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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색깔은 달라도 우승 기쁨은 똑같아요.’
두산의 2009년 입단 동기생 박건우 허경민 정수빈(이상 29)이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가을잔치에 서로 다른 색깔을 입히며 3인 3색 감동의 우승 드라마를 썼다. 공수를 겸비한 내외야의 핵이자 팀주축인 이들은 맹타와 호수비, 실책이 혼재된 가운데 역경을 이겨내고 두산의 통산 6번째 우승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우익수 박건우는 지난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의 KS 2차전에서 5-5 동점이던 9회말 1사 2루서 키움 구원투수 한현희를 상대로 끝내기 중전안타를 터뜨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지난해 SK와의 KS 부진을 한방에 날리는 통쾌한 끝내기안타였다. 경기 후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며 펑펑 운 박건우는 “지난해 KS에서 너무 못해 미안했는데 이제 1승에 보탬이 된 것 같다”고 비로소 미소를 보였다. 박건우는 지난해 23타수 1안타에 삼진 9개, 병살타 2개로 부진했다. 시즌 내내 잘 하고도 KS의 부진 때문에 패배의 책임을 자기 탓으로 돌리며 심하게 마음고생을 했다. 끝내기로 한을 풀자 경기가 술술 풀렸다. KS 3차전에선 3회 무사 3루서 브리검을 상대로 쐐기 투런홈런을 터뜨려 승기를 가져왔다. 수비에서도 강한 어깨를 자랑하며 키움의 발을 묶어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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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경민은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했다. KS 4경기에서 16타수 6안타 타율 0.375에 3타점 2도루로 맹활약을 펼치고도 KS 4차전 9회말 실책에 마음을 졸였다. 지난 26일 고척돔에서 열린 KS 4차전에서 9-8로 앞선 9회말 2사 만루서 서건창의 정면타구를 놓치는 실책을 범해 9-9 동점을 허용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시리즈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나온 어이없는 실책으로 승부는 연장으로 흘렀다. 다행히 연장 11회초 오재일 김재환의 연속타점으로 11-9로 승리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데 성공했지만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할 정도로 가슴이 철렁했다.
허경민은 경기후 “4일 잘 하고 5분 못해서 정말 힘들었다. 만약 우승을 못했으면 평생 짐이 됐을 것 같다”며 “서두르다 공이 비껴 맞은 것을 계산하지 못했다”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3년전 우승했을 때보다 훨씬 기쁘다. 대체 불가 선수들이 빠져나가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을 들었는데 우승을 해내 더 기쁘고 감동적이다”라고 말했다.
KS의 사나이 정수빈은 전매특허 놀라운 수비력으로 홈런포를 펑펑 떠뜨리는 것 이상의 맹활약을 펼쳤다. KS 4차전에서도 안타라고 생각하는 타구들을 놀라운 집중력과 빠른 발로 넙죽넙죽 받아내 두산팬들에게 감동의 박수를, 키움팬들에게 아쉬움의 한숨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정수빈은 공격에서도 허경민과 똑같이 16타수 6안타 티율 0.375에 1도루를 기록했다. 2015년 KS MVP 답게 큰 경기에서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았다. 정수빈은 “모두가 정말 잘 했다. 지난해 준우승의 아쉬움을 만회한 것 같아 정말 기쁘다”면서도 “나름 잘 하기는 했는데 임팩트가 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들 세 명은 2008년 세계 청소년선수권대회 우승의 주역으로 2009년 두산 입단 동기생이다. 정수빈이 2009년 1군 자리를 꿰차며 선두주자로 나섰고 허경민과 박건우는 일찌감치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두산 내·외야의 주역이 됐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시간이라지만 이들은 10년을 한결같이 서로 보듬고 끌어주며 두산의 ‘V6’의 특급 엔진이 됐다. 이들은 여전히 젊기에 두산 왕조의 미래가 더 기대된다.
whit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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