고 장애와 같은 인생의 여러 난관을 뛰어넘는건 몸이 아닌 마음의 힘이다. 오동석이 코트에서 힘차게 바퀴를 돌리고 슛을 하는 에너지의 원천이다.
kenny@sportsseoul.com
기사추천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