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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가슴 속에 영원히 남는 순간이 있다. KIA 팬이라면 4년 전 양현종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은 순간이 지금도 뚜렷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삼성 팬에게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 백투백 홈런은 다시 나오기 힘든 드라마다. 2003년 이승엽이 56호 홈런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순간 또한 절대 지워지지 않는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새로운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KBO리그 40년 동안 축적된 영상 자료를 미디어센터에서 데이터베이스화하면서 야구팬들에게 영상을 사고팔 권리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미 미국프로농구(NBA)가 톱 샷(Top Shot)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가운데 KBO리그도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로 영상 거래를 시도한다.
지난 7일 KBO는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야구팬을 대상으로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토큰) 기반 디지털 상품의 개발 및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최종적으로 NBA 등 해외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예술, 게임 시장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 NFT 디지털 상품같이 팬을 만족시킬 수 있는 KBO리그 맞춤형 NFT 개발이 목표”라고 발표했다.
여러모로 낯설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NBA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이미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NBA 영상이 거래 중이다. 거래가 4, 5달러부터 수백, 수천 달러까지 영상의 가치도 넓게 분포되어 있다. 거래가가 100만 달러(약 11억 7000만원)를 넘는 영상도 있다. 2021 파이널에서 밀워키가 우승하는 데 결정적인 플레이가 된 야니스 아데토쿤보의 4차전 블록슛은 최저가 1만500달러(약 1220만원)에 판매된다. LA 레이커스 르브론 제임스가 상대 빅맨을 넘어 덩크 하는 영상은 100만 달러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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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것은 거래 방식이다. NBA 톱 샷은 신용카드는 물론 NFT 거래도 지원한다. 영상을 구매하거나 되팔 때 달러와 NFT를 선택할 수 있다. 영상 시청 권한은 모두에게 열려있다. 소비자는 영상을 팔 수 있는 권한을 구매한다. 영상의 가치가 오르면 차액을 실현한다.
100만 달러에 올라온 제임스의 덩크슛은 초기 판매가가 1000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거래할 수 있는 영상 수가 제한됐고 시간이 흐르며 가치가 급상승했다. 영상 거래는 시리얼 넘버를 통해 철저히 관리된다. 100만 달러짜리 제임스 덩크슛 영상은 32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32개 중 1개가 시장에 나와 100만 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플랫폼과 콘텐츠, 그리고 시장이 결합을 이뤘다. KBO가 바라보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KBO 관계자는 “일단 영상 자료는 정말 많다. 1982년 원년부터 지금까지 40년 동안 누적된 영상을 잘 보존하고 있다.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최동원이 삼진을 잡으며 롯데가 승리하는 영상도 있다. 모든 영상을 현재 플랫폼에 맞춰 디지털화 하는 작업을 지난해부터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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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물론 뉴미디어 계약을 맺은 통신·포털 업체 컨소시엄과도 영상 사용 및 거래 권한합의를 이뤄야 한다. 2019년부터 모든 영상의 유무선 플랫폼 권한은 컨소시엄이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NFT 거래에 대한 법률적 해석도 필요하다.
KBO 관계자는 “언제 개발이 완료되고 언제부터 서비스가 시작되는지 확답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많은 전문 업체로부터 제안서를 받았다. 서비스 방향도 어느 정도 정립되는 상태”라며 “예상한 것보다 시기가 빨라질 것으로 본다. 젊은 야구팬의 니즈를 충족하고 야구에 대한 흥미를 더 할 새로운 개념의 콘텐츠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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