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180303
강주아오 대교는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특히 여행자에겐 마카오와 홍콩, 주하이를 연계하는 남중국 관광벨트 여행이 한층 편리해졌다.
[마카오·홍콩=글·사진 | 스포츠서울 이우석 전문기자] 얼마전 강주아오(港珠澳)대교를 건넜다. 홍콩(香港)과 주하이(珠海), 마카오(澳門)를 잇는 무려 55㎞ 세계 최장길이의 다리다. 서울시청에서 경기도 화성시청, 파주 문산읍까지 거리와 거의 같으니 실로 어마어마한 구조물인 셈이다. 원래 나는 새로운 뭔가가 생기면 호기심이 폭발하는 편이라 ‘바다 위의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강주아오 대교가 생기기 전부터 무척 궁금했다. 그래서 이번에 강주아오 대교를 건너보기 위해 일부러 마카오를 다녀왔다.난 홍콩을 일찌감치 다녀온 편이다. 이십대 때 여권을 만들고 처음 다녀온 곳이 중국 반환 전 홍콩이었다. 그때 생각이 마카오까지 다리를 놓으면 편리하지 않을까 하는 유아적 발상을 한 적 있는데, 30여년 후 그게 정말 현실로 이뤄졌다. (5000년 전부터도 그랬지만)중국 정부는 권력자가 “뭐 그렇게 해보지” 하면 다 해내는 모양새다. 샤먼에서 대만까지 다리를 놓자거나, 백두산에서 홍콩까지 고속철도를 짓는대도 가능성이 아주 없어 보이진 않는다.다리(橋)는 무언가 불편하고 고립된 것을 잇는 구조물이다. 최근 인간에게 다리(脚)가 불편하면 뭐든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얼마 전에 다리(橋)가 사람의 삶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 지도 깨달았다. 강주아오 대교 덕이다.
P1180303
65HK$(약 8500원). 페리보다 훨씬 저렴하다.
◇세상에서 가장 긴 다리를 건너다

마카오 호텔에서 투숙객 ‘이우석’을 기다리고 있었을테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내가 탄 비행기는 홍콩 첵랍콕 공항에 사뿐히 착륙했다. 예전같으면 이곳에서 부랴부랴 페리를 탔겠지만 2터미널 아래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은 입국장에서 아주 가까웠다. 세상에나. 버스를 타고 중국(주하이)과 마카오를 간다니…. 놀라운 경험을 앞두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P1180303
강주아오 대교앞 터미널에서 입경 수속을 마쳐야 한다. 공항보다 간단하다.

2터미널 앞에서 바로 버스를 타면 마카오까지 가는 것은 아니었다. 다리 앞에 신설된 출입경버스 터미널까지 가서 전용대중교통버스(HZM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홍콩 시내와 마카오 시내를 서로 잇는 원버스, 홍콩-마카오 익스프레스 등 다른 육상교통편도 있지만 공항에선 HZM버스가 편리하다.

P1180303
강주아오 대교를 건너 홍콩과 마카오를 오가는 HZM버스. 운전석 위치도 중국식 체계를 따랐다.

공항이 있는 란타우 섬에서 10여분 달리자 바로 HZM터미널이다. 홍콩도 마카오도 아닌 중국 특유의 뭔가 널찍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커다란 건물이 나타났다. 이곳에서 마카오 터미널까지 약 30분 정도 걸린다. 노란색 2층 버스가 서 있다. 탑승 후 바로 시내버스처럼 출발한다. 버스는 인공섬을 잇는 해저터널을 지나 드디어 교각이다. 모든 사람들이 창밖을 보고 있고, 또한 모든 사람들이 말을 하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평소 조용하다는 일본인들도 많이 탔지만 별수 없다. 세계 최장 대교를 지나는 소감을 나누고 있다.

가는 동안 풍경은 별것 없다. 페리를 탄 것처럼 바다만 보인다. 다만 앞 창문으로는 승용차와 역시 노란색 버스가 이따금 스치는 것이 보여 해상대교로 달리는 것을 실감케한다. 기분은?. 서해대교를 타고 한동안 졸았는데도 역시 서해대교인 느낌이다.

P1180303
강주아오 대교를 건너는 동안 2층 버스를 타면 망망 남중국해만 보인다.

역시 아직은 아무 것도 없는 마카오 터미널에 도착했다. 40분이면 사실 페리(약 1시간)와는 별반 차이가 나지않는다. 하지만 역시 육상 교통로는 편리하다. 물안개가 끼거나 파고가 높은 날에도 씽씽 달린다. 멀미가 있는 사람에겐 최고의 대안이다. 야간에는 운항이 종료되는 페리에 비해 HZM버스는 24시간 운항한다. 언제라도 버스에 몸을 싣고 ‘여의도 가듯’ 갈 수 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하다. 편도 기준 60HK$(약 8500원)에 갈 수 있지만 페리는 170~270HK$(약 2만2000~4만원)이다. 4인 가족이면 최대 12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 왕복하면 20만원이 넘는다. 이렇게 특급호텔 하루 숙박비가 남는다. 출입경 수속도 간단하다. 짐 검사 후 티켓과 여권만 보여주면 된다.

P1180303
강주아오 대교를 건너 도착한 마카오 터미널.

도착하니 바로 마카오다. 이렇게 홍콩과 마카오는 단단히 묶인 하나의 연결 여행지가 됐다. 늘 변신하는 도시 마카오의 화려한 즐거움과 홍콩 특유의 서정성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게 됐다. 여행자로선 무척 즐거운 일이다.

강주아오 대교
세계 최장 다리 강주아오 대교. 제공 | 중국강주아오대교운영공사

◇라스베이거스 워너비 마카오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 동서양을 대표하는 세계 열강의 ‘도박 도시’로 알려졌다. 하지만 빙빙 돌아가는 슬롯머신의 이면에는 다양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컨벤션 중심 도시 건설이라는 공통 키워드가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들 두 도시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P1180364
마카오. 매일 변신중이다. 시티오브드림 그랜드하얏트 옥상에서 바라본 MGM.

P1180414
매일 변신 중인 곳이 마카오다.

P1180414
매일 변신 중인 마카오

마카오는 한때 암울했다. 본국 반환 전 가본 마카오는 정말 어두웠으며(도시에 가로등 조차 별로 없었다) 버드나무 가로수 역시 을씨년스러운 풍경에 일조했다. 남루한 옷차림의 도박꾼들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2달러 짜리 동전을 달라고 접근했다.

지금은 완전히 분위기가 다르다. 세계 각국의 랜드마크를 닮은 건물이 서로 이어졌고 그앞에는 화려한 분수가 음악에 맞춰 솟아오른다. 곳곳에 공연과 미식의 향연이 기다리고 있다. 물론 그 뒷편에 번쩍번쩍한 불빛의 카지노가 돈 공장처럼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번영을 누릴 수 있다.

P1180414
마카오 명물 육포.

하늘과 맞닿은 수영장과 레스토랑에서 휴식을 즐기다 ‘시내 구경’을 나서면 된다. 마카오는 홍콩에 비해 면적이 많이 작기 때문에 신도시 타이파 섬까지 간대도 택시요금 2만원 이하 정도의 요금이 나온다. 물론 호텔마다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으니 이를 타도 된다.

P1180414
마카오 성 바오로 성당. 세인트 폴 성당이라고도 한다.

시내 구경은 간단하다. 관광지라 해야 별 것 없다. 원 도심에는 세나도 광장과 성 도미니크 성당, 성 바울 성당이 있다. 흑백 타일로 무늬를 만들어놓은 포르투갈 식 길바닥이 인상적이다.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오랜 골목도 재미있다. 곳곳을 둘러보며 여러 맛난 음식을 맛보는 미식 투어를 추천할만 하다. 오랜 식민 생활을 보낸 마카오는 융복합 문화의 도시, 중국 광둥의 화려한 식재료가 포르투갈의 해양성 문화와 만나 특유의 개성있는 음식문화를 만들어냈다.

P1180414
마카오 길거리 음식 주빠바오.

거리에선 에그타르트, 육포, 주빠바오(중국식 돼지고기 햄버거), 소내장어묵카레 등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주전부리를 맛볼 수 있으며, 각각 대형 호텔 내에선 유럽보다 합리적 가격으로 파인다이닝을 즐길 수 있다.

P1180414
마카오 원도심 골목투어.

이마저도 귀찮으면 그저 호텔에서 놀면 된다. 사실 마카오에서 가장 좋은 곳은 호텔이다. 최근 몇년 전부터 세계 유수 호텔이 이 좁은 반도와 섬을 빽빽히 채우고 있다.

P1180414
엔터테인먼트 도시 마카오의 하루 일정은 호텔 중심으로 이뤄진다.

곳곳에 “쿵쾅쿵쾅, 당당당당, 공공공공” MRI검사 받을 때 같은 소음을 내는 공사 현장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마카오 반도는 리뉴얼이 한창이며 타이파 섬은 신개발 위주라는 점이다.

P1180414
마카오 원도심 성 바울 성당 아래 골목. 바닥 타일은 포르투갈 풍이다.

세계 5대 복합리조트로 꼽히는 시티오브드림 마카오는 그랜드 하얏트 마카오, 모르페우스, 누와, 더카운트다운 등 4개 호텔이 연결된 엔터테인먼트 복합리조트다. 지하에는 명품 쇼핑몰과 카지노, 20여 개의 레스토랑이 몰린 ‘건물 속 거리’로 이어진다. 또한 엔터테인먼트를 내세운 리조트 답게 시그니처 공연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를 공연 중이다. 수영장 5개 이상 규모의 수중 무대에서 완성도 높은 공연과 조명, 음향을 펼친다.

시티오브드림이 보유한 여러 호텔 중 그랜드하얏트 마카오는 야외 수영장과 키즈클럽 등 부대시설이 매력적인 곳이다. 호텔천국 마카오답게 편안한 객실과 서비스를 내세운다. 교통도 편리하다. 주변에는 걸어서 갈 수 있는 코타이 옛마을 타이파 빌리지가 있다. 지하로 이어진 쇼핑몰을 따라가면 MGM그랜드, 베네시안, 윈 팰리스, 파리지앵 등 인근의 또다른 호텔 지역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코너에 묵으면 창문으로 윈팰리스 음악분수쇼가 그대로 내려다 보인다.

P1180674
강주아오 대교 개통으로 세계적 미식도시 홍콩과도 연계하기 편해졌다.

P1180674
홍콩의 밤거리. ‘별들이 반짝이지는’ 않았다.

P1180674
몽콕 야시장.

P1180674
홍콩에는 다양한 음식문화가 있다.

◇미식도시 홍콩까지 연계한 관광벨트

다시 남중국해를 건넜다. 이번엔 다리가 아니라 배였다. 터보젯 페리는 홍콩~마카오의 전통적 이동 수단이다. 홍콩에 오기 전 영화 ‘추룡’을 봤다. 낡은 빌딩 사이로 빨래를 펄럭이며 날아오르는 비행기, 즉 악명높은 도심 공항 카이탁이 있던 시절을 다뤘다. 영화 속 락 경감(유덕화 분)과 오세호(견자단 분)이 어둠의 세계를 주름잡던 그 배경 까우롱(九龍) 터미널에 배가 닿았다.

홍콩에선 무조건 먹기로 했다. 커플, 가족, 홀로 여행객 어느 누구에게도 현명한 선택이란 생각이 든다. 세계 미식의 수도로 불리는 곳이니 말이다.

P1180674
홍콩 센트럴.

아침이면 일어나 연장(치아)을 열심히 닦고, 가능한 속을 팽창시켜 보다 많은 음식을 욱여넣을 준비를 마쳤다. 물론 다양한 국수와 딤섬을 파는 곳을 동선으로 연결시키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P1180674
홍콩은 세계 관광도시 순위에서 최근 1위를 차지했다.

홍콩에선 알아야 잘 먹는다. 국제도시지만 맛집은 외국인에게 그리 호락하지 않다. 예를 들어 홍콩 3대 딤섬집으로 불리는 룩유티우스(陸羽茶室) 메뉴판에서 우류사춘권(牛柳絲春券)은 그나마 예측이 가능하지만 운퇴반룡반(雲腿蟠龍班)이나 연자용향종(蓮子蓉香 米+宗)은 아예 ‘와이파이 비밀번호’처럼 전혀 모를 말이다. 번역기를 돌리면 더욱 어이가 없다.

P1180674
홍콩 식당. 미리 공부하고 가면 더욱 맛있는 여행이 가능하다.

P1180674
홍콩 골목풍경.

이럴땐 그림으로 외워야 한다. 인스타그램 등 SNS 상에는 올려놓은 수많은 사진이 있는데 친절한 사용자가 올려놓은 사진을 그대로 보여주면 된다. 손님도 종업원도 편하다. 이런 행위가 부끄러워 아무거나 추측해서 주문하면 비썩 마른 비둘기나 원치않는 닭발 만두 같은 것을 먹을 수도 있다.

P1180674
서정적 분위기가 넘쳐나는 도시 홍콩.

여름 출장에 센트럴 쪽을 많이 돌아다녔으니 이번엔 외곽으로 돌았다. 특히 새로운 미식 타운으로 부상하고 있는 삼수이포(深水 土+步)를 찾았다. 까우롱 북부 MTR삼수이포 역에 내리면 널찍한 거리가 펼쳐진다. 몇몇 휴대폰 가게나 프랜차이즈 간판을 빼면 영화에 등장해도 될 만큼 60~70년대에서 멈춰진 풍경이 다.

P1190092
옛 홍콩 분위기가 오롯이 살아있는 삼수이포.

P1190092
삼수이포 재래시장. 홍콩은 덥지만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한국보다 낫다.

P1190092
삼수이포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팀호완.

재래시장과 전자상가, 철공소 골목이 함께 있는 곳, 이곳에 값싸고 맛있는 집들이 많다. 특히 유명한 곳은 바로 팀호안(添好運). 공구 상가 한 켠에 위치한 작은 딤섬집이다. 이른바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으로 불리는 곳이다. 다이파이동(노점)으로 시작해 미쉐린 레드가이드 북으로부터 별을 받았다. 5000~6000원 정도의 낮은 가격과 더 낮은(?) 서비스에 열광하며 많은 외국인이 이 외진 곳까지 찾아오고 있다. 여러 메뉴가 불티나게 팔리지만 난 피단 죽과 샤롱바오가 특히 맛있다고 느꼈다.

P1190092
팀호완 죽.

P1190092
팀호완 돼지고기만두.

홍콩 최대 매출법인인 ‘자키클럽(HongKong Jocky Club)’과 경마장이 위치한 샤틴에 숙소를 잡으면 한결 여유롭다. 센트럴이나 침사추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외지지만 그래서 홍콩주민의 삶과 유사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샤틴에는 주거 지역과 하얏트리젠시 등 약간의 상업 지구, 그리고 중화대학교가 있다. 이 지역은 좁고 수직적인 홍콩의 스카이 라인이 아니라 보다 널찍하고 여유롭다.

P1190187
샤틴 쪽에 묵는다면 센트럴이나 침사추이와는 또다른 분위기의 홍콩을 만날 수 있다.

P1190187
다이파이동은 음식도 손님도 모두 현지식 그대로다.

P1190187
다이파이동은 음식도 손님도 모두 현지식 그대로다.

이 지역은 시내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든 다이파이동(大牌 木+堂)이 나온다. 어려운 시절 퇴직 공무원에게 허가를 내줬던 다이파이동은 이제 사라져가고 있다. 직계 상속 이외엔 허가권을 판매할 수 없다. 덕분에 맛있는 집만 살아남았다. 포탄(火炭)역에서 개천을 따라가면 다이파이동 더키(德記)가 나온다. 커다란 천막을 치고 우리네 포장마차 식 영업을 한다. 로컬푸드 위주로 팔고 손님들 역시 현지인 일색이다. 바지락볶음이나 차오판(炸飯), 닭발, 문어입 볶음 등이 맛있다. 미식으로 느끼는 포만감은 홍콩여행의 미덕이다.

demory@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