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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경험을 앞세운 두산이 먼저 웃었다. 베테랑 김재호가 결승점의 신호탄을 쏘았고 ‘팀 베어스’가 무사귀환을 이끌어냈다. 초보 마무리 이영하는 단기전 첫 출장에 나선 KT 타선을 상대로 천당과 지옥을 하나씩 선물했다.
두산은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9회초 대타로 나선 김인태의 결승타에 힘입어 3-2로 이겼다. 두산 선발 크리스 플렉센은 7.1이닝 동안 108개를 던지며 삼진 11개를 솎아내는 등 완벽한 투구를 했지만, 마운드를 이어받은 이영하가 2타점 적시타를 내준 탓에 승리 투수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8회말 1사 2, 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이영하는 2사 만루까지 끌고 가는데 성공했지만, PO에서만 3연속경기 안타 행진을 이어가던 베테랑 유한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나 9회말에는 무사 1루 위기를 강력한 구위로 벗어나 끝내 팀 승리를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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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승리로 두산은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 81.3%를 확보했다. 지난해까지 열린 32차례 PO에서 1차전 승리팀이 26번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3선승제로 열린 PO는 지난해까지 30차례 있었는데, 24번 1차전 승리팀이 마지막 무대 진출 영예를 안았다.
두산의 경험이 결정적인 순간 힘을 발휘했다. 상대 선발 투수 소형준에게 끌려가던 두산은 8회초 윌리엄 쿠에바스를 공략해 답답한 흐름을 뚫었다. 대타로 나선 최주환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게 신호탄이었다. KT는 반박자 빠른 투수교체로 맞불을 놓았는데, 김재환이 2사 1, 3루에서 마무리 김재윤을 상대로 우전 적시타를 뽑아 선취점을 올렸다. 이어 허경민이 중전 적시타로 승부를 결정짓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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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투하던 플렉센은 8회말 선두타자 배정대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1사 후 황재균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고 강판됐다. 이영하는 1사 2, 3루 위기에서 강백호를 2루수 플라이로 돌려보내고도 2사 만루에서 유한준에게 중전 적시타를 허용해 고개를 떨궜다. 흐름상 주도권을 넘겨줄 위기였지만 9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김재호가 천금의 좌전안타로 꺼져가던 불씨를 살려냈다. 베테랑이 제 몫을 하자 두산 벤치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대주자로 나선 이유찬은 상대 배터리가 희생번트에 집중할 때 손쉽게 2루를 훔쳤다. KT 마무리 김재윤이 번트를 내주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코너워크를 의식한 게 발목을 잡았다. 무사 2루에서 희생번트로 1사 3루를 만들었고, 대타로 나선 김인태가 바뀐 투수 조현우를 상대로 깨끗한 우전 적시타를 뽑아내 손쉽게 결승점을 얻었다. 군더더기 없는 작전 수행 능력과 침착한 대응이 결정적인 순간 제구가 흔들린 KT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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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 수훈선수로는 선발로 역투한 플렉센이 선정됐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고졸(유신고) 신인이 데뷔시즌에 팀의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 등판한 역대 두 번째(1992년 롯데 염종석 이후) 진기록을 작성한 KT 소형준은 6.2이닝 3안타 무실점의 눈부신 역투로 KBO리그 팬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다. 고졸 신인이 데뷔시즌 포스트시즌에 선발로 나서 6.2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한 건 2007년 당시 SK 김광현(7.1이닝 무실점) 이후 13년 만이다. KT는 ‘예상대로’ 1차전에서 석패했지만, 소형준이라는 괴물의 탄생을 선언했다는 상징성을 갖게 됐다.
두산 최원준과 KT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맞붙는 PO 2차전은 이날보다 더 뜨거운 혈투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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