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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감동을 넘어 웃음까지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코미디극 작가 출신인 양희승 작가(50)의 이러한 강점은 주말드라마와 만나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MBC ‘남자 셋 여자 셋’, SBS ‘순풍산부인과’와 ‘똑바로 살아라’ 등 시트콤 작가로 두각을 보여온 양희승 작가는 여기서 도전을 멈추지 않고 tvN ‘아는 와이프’ MBC ‘역도 요정 김복주’ tvN ‘오 나의 귀신님’ 그리고 최근 종영한 KBS2 ‘한 번 다녀왔습니다’(이하 한다다)까지 연이어 히트시키며 스타 작가로 거듭났다.
양 작가가 20년 넘는 시간 드라마를 쓰는 데는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는 일종의 사명감 때문이다. 양 작가는 “저는 드라마 한편이 시청하시는 분들에게 끼치는 정서적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고 생각한다. 현실도 팍팍하고 암울한데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잠시 휴식하고 힐링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쓰고 있다”며 “특히 이번처럼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힘들었던 시기에 저희 드라마가 잠시라도 위로가 되었다면 정말 좋겠다”는 진심을 전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속 특유의 유머코드는 양 작가가 가진 강점이다. 진지한 사회적 이슈를 유쾌하게 풀어가는 양 작가의 작품에는 악역과 선역의 구분없이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들로 가득하다. 양 작가의 이러한 필력은 주말드라마와 만나 더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 양 작가는 “시트콤을 오래 한 후유증인 듯하다”며 “‘한다다’에서도 기본 정서는 ‘유쾌함’이었다. 극적인 설정이 없는 대신에 캐릭터 재미와 공감대를 잡고 가려 했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대로 ‘한다다’는 20대부터 중장년, 노년까지 세대별 다양한 군상의 캐릭터들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세대나 취향에 따라 골라먹는 재미가 있는 주말을 만들어보자!’는 양 작가의 의도가 제대로 작동한 셈이다. 시청률 역시 30%대를 기록했다. 처음으로 시도한 장편 드라마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둬낸 양 작가는 “처음 해보는 거라 부족한 점도 많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최근의 전형적인 주말 드라마를 탈피해 소소한 일상을 보여주는 경쾌한 드라마를 하겠다는 뜻은 지켜낸 것 같아 만족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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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다’는 부모와 자식 간 이혼에 대한 간극과 위기를 헤쳐 나가는 과정을 통해 각자 행복 찾기를 완성하는 유쾌하고 따뜻한 드라마다. 전작들에서 젊은 배우들 위주의 미니시리즈를 집필해왔던 양 작가는 ‘한다다’를 통해 공감대 있는 현실적인 이슈를 다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혼이 유행이 된 시대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이혼에 대한 선입견들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은 타인이 판단할 문제가 아니며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개인의 행복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또한 개인주의 삶이 팽배하며 가족 간의 결속력도 약해져가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은 역시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양 작가는 일종의 두 마리 토끼를 쫓았다. 기존의 주말극이 지닌 ‘막장’ 논란을 탈피하기 위해 KBS는 양 작가에게 손을 내밀었고, 극적인 스토리를 이끌 자신이 없던 양 작가는 한차례 고사하기도 했지만 “기존 주말극이 아닌 젊은 층들도 볼 수 있는 경쾌하고 일상적인 주말극을 만들고 싶어 캐릭터 위주의 소소한 일상을 다루는 가족극으로 방향을 잡아 도전했다”며 ‘너무 낯설지 않으면서도 기존의 주말극보다는 신선한’ 주말극을 지향했다고 말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다. ‘한다다’는 극 초반 캐릭터 분량 문제로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인물과 라인은 많고, 방송 시간이 한정되어 있어 분량 문제도 생겼다.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과 분량 분산 사이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자책도 했다.”
100회의 대장정을 마친 양 작가는 숨을 고르며 차기작을 써내려 갈 예정이다. 앞으로도 기대를 당부한 양 작가는 “미약하나마 드라마를 통해 따뜻한 정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덧붙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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