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두 차례 큰 위기가 있었다. 고교시절 폐결핵에 걸렸고 대학에 입학해선 큰 화상을 입었다.
그때를 돌아보며, 설종진 고양 히어로즈 감독은 “지금까지 운 좋게 잘 왔다”라며 방싯했다.
형을 따라 농구를 하고 싶었던 소년. 그러나 자신에게 우연히 굴러온 야구공을 던지며 초등학교 야구 감독 눈에 들었다.
첫 위기는 고교 1학년 때 찾아왔다. 폐결핵으로 3개월 이상 휴학했다.
그 사이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모교인 백운초교를 찾아갔다가 덜컥 감독 대행을 맡았다. 팀은 승승장구하며 4강까지 올라갔다. 선수 중엔 조성환(현 한화코치)도 있었다.
가장 큰 시련은 대학 1학년 때 발생한다. 양쪽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 야구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의사에게 “걸을 수만 있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설 감독은 영상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의사는 선수생활이 힘들다고 했지만 야구와의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사고 1년이 지난 뒤, 특수 스타킹을 신고 다시 도전했다. 대학졸업 후 현대 2차 2번으로 프로선수가 됐다.
야구계에서 92학번은 황금세대로 불린다. 박찬호, 조성민, 임선동 등 뛰어난 선수가 많았다. 그 중에 고교시절부터 가장 빛난 선수는 설종진이었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 야수로 성공하지 못했다. 화상 후유증이 발목을 잡았다. 순발력이 떨어졌다. ‘만능선수’였던 설종진은 투수로 변신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결국 2002년 옷을 벗었다.
염경엽 전 SK감독이 그에게 프런트의 길을 열어주었다. 당시 현대 2군 매니저였던 염경엽이 운영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공석이 된 매니저 자리를 제안했다.
2군에 머물러있던 설종진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염 감독의 한마디가 결정을 도왔다. “누군 처음부터 매니저였냐?”
설종진은 매니저에 이어 투수코치, 운영팀장을 거쳐 2020년부터 고양 히어로즈 감독을 맡고 있다. 고양 히어로즈는 지난해 2위로 시즌을 마쳤다. 26일 현재 순위도 퓨처스 북부리그 2위다.
-설종진 감독 영상인터뷰 1,2편을 통해 더 생생한 인생역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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