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송성문이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과 키움의 한국시리즈 2차전 8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번트를 시도한 뒤 타구가 바운드 되며 튀어오르자 제자리에 서 있다. 송성문은 파울로 착각해 스타트를 제대로 하지 않아 병살로 이어졌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논란은 논란, 야구는 야구. 맺고 끊음이 확실하다고 해야할까. 막말 응원 논란으로 사과 기자회견까지 한 키움 송성문이 상대 팬의 야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플레이를 했다. 강한 멘탈의 소유자라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송성문은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과 한국시리즈(KS) 2차전에 6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했다. 1-0으로 앞선 2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서자 1루 관중석과 외야를 사실상 모두 채운 두산 팬들이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이날 오전 포털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더그아웃 영상에 두산 선수들의 약점을 강조하는 막말 응원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승부의 세계에 있다보면 소속팀을 응원하기 위해 상대에게 야유를 보내는 응원을 한다. 하지만 송성문의 발언 수위는 단순한 야유 차원을 넘어 증오에 가까웠다는 게 두산 선수들의 반응이다. 평소에도 돌출행동으로 상대팀을 자극했던 사실까지 더해져 팬들의 야유가 더 거셌다.

키움 송성문이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과 키움의 한국시리즈 2차전 6회초 1사 2루로 진루한 뒤 두산 유격수 김재호를 향해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송성문은 전날 1차전 덕아웃에서 김재호를 포함한 두산 선수들을 조롱하는 막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경기 전 취재진 앞에 선 송성문은 “전날 행동에 대해 많이 반성하고 죄송하게 생각한다. KBO리그를 사랑해주시는 팬들께도 죄송하다.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도 반성할 것”이라며 “제 잘못된 행동으로 논란이 생겼다. 동료들에게도 미안하다.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키움 장정석 감독은 그를 3루수로 선발출장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엄청난 야유 속에 타석에 들어선 송성문은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우월 3루타를 때려냈다. 3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세이프 된 뒤 더그아웃을 향해 K 세리머니까지 하며 환하게 웃었다. 두산 팬들 입에서는 더 큰 야유가 터져나왔지만 키움 관중석은 환호로 뒤덮였다. 김혜성의 좌익수 희생플라이 때 홈에서 다시 한 번 슬라이딩을 한 송성문은 동료들의 환호를 받으며 금의환향했다. 2-2로 팽팽하던 6회초 1사 만루에서는 깨끗한 우전 적시타로 타점까지 추가했다. 두산 입장에서는 약이 오를 수밖에 없는 활약이었다.

키움 송성문이 2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KBO리그 두산과 키움의 한국시리즈 2차전 2회초 무사 3루타를 친 뒤 베이스를 향해 슬라이딩을 하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부끄러운 장면도 나왔다. 8회초 무사 1루에서는 희생번트 실패로 두산팬들의 환호를 이끌어 냈다. 번트한 타구가 홈플레이트 앞에서 크게 튀어 올랐는데, 심판은 페어 선언을 했다. 두산 포수 이흥련이 재빨리 잡아 2루로 송구했다. 파울이라고 착각해 스타트를 하지 않았던 송성문이 뒤늦게 달렸지만 송구가 먼저 1루에 도착했다.

이 희생번트 실패는 결과적으로 두산에 추격의 불씨를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8회말 김혜성의 실책으로 한 점 내준 키움은 9회말 마무리 오주원의 난조로 리드를 모두 잃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다. 야구는 인생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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