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_노아 하프
kt 롤스터의 하단 듀오 ‘노아’ 오현택(왼쪽)과 ‘하프’ 이지융.  제공 | LCK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지난 9일 개막한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이 초반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지난 스프링 시즌 당시 9위였던 아프리카 프릭스가 2연승을 달리며 현재 1위에 올라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여기에 약체로 분류됐던 kt 롤스터가 우승후보 담원 기아를 2-0으로 꺾는 이변까지 발생하며 올해 서머는 그 어느 때보다 달아오르고 있다. 물론 kt가 그동안 서머 스플릿에 강한 모습을 보인 점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2018년 서머 이전까지의 얘기다. kt는 2019년 서머 8위, 2020년 서머에선 정규시즌 6위를 차지하며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최근 2년간 약한 모습을 보였던 kt가 올 여름 ‘서머의 kt’란 옛 명성과 함께 새로운 ‘복병’의 탄생을 예고한 것이다. kt는 지난 13일 열린 LCK 서머 1주 5일차에서 지난해 세계 챔피언이자 LCK 디펜딩 챔피언인 담원 기아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2-0 승리를 따내며 첫 승을 신고했다. 앞서 kt는 10일 열린 팀 개막전에서 농심 레드포스를 상대로 1세트를 따냈지만 2, 3세트를 내주며 1-2로 역전패했다.

kt의 다음 상대가 담원 기아였기에 다수의 e스포츠 전문가는 kt가 연패에 빠지면서 하위권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kt는 담원 기아를 상대로 새로운 라인업을 꺼내들었다. 원거리 딜러 ‘노아’ 오현택의 파트너로 ‘하프’ 이지융을 기용한 것이다. LCK 데뷔전이었지만 이지융 카드는 결과적으로 잘 맞아떨어졌다.

‘2001년생 듀오’로 불리는 ‘노아’, ‘하프’ 듀오는 1, 2세트 모두 담원 기아의 하단 듀오 ‘고스트’ 장용준과 ‘베릴’ 조건희를 압도했다. 이들 ‘2001년생 듀오’가 하단에서 폭발력을 발휘하면서 다른 포지션의 kt 선수들은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며 담원 기아에 완승을 거둘 수 있었다. 1세트 18-7, 2세트 17-2라는 압도적 킬 스코어가 이를 뒷받침한다. 경기 후 강동훈 kt 감독은 “아카데미 시절부터 합을 맞춰오던 오현택과 이지융이 패기를 앞세워 세계 챔피언 담원 기아를 밀어붙인 덕분에 경기가 잘 풀렸다”며 이들 듀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현택과 이지융은 kt 아카데미 출신의 동갑내기 친구다. 둘은 지난해 진행된 LoL 아마추어 시리즈에서 하단 듀오로 호흡을 맞추면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LCK 스프링에서 오현택이 1군으로 올라온 후 서머를 앞두고 진행한 연습경기에서 두 선수가 찰떡궁합을 선보이면서 강동훈 감독의 눈에 들었고 담원 기아와의 대결에서 잠재력을 터뜨린 것이다.

한때 ‘서머의 kt’라고 불렸던 kt의 올 여름은 출발이 좋다. 조금 더 과장하자면 kt의 담원 기아전 승리는 ‘여름 왕조의 재건’이란 기치를 들어 올린 것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올해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출전권이 4장이 걸린 만큼 이번 서머의 성적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아직 서머 시즌의 초반인 만큼 아무것도 단정할 순 없지만 kt가 담원과의 경기를 토대로 이번 서머의 ‘복병’이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강 감독은 “서머 첫 주차 일정이 발표됐을 때 담원 기아가 포함돼 있어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신예들이 기대이상으로 잘해줬다. 선수들의 기복을 가능한 줄이면서 신예들을 중심으로 더 성장하는 팀으로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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