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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스트라이크존 논란은 야구가 평생 안고 가야하는 숙제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심판을 보는 한 언제라도 스트라이크존과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KBO리그도 마치 연례행사처럼 매 시즌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논란이 일어난다. 타고투저가 극심한 최근에 특히 스트라이크존 수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이렇다할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스트라이크존 수정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야구위윈회(KBO)와 KBO 심판진은 지난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이후 스트라이크존을 국제규격에 최대한 맞추겠다고 발표했다. ‘투수지옥 타자천국’ 리그에서 투수들에게 살 수 있는 공간을 주고 WBC에서 상대 투수에게 당했던 스트라이크존 위아래를 넓혀야 한다고 합의를 이뤘다. 그런데 지금까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심판들은 방송사의 스트라이크존 그래픽을 두고 하소연한다. 홈플레이트 좌우에 꽉차게 걸쳐있는 방송사의 스트라이크존이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KBO 관계자는 “심판들이 존에 변화를 주고 싶어도 방송사 스트라이크존을 의식해 최대한 타이트하게 잡으려 한다. 가상의 그래픽일 뿐인데 시청자들이 실제 스트라이크존이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심판도 어쩔 수 없이 그래픽을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ML)의 경우 KBO리그보다 몸쪽은 엄격하게 바깥쪽은 후하게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린다. 스트라이크존 위아래도 KBO리그보다 넓다. 타자들의 부상 방지는 물론 투수들이 존을 넓게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KBO리그에선 이렇게 스트라이크존을 통해 경기 스타일에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다. 변화를 꾀하기 위해선 방송사의 스트라이크존 그래픽부터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두산 김태형 감독도 지난 8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방송사 스트라이크존을 1cm씩 옆으로 넓혔으면 좋겠다”고 입을 열며 “방송에서 보여주는 스트라이크존이 좁다. 직구의 경우는 존을 벗어난 공은 빠졌다고 볼 수 있지만 변화구는 (카메라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다. 위아래보다는 양옆으로 존을 조금 넓힐 필요가 있다. 시청자들에게는 보는 재미를 주지만 심판들의 판정에도 영향을 준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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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 공식홈페이지 문자 중계인 ‘게임데이’를 보면 한국 방송사 스트라이크존 그래픽과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규정에 입각한 스트라이크존, 그리고 이보다 다소 큰 사각형을 더했다. 스트라이크존 영역을 넓혀 판정에 여유를 둘 수 있게 만들었다. ESPN 미국 전국중계 경기서도 이와 비슷한 스트라이크존 그래픽을 중계 방송에서 활용한다.
심판마다 스트라이크존의 차이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격에 앞서 영점을 조절해야 하는 것처럼 심판마다 신장이 다르고 초점을 이루는 눈과 눈 사이의 거리도 다르다. 심판마다 고유의 ‘스트라이크존’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도 이를 인정하며 전력분석 미팅에서 주심에 따른 스트라이크존의 차이를 설명한다. 그렇다고 말도 안 되게 빠진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스트라이크존 수정을 통한 타고투저 완화와 국제무대 적응이 KBO리그 전체의 ‘과제’라면 방송사도 이에 맞춰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ML 게임데이와 같이 현재 스트라이크존보다 조금 더 큰 사각형만 덧붙여도 심판이 스트라이크존으로 받는 중압감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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