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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주상기자] 경기가 끝나자 현장에 있던 팬들과 관계자들은 이렇게 외쳤다. “This is ‘Fight of the Year’”
지난 7일 미국 뉴욕주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UFC 268이 열렸다. 메인이벤트로 벌어진 웰터급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과 도전자 콜비 코빙턴의 대결 못지않게 코메인이벤트로 벌어진 저스틴 개이치(32, 미국)와 마이클 챈들러(35, 미국)의 라이트급 매치는 팬들의 커다란 관심을 끌었다.
개이치는 WSOF에서 챔피언을 지낸 후 UFC로 이적했다. 시작부터 2패를 기록했지만 에드손 바르보자, 도널드 세로니, 토니 퍼거슨 등 일류 파이터를 차례대로 물리치며 라이트급의 톱콘텐더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UFC 254에서 29승 무패의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2라운드에 트라이앵글 초크에 걸려 TKO로 패했다. 개이치는 비록 정상 문턱에서 한발 뒷걸음질 쳤지만, UFC 진출 후 벌인 모든 경기가 승패에 상관없이 ‘Performance of the Night’와 ‘Fight of the Night’로 선정되며 가장 ‘핫’한 스타로 인정받았다.
챈들러는 UFC와 함께 격투기 사장을 양분하고 있는 벨라토르(Bellator) 출신이다. 세 차례나 챔피언 벨트를 차지해 ‘벨라토르 황제’로 불렸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의 끈질긴 구애로 지난해 전격적으로 UFC에 입성했다. 화이트 대표는 UFC에서 1전도 없는 그에게 지난해 최고의 명승부로 불렸던 ‘하빕 vs. 개이치’전에 백업파이터로 이름을 올리는 등 절대적인 신뢰를 보냈다. 화이트 대표의 애정에 부응이라도 하듯 챈들러는 올해 1월에 열린 UFC 257에서 랭킹 6위 댄 후커를 KO 시키며 보답했다.
두 번째 대결은 하빕의 은퇴로 공석이 된 라이트급 챔피언 결정전이었다. 2전 만에 챔피언전을 치르는 등 파격이었다. 브라질의 찰스 올리베이라와 가진 결정전에서 챈들러는 1라운드를 압도했다. 특히 1라운드에서 거의 KO승을 거둘 뻔했지만, 종이 울리며 2라운드로 넘어갔다. KO로 승리하며 새로운 챔피언이 되겠다는 욕심에 성급함이 앞섰던 챈들러는 2라운드 초반 올리베이라의 카운터에 걸려 KO패하고 말았다.
개이치와 챈들러의 경기는 두 사람에게 중요한 경기였다. 승자는 바로 차기 타이틀샷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서로 현 챔피언 올리베이라에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고, 관계자들도 둘의 실력이 올리베이라보다 앞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승자가 차기 챔피언이 될 확률도 높다고 내다봤다.
두 선수 모두 레슬링을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풍부한 경험과 훈련을 통해 최강의 펀치력도 장착하고 있었다. 종이 울리자마자 두 선수는 격돌했다. 1라운드는 챈들러의 우위였다. 챈들러는 태클에 이어 펀치로 개이치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개이치가 승기를 잡았다. 카운터 전략이 먹힌 것. 챈들러보다 키와 리치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던 개이치는 밀고 들어오는 챈들러를 거리를 유지하며 유효타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챈들러도 물러서지 않으며 반격을 시도했다. 1라운드부터 3라운드까지 난타전을 펼쳤다. 개이치가 3라운드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지만 두 선수 모두 찢긴 상처가 얼굴에 가득했다.
현장에 있던 팬들과 관계자들은 경기를 본 후 ‘Fight of the Year’로 부르며 환호를 보냈지만 이후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승리 후 이어지는 공식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못한 채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직행했기 때문이다. 같은 병원에서 우연히 만난 두 선수는 함께 ‘셀카’를 찍으며 훈훈함을 팬들에게 전하기도 했다. 개이치는 “챈들러는 전사다. 우리는 잘못 태어났다. 우리가 있을 곳은 야수들과 검투사들이 우글거리는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이다”라며 커다란 자부심을 나타냈다.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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