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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스포츠서울 박준범기자] “깨지고 부서지면서…”
수원 삼성 유스 매탄고등학교 출신인 김건희(26)는 큰 기대를 받으며 2016년 입단했다. 하지만 프로 무대는 녹록치 않았다. 그는 데뷔시즌에 20경기에 나섰으나 1골 3도움에 그쳤다. 이후 두 시즌동안 16경기 1골로 존재감이 옅어졌다. 그렇게 그는 입대했고,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에서 부활의 날개짓을 폈다. 그리고 올시즌 16경기에 나서 6골 1도움으로 수원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김건희는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19라운드 FC서울과 원정 경기에서도 1골1도움으로 맹활약하며, 팀의 3-0 승리에 일조했다. 그는 전반 38분 제리치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켰고, 후반 4분에는 속공 상황에서 상대 수비 2명을 따돌린 뒤 김민우의 득점을 도왔다. 박건하 감독 역시 경기 후 “김건희는 공격수로서 기술뿐 아니라 스피드, 득점력, 키핑까지 여러 재능을 갖고 있다. 꾸준함을 보여준다면 더 좋은 선수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김건희는 “휴식기 전에 마지막 경기였다. 쉬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결과가 좋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결과가 좋아서 잘 쉴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김건희와의 비하인드를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김건희에게 이례적으로 쓴소리를 했다고 밝혔다. 김건희는 “처음에 수원에 입단했을 때 자신있게 왔는데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다. 임대나 이적을 통해서 성장하고픈 마음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감독님이 ‘너는 도망가지 말고 꼭 수원에서 해야한다’고 했다. 스스로 자신감이 떨어지니까 득점보다 연계나 수비에 신경을 썼는데 감독님이 ‘정말 골 넣고 싶은 마음이 있냐’고 말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워낙 수원에서 힘든 시간을 많이 겪었다. 깨지고 부서지는 시간이 많았다”면서 “지금은 한 경기 안 좋아도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는 마음이 있다. 멘탈적으로 잘 준비돼 있다. 감독님이 신뢰를 주셔서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서 밀고나가는 거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건희는 올시즌 히트하고 있는 ‘매탄소년단’의 선배이기도 하다. 그는 “매탄고라고 하면 유스 팀에서 최고 선수들이 오는 자부심 있다”면서 “프로에서 결과가 좋지 않다 보니까 질책도 많이 받았다. (정)상빈, (강)현묵, (김)태환이가 뛸 때 힘들어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조언을 많이 했다. 편하게 해주려 했다. 또 (염)기훈, (양)상민이 형이 후배들을 잘 이끌어줬다. 후배들이 겁없이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게 유스들이 잘하는 이유인 거 같다”고 짚었다.
특히 ‘매탄소년단’의 막내 2002년생 정상빈은 올시즌 활약을 바탕으로 A대표팀에 발탁되기도 했다. 김건희는 “상빈이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는데 상빈이가 2군에서 힘들어할 때도 좋은 찬스를 만드는 것 자체가 능력이니까 잘하는 걸 하라고 했다”면서 “상빈이의 A대표팀 발탁에 제 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싱긋 웃었다.
beom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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