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에드가
대구FC 공격수 에드가가 31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FA)컵 4강 전남 드래곤즈와 원정 경기에서 전반 선제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광양=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1부 잔류가 유력한)리그는 잊었다. 이 경기만 집중하자고 했다.(안드레 대구 감독)”

“리그에서 계속 하위권에 있어 선수들 몸이 경직돼 있다. 오늘 털어내자고 했다.(김인완 전남 감독대행).”

킥오프 전 양 팀 수장의 표정서부터 심리적 차이가 느껴졌다. 그라운드 선수들의 경기력도 마찬가지다. 한쪽은 조급하고 쫓기는 듯했고, 다른 쪽은 움직임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차 보였다. 결국 웃은 건 대구였다. 대구는 31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FA컵 4강 전남과 원정 경기에서 에드가와 김대원의 연속골로 2-1 신승했다. 10년 만에 이 대회 4강에 오른 대구는 창단 첫 결승 진출까지 성공하면서 새 역사 창조에 도전하게 됐다. 반면 2007년 이후 통산 4번째 우승에 도전한 전남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FA컵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양 팀 사정은 180도 달랐다. 한때 강등권 탈출 싸움을 한 양 팀이나, K리그1 4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대구는 승점 42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벌여야 하는 11위 전남(승점 32)과 승점 격차를 10으로 유지하며 7위에 매겨졌다. 앞으로 1승만 더하면 자력으로 1부 잔류를 확정한다. 반면 전남은 최근 리그 2연패 수렁에 빠져 있었고, 사흘 전 상주와 홈경기 0-1 패배로 뒤숭숭했다. 나란히 주말 35라운드를 치러야 하는 가운데 이날 선발진만 봐도 현재 팀 상황이 엿보였다. 전남은 수문장에 박대한을 투입한 것을 비롯해 상주전 선발진과 비교해서 무려 9명이나 바뀌었다. 강등 탈출의 분수령인 주말 강원 원정 경기를 대비할 수밖에 없었다. 대구는 인천과 34라운드에 나선 선수 대부분이 선발진에 포진했고, 경고 누적으로 빠졌던 핵심 외국인 공격수 세징야와 에드가까지 총출동했다.

킥오프 2분 만에 전남이 김경민의 중거리슛을 앞세워 거세게 대구를 몰아붙였지만, 대구는 침착하게 맞섰다. 전반 10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남 골키퍼 박대한이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다급하게 공을 걷어내려다가 실수를 저질렀다. 공은 멀리가지 못했고 오른쪽 터치라인에 선 에드가 발에 떨어졌다. 에드가가 박대한이 전진한 것을 보고 전남 골문 왼쪽을 가르는 절묘한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당황한 전남은 2선 라인을 끌어올려 반격에 나섰지만 3분 뒤 다시 일격을 당했다. 대구의 전진 패스가 전남 수비 발에 맞고 굴절돼 페널티박스 왼쪽으로 흘렀다. 대구 김대원이 달려들어 정확한 오른발 감아 차기 슛으로 두 번째 골을 해냈다. 전남은 이후 여러 차례 공세를 펼쳤으나 문전에서 세밀한 마무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전히 다급했다. 윤동민의 헤딩 등 결정적인 슛도 있었으나 대구 조현우 골키퍼 선방에 가로막혔다. 반대로 대구는 공수에서 톱니바퀴처럼 움직이며 전남을 괴롭혔다.

결국 김인완 전남 감독대행은 후반 허용준, 이상헌 등 주전 공격수를 연이어 투입했다. 후반 14분 이상헌이 문전에서 멋진 왼발 터닝슛으로 만회골을 터뜨렸다. 그러나 추격은 딱 거기까지였다. 후반 23분 핵심 미드필더 한찬희가 부상으로 실려 나가며 오름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전남이 일부 주전을 벤치에 두는 등 초반 적극적으로 승부를 걸지 못한 게 패인이 됐다. 심적으로 한결 여유를 두고 하던 대로 경기를 펼친 대구의 승리였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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