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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는 A씨가 한 커뮤니티에 올린 글.  출처 | 커뮤니티 화면 캡처

[스포츠서울 김민규기자]“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으면 배달을 하겠느냐.”

어학원 강사로 추정되는 한 여성이 배달기사에게 막말을 쏟아낸 통화 내용이 인터넷에 공개돼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여성은 통화 첫 마디부터 “할 줄 아는 게 그것 밖에 없으니 거기서 배달이나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인격 모독적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배달대행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지난 2일 오후 한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여기에 글을 한 번 쓴다’며 사연을 담은 글과 함께 모 어학원 강사로 추정되는 B씨와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A씨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이틀을 보냈다”며 “어제 우리 기사 중 한명이 너무 황당한 일을 겪은 뒤 멘탈을 못 잡고 너무 억울해 해서 여기에 글을 올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묻고 싶다”며 당시 상황을 서술했다.

A씨가 밝힌 사건 전말은 이렇다. B씨는 지난 1일 배달 앱을 통해 커피를 주문했고 해당 어학원으로 배달을 간 라이더와 실랑이가 벌어졌다. B씨가 배송지 주소를 잘못 입력한 탓에 배달기사는 엉뚱한 곳으로 갔다가 어렵게 다시 주소를 확인하고 어학원으로 찾아갔다. 이 과정에서 추가 배송비가 발생했다. 다른 일이 밀렸지만 배달기사는 추가 배송비를 받기 위해 10분 가까이 기다렸고 B씨는 시간을 끌다 결국 결제를 했다. 이후 B씨는 해당 배달기사가 소속된 배달대행업체 운영자인 A씨에게 전화해 폭언을 퍼부었다.

B씨는 A씨에게 다짜고짜 “본인들이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으면 배달 일 하겠느냐”라고 따졌다. A씨가 비하 발언은 삼가해달라고 정중히 말했지만 B씨는 폭언을 멈추지 않았다. B씨는 “기사들이 무슨 고생을 하느냐. 그냥 문신하고 오토바이 타고 부릉부릉하면서 음악 들으면서 다니지 않나” 등의 심한 말을 퍼부었다. 듣다 못한 A씨가 “열심히 일하시는 기사님들인데 왜 말씀을 그렇게 하시느냐”며 배달기사들의 입장에 대한 이해를 구하자 B씨는 “나는 대학 나왔기 때문에 배달할 일이 없다”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A씨가 “나도 대학을 나왔다. 서울대 나온 분들 중에도 투잡하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내 주변에 서울대, 연대, 고대 다니고 좋은 학교 나온 친구들은 오토바이 타지 않는다. 편안하게 일해서 돈 벌 수 있으니까”라며 궤변을 늘어놨다.

공개된 약 20분 정도의 통화 내용에는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막말과 허언, 인격을 모독하는 폭언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A씨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녹음을 했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그런 말까지 들어야 되나 싶다. 그렇게 우리가 실수를 한 것인지 궁금하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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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가 근무했다는 어학원 본사 홈페이지에 올라온 입장문.  출처 | 본사 홈페이지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로 A씨의 글과 통화 내용이 퍼지면서 B씨의 갑질 논란도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B씨가 근무한 모 어학원은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해당 어학원 측은 “이 건은 동작캠퍼스에서 발생한 건으로 학원 강사가 아닌 셔틀 도우미로 확인 됐다. 해당 직원은 동작캠퍼스에서 1개월 정도 셔틀 도우미로 근무했고 1일 마지막 근무 후 2일 퇴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돼 본사와 해당 가맹점 모두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앞으로 본사는 가맹점과 함께 재발방지 및 보다 양질의 교육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욱더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라이더유니온 측은 “피해자와 라이더유니온이 바라는 것은 폭언을 한 손님의 진심어린 사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녹음파일은 피해자가 올린 것이 아니며 피해자와 라이더유니온은 이 사건이 인터넷상에 회자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이 사건과 해당 어학원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가해자는 학원의 셔틀버스 도우미였으며 사건 발생 이후 일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학원에 대한 별점테러와 악의적인 비난을 멈춰 달라”고 당부했다. 또 “손님은 공인이 아니며 개인일 뿐이다.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사회적 비난을 자제해 달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라이더유니온은 “이번 사건은 배달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다. 배달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적용하고 여타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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