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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지난달 20일 단일경주 세계 최고 상금 240억 원이 걸린 제1회 사우디컵의 우승마는 미국의 ‘맥시멈시큐리티’였다. ‘맥시멈시큐리티’는 지난해 미국의 삼관마 경주 제1관문인 ‘켄터키더비’에서 1위로 도착을 하고도 주행 방해로 실격을 당하는 불운을 겪었으나 이후 시가 마일 등에서 우승하며 미국 최고의 3세마로 선정되며 화려한 한 해를 보냈다. 이런 활약으로 ‘맥시멈시큐리티’는 모마 ‘릴인디’의 몸값을 무려 170배나 높였고 부마 ‘뉴이어즈데이’를 리딩사이어 왕좌에 앉힌 효자가 됐다.
경마는 ‘혈통의 스포츠’다. 좋은 DNA를 가진 부마와 모마로부터 우수한 자마가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해 좋은 유전자를 가진 ‘씨수말’과 ‘씨암말’을 전략적으로 교배하고 그 자마가 높은 몸값을 받는다. 반대로 자녀의 좋은 성적으로 부마와 모마의 가치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맥시멈시큐리티’가 좋은 예다. ‘맥시멈시큐리티’가 지금까지 벌어들인 상금은 약 1200만 달러, 한화로는 약 141억 원이다. 이런 어마어마한 수득상금에 다른 생산자들 역시 제2, 제3의 ‘맥시멈시큐리티’를 생산하기 위해 그의 부마와 모마에 주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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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덕에 몸값 170배 뛴 엄마 ‘릴인디’
‘릴인디’는 미국 현역 경주마시절엔 평범한 일반 경주마였다. 씨암말로 용도변경 후 2013년 첫 자마를 배출했으나 자마들의 성적 역시 눈길을 끌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던 2018년 12월 ‘릴인디’를 눈여겨본 한국의 생산자가 임신한 그를 국내에 도입했다. 그런데 지난해 3월 ‘릴인디’의 자마인 ‘맥시멈시큐리티’가 미국 대상경주(G1)인 플로리다 더비에서 우승하며 경마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릴인디’의 유전·생산능력에 이목이 집중되고 외국의 생산자가 높은 가격에 그를 다시 데려가기에 이르렀다. ‘맥시멈시큐리티’의 지속적인 활약에 한국에 들어올 당시 1만1000달러 가량이던 임신한 ‘릴인디’의 몸값은 지난해 11월에는 185만달러까지 치솟았다.
‘맥시멈시큐리티’의 부마 ‘뉴이어즈데이’ 역시 아들 덕에 리딩사이어(Leading Sire: 한 해 동안 ‘자마’들이 거둔 상금의 총합이 가장 많은 부마로 씨수말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에 올랐다. 2020년의 리딩사이어 경쟁도 일본에서 활동하는 ‘딥임팩트’와 ‘뉴이어즈데이’의 이파전으로 좁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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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지은 자식농사가 최고의 재테크?
‘릴인디’처럼 미리 한국의 생산자들이 유전·생산능력을 알아보고 비교적 낮은 가격에 들여왔다가 자마의 활약으로 높은 가격에 되파는 사례 역시 종종 있다. 암말 ‘월들리플레저’는 2009년 1만5000달러에 한국의 목장에 들어와 씨암말로 생활하고 있었다. 이후 2011년 그의 자마 ‘게임온두드’가 미국 주요 대상경주(G1)인 ‘산타아니타 핸디캡’에서 우승한 뒤 ‘월들리플레저’는 각국 생산자들의 뜨거운 러브콜 속에 일본으로 거취를 옮겼다. ‘월들리플레저’는 2019년 다시 국내로 돌아와 올해 교배를 준비중이다. 특히 ‘파워블레이드’와 교배할 예정이라 눈길을 끈다. ‘파워블레이드’는 한국경마 최초로 서울·부경 통합 삼관마에 올랐고 그랑프리까지 제패한 전설적 국산 경주마다. 두바이월드컵 카니발에서도 국산 경주마의 저력을 보여줬다.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경주마가 결승선 통과하면 그 경주는 끝나지만 진짜 경마산업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는 말처럼 우수 경주마가 배출되면 그 종마의 가치가 올라가고 이는 경마산업 전체의 국제경쟁력을 높여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그래서 코로나의 여파로 경마가 멈춰 경마산업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도 경마장에서는 경주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에 여념이 없고 말 생산농가들도 더욱 우수한 국산마 생산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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