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박건우, 안타치고 3루까지 [포토]
두산 박건우가 7일 잠실에서 열린 KIA전 8회 타석에서 안타치고 3루까지 달려 세이프 되고 있다. 잠실|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초구와의 전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초구를 공략하는 타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라 각 팀 배터리의 경기 플랜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 모인다.

올시즌 리그 초구 타율은 0.325다. 시즌 평균 팀 타율이 0.269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지난해 리그 팀 평균 타율은 0.286였다. 초구만 따로 산출하면 0.361로 훌쩍 올라간다. KIA 김주찬 LG 이형종 두산 박건우 등 이른바 ‘초구의 사나이’가 전구단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NC 나성범은 부상하기 전까지 초구 타율이 0.563에 달했고 팀도 0.378로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팀으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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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형종이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KBO리그 키움히어로즈와 LG트윈스의 경기.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빠른 공에 강점을 보여 한때 리드오프로 낙점된 박건우는 초구 공략이 경기에 끼치는 영향을 몸소 보여줬다.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 치른 KIA와 2019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3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한 박건우는 팀의 첫 안타와 첫 득점, 경기 후반 기세를 올리는 득점에 모두 관여했다. 이날 때려낸 3개의 안타 중 2개를 초구를 공략해 만들어냈다. 박건우는 경기 후 “타격감이 괜찮은 편이라 공격적으로 타석에 임하자고 마음먹었다. 적극적으로 스윙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빠른 공에 타이밍을 잡고 스트라이크존 언저리로 날아드는 초구를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이 보기 좋게 성공한 셈이다.

타자에게 초구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모든 투수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고 싶어 한다. 특히 1회 첫 타자를 상대로 던지는 초구는 강한 공으로 기선을 제압하려는 힘이 있다. 초구에 시속 150㎞짜리 빠른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면 타자 입장에서 ‘오늘 구위가 좋은데?’라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다. 수세적으로 타격에 임할 수밖에 없어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다. 적어도 투고타저 시절에는 그랬다. 그러나 타격기술의 발전과 수 년째 이어진 타고투저 현상 탓에 타자 대부분이 빠른 공을 어려워하지 않게 됐다. 여기에 아주 단순한 논리도 초구 공략의 단초를 제공했다. 모든 투수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이다.

[포토] 나성범, 데뷔 첫 끝내기 안타
2019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12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다. NC 나성범이 9회말 무사1루 끝내기 2루타를 치고 있다.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으려면 빠른 공 계열이 유리하다. 여전히 상당 수 타자들이 ‘초구에 스윙을 해 아웃되면 아깝다’는 생각을 한다. 때문에 투수는 더 과감하게 포심 패스트볼을 초구로 선택해 스트라이크존 한 가운데를 보고 던진다. 투수 입장에서는 “1회 선두타자에게 초구에 안타를 맞아도 크게 손해볼 게 없다. 투구 수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칠테면 쳐보라는 식이다. 그러나 누상에 주자가 있거나 경기 후반 승부처로 넘어가면 기 싸움에서 ‘초구의 사나이’들이 투수들을 압박한다. 배터리 입장에서는 초구에 과감하게 배트를 내밀 수 있다는 인상만 심어줘도 선뜻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지 못한다. 초구가 볼이 되면 ‘주자를 쌓으면 안된다’는 부담이 생겨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빠른 공 혹은 가장 자신있는 변화구를 선택해야 하는 등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 타자가 심리적으로 비교 우위에 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각 팀이 젊은 투수 중심으로 재편되는 등 투수난을 호소하고 있어 타자들의 초구 공략은 하나의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한 투수를 압박할 수 있는 매우 좋은 수단이 될 수있기 때문이다. SK 염경엽 감독은 “야구는 타이밍 싸움이다. 심리전이라는 의미다. 그래서 상대가 자기 플레이를 마음껏 하지 못하도록 의식만 바꿔줘도 이길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초구의 사나이’들이 증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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