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Synchronized Swimming)은 최소 한 명에서 최대 10명의 선수들이 물 속에 뛰어들어 연기하는 종목이다. 리듬체조나 피겨처럼 기술과 예술 점수를 같이 심사하는데 올림픽엔 아직 여성들만 출전할 수 있다. 두 명이 한 팀이 되는 ‘듀엣’이나, 8명이 군무를 하는 ‘팀’, 10명이 나서는 ‘콤비네이션’ 종목은 멤버간 동작의 일체성이 중요하다. 그래서 영어로 ‘동시에 움직이는’이란 뜻의 싱크로나이즈드가 종목 이름에 붙었다.
반면 한국에선 ‘수중 발레’로 곧잘 불린다. 물에서 하는 발레란 의미다. 선수들이 코마개를 하고 연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지난달 국제수영연맹(FINA)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총회를 열어 이 종목 이름을 바꿨다. 싱크로나이즈드를 빼고 ‘예술적인’이란 뜻의 아티스틱(Artistic)이 들어갔다. 이 종목 최강 러시아의 강력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중이 이해하기 쉽고 인기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세계선수권에선 혼자 연기하는 ‘솔로’도 있어 아티스틱이 더 어울린다는 견해도 있다.
어쨌든 이 종목에서 최근 주목받는 유망주가 탄생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던 2년 전 대한수영연맹이 발탁하는 꿈나무에 최연소로 발탁됐고, 지난해 전국수영대회 등 전국 규모 4개 대회에서 한 살 언니들을 제치고 초등부 솔로 종목 우승을 휩쓴 허윤서(12·숭의초) 양이 주인공이다. 허 양은 올해는 물 건너 미국에서 자신의 기량을 인정받았다. 어린 선수들이 참가해 겨루는 주니어 올림픽 남부예선에서 1위를 차지했고, 본선에선 규정과 프리 두 종목에서 모두 2위에 올랐다.
|
|
지난 22일 저녁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서울체고 수영장에서 만난 허 양은 전신 거울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여러 동작을 펼쳐보이고 있었다. 그는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서울 반포동 자택에 오질 않고 중간 지점에서 어머니 차상희 씨를 만나 곧장 방이동으로 향한다. 오후 5시부터 한 시간 30분 체력 등 지상 훈련을 한다. 이후 오후 6시30분부터 9시까지 물에서 연습을 이어간다. 방학 땐 3주간 미국에 가서 주니어 올림픽을 준비하고 참가한다. 초등학생에겐 고된 일정이다.
그러나 허 양은 생글생글 웃으며 “연습하고 대회 나가는 게 즐겁다. 그래서 그렇게 힘들진 않다. 안 되던 동작이 하나씩 될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다. 대회를 마치면 성취감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만 2세부터 발레를 배웠다. 이어 6살 때 수영을 시작했다. 차상희 씨는 “딸이 7살 때 수영이랑 발레를 했으니까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을 해보면 어떨까. 여자 아이라서 이 종목을 하면 더 예쁠 것 같았다. 자발적으로 클럽을 물색해서 시작했고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허 양은 “처음엔 수영장 저 깊은 곳엔 뭐가 있을까란 호기심 때문에 재미를 붙였다”고 했다.
허 양의 강점으론 ‘수위’가 꼽힌다. 수중 발레에선 상체 연기를 하든, 하체 연기를 하든 물 위로 올라오는 몸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가를 중요하게 본다. 그를 지도하고 있는 최유진 코치는 “수위와 더불어 끈기와 지구력이 있어 꾸준하게 실력이 올라가는 게 보인다. 중학생 선배들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기량을 갖고 있다. 몸의 유연성이나 예술적인 표현력이 아쉽지만 성장하면서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예쁜 얼굴과 수중발레에 타고난 몸매, 어릴 때부터 발레와 수영을 하면서 갖춘 잠재력도 빼 놓을 수 없다.
|
|
수중 발레의 세계 최강은 러시아다. 지난 달 세계수영선수권에서 이 종목 금메달 9개 중 7개를 쓸어담았다. 하지만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중국과 일본이 팀과 듀엣에서 두 종목에서 나란히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고, 북한도 세계 10위 이내에 드는 등 아시아 선수들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허 양은 “일단 만 15세가 지나 국가대표부터 되고 싶다. 그 다음엔 국제대회 입상도 하고 싶다. 먼 미래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도 하고 싶다”며 자신의 미래를 착착 설명했다.
한국 스포츠는 2000년 이후 몇몇 불모지 종목에서 세계의 벽을 넘고 있다. 피겨 김연아가 올림픽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하나씩 땄고, 손연재는 리듬체조에서 올림픽 4위를 기록했다. ‘아티스틱 스위밍의 김연아’를 꿈꾸는 허윤서가 그 바통을 이어받을지 지켜볼 일이다.
silva@sportsseoul.com
기사추천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