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작가 등단 50주년 맞아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개정판 출간50주년 맞은 심경 담은 산문집 ‘홀로 쓰고, 함께 살다’ 펴내앞으로 단편소설 50편, 영혼과 내세 다룬 소설 등 펴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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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가 등단 50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제공|해냄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글을 쓰다가 죽는 것을 소망하며 최선을 다해 하루하루 살다보니 등단 50주년이 됐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조정래 작가가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조정래 작가는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실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50년 동안 소설가로 살아온 소회를 밝혔다.

조정래 작가는 “등단한 게 스물여덟 살 때다. 제 나이 마흔일 때 ‘태백산맥’을 시작하면서 제 나이가 육십이 되리라고 생각 못했다. 먼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날 문득 육십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스물 여덟살 때 제가 50년 후에 일흔여덟살이 될거라고 생각 못했다. 그 이유는 철이 없어서기도 하고 과연 내가 50년 후 작품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미리 끌어서 하고 싶지 않았다. 삼십대 때부터 소망이 뭐냐고 하면 글을 쓰다가 책상에 엎드려 죽는거라고 했다. 지금도 변함없다. 그렇게 최선을 다한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팔십이 다 됐고 등단 50주년을 맞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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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작가 집필 모습. 제공|해냄

50주년을 맞아 조정래 작가는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개정판을 펴냈다. 30년 만에 자신의 소설을 다시 다 완독하면서 문장을 수정했다.

“쓸 때는 두 번, 세 번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쓴 문장들이 새로 읽어보니 마땅치 않거나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게 더러 있었다. 문장을 고쳐 놓고 보니 이제 됐다 안심이 됐다. 모든 예술품은 미완성이다. 완벽을 향해 가는 몸부림이다. 이번 퇴고는 완벽을 향해 가는 작가의 진지한 노력이라고 생각해달라. 앞으로 또 퇴고할 것인가 묻는다면 아마 못할 것, 아니 하고싶지 않다.”

또한 50년동안 한국문단의 거대한 산맥으로 자리매김해온 문학관, 역사관, 인생관 등에 대해 들려주는 산문집 ‘홀로 쓰고, 함께 살다’를 펴냈다. 이 책은 150명 독자에게 질문을 받아 그 중 105명의 질문을 추려 일일히 답을 한 독자와의 대화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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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산문집 ‘홀로 쓰고, 함께 살다’ 표지. 제공|해냄

조정래 작가는 “등단 40주년에 ‘황홀한 글감옥’이라는 책을 엮었다. 그 때는 대학생 중심으로 질문을 받았고 이번에는 남녀노소 없이 전체 독자에게 질문을 받았다. 두 책을 함께 읽으면 작가 조정래가 누구인가 알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팔순을 앞뒀지만 여전히 왕성한 창작의욕을 불태우고 있는 조정래 작가는 앞으로 단편소설과 인간의 본질을 다루는 소설을 쓰겠다는 의욕을 드러냈다.

“그동안 장편을 쓰다보니 초창기 쓰던 단편을 전혀 손보지 못해 단편과 결별한지 40년이 됐다. 앞으로 단편이 가진 미학을 문학적으로 완성시키기 위해 단편을50편 쓰려 한다. 또 장편 두 편 정도는 우리의 역사나 현실 문제를 떠나 인간의 본질을 다루는 소설을 쓰고자 한다. 3년 후에는 내세나 영혼의 문제를 불교적 세계관에 입각해서 쓰려고 한다. 지금까지 50년 동안 계획을 세워서 한 번도 어긋나지 않고 살았다.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으니 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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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앞에서 포즈를 취한 조정래 작가. 제공|해냄

한국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많다. 조정래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해 기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대해 조정래 작가는 “그 상이 타면 좋고 안타도 그만이다 생각하는 것이 작가답다고 생각한다. 상은 문학의 본질과는 상관없다. 우리는 문학을 시작할 때 노벨상을 타기 위해 시작한 게 아니다. 큰 신경 안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혼란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한 삶의 지침도 보탰다.

“작가로 살면서 두가지 문제를 40년 가까이 변함없이 생각해왔다. 첫째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작품을 써야 한다는 주제의식이다. 또 하나는 지구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이졌다. 코로나는 자본주의의 마성이 불러온 재앙이다. 우리가 생활태도, 식생활, 가치관을 바꾸지 않는 한 탐욕으로 우리의 가슴에 총을 쏘는 어리석은 역사가 시작된다. 석가모니가 말했다. 탐욕을 버리라고. 겸손해지고 조금씩 불편하고 조금씩 가난해도 괜찮다는 철학적 존재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인생은 두개의 돌덩이를 바꿔놓아 가면서 걷는 징검다리라고 말하는 조정래 작가는 “팔십이 내일 모레인데,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게 예술가의 임무니까 새로운 이야기를 쓰고자 다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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