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글·사진 이주상기자]

생명의 서(書)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을 다 짐 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케 될지니

햐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砂丘)에 회한(悔恨)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 유치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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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이주상기자 rainbow@sportsseoul.com

유치환의 시 ‘생명의 서’다.

생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담아낸 시다. ‘병든 나무’는 현실에 대한 절망과 힘듬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아라비아 사막’또한 사막이라는 특정 장소를 지칭하며 인생의 고행과 역경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어떠한 난관이라도 극복하려는 인간의 힘찬 의지를 담아내며 끝을 맺고 있다.

햄릿의 독백 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그것이 내 운명이라면 그 운명의 모가지를 꺽어버리겠다’라는 구절이 떠오른다.

힘든 여정의 인생, 한발자욱 떨어뜨리고 보면 한결 여유로워 질 것이다. 하지만 여유와 함께 긍정적인 사고방식과 건강한 의지도 병해해야 할 것이다. 마냥 좋은 일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

꽃잎속의 새생명. 앞에 힘든 여정이 펼쳐지겠지만 그래도 꽃을 피우는 것처럼.

rainbow@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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