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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상한 그녀’의 나문희와 심은경(오른쪽). 제공|CJ엔터테인먼트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더니!’

나이를 거스른 배우들의 열연이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성인 뺨치는 아역들의 활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동심으로 돌아가 아이의 모습을 연기하는 성인 연기자들은 그동안 숨겨놨던 연기 내공과 깊이를 과시하고 있다. 아역과 성인 배우들이 제 나이를 뛰어넘는 연기와 캐릭터로 선의의 대결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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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역 진지희가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파격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제공|JTBC

◇성인 뺨치는 아역들
영화 ‘써니’와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두각을 보였던 아역 스타 심은경은 영화 ‘수상한 그녀’로 아역 연기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었다. 올해로 딱 스무 살이 된 그는 ‘수상한 그녀’에서 보통 성인도 아닌 할머니 연기를 맛깔나게 펼쳤다. 극 중 오말순(나문희)이 영정 사진을 찍겠다며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은 뒤 갑자기 외모만 50년이 젊어져 내면은 70대 할머니이면서 외모는 스무살 꽃띠 청춘이 돼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오두리’ 캐릭터를 그렸다.

그동안 많은 아역 스타가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흡입력 높은 연기로 시선을 끌었다면 심은경은 아예 ‘나문희 저리 가라!’고 할 만큼 구성진 할머니 연기를 펼쳤으니 가히 나이 파괴 연기의 압권이다.

그런가 하면 아역 진지희(15)는 귀여운 이미지를 완벽하게 벗어 던졌다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귀여운 빵꾸똥꾸 캐릭터로 팬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뒤 MBC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에서는 철부지 민화 공주 아역으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했던 그가 방영 중인 JTBC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임신한 중학생 세라 역할로 파격적인 연기를 펼치고 있다. 극 중 세라는 엄마인 지현(최정윤)에게 거침없이 독설을 퍼부으며 날 선 신경전을 펼치다가도 임신한 사실을 말하기 두려워하는 고민 많은 사춘기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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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화이’.

‘해품달’에서 눈에 띄는 멜로 연기를 했던 여진구도 중학생임에도 웬만한 성인 배우와 어깨를 견줄 만큼 탄탄한 실력을 자랑한다. 특히 지난해 영화 ‘화이’를 통해 몰라보게 성숙한 연기력을 보여주며 주연 배우로 발돋움한 그는 현재 조인성이 출연을 검토하던 제작비 200억원의 대작 영화 ‘권법’에 당당하게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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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지호가 오는 22일 첫 방송하는 KBS2 새 주말극 ‘참 좋은 시절’에서 7세 지능을 가진 강동옥 역으로 눈길을 끌 전망이다. 제공|KBS

◇아이로 돌아간 어른 배우들
10대 배우가 성인 연기로 혀를 내두르게 한다면 성인들은 동심으로 돌아가 눈길을 끈다. 방영 중인 KBS2 일일극 ‘천상여자’에서 교통사고로 지능이 7세 수준이 된 재벌 2세 서우현 역을 맡은 최재원, SBS 일일극 ‘잘 키운 딸 하나’에서 아스퍼거증후군이라는 일종의 발달장애가 있는 장하명 역의 김민영 등이 그렇고, 지난해 인기를 끈 KBS2 ‘굿닥터’의 주원은 서번트 증후군임에도 순수한 아이의 동심으로 의술을 펼치는 모습으로 훈훈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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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굿닥터’의 주원(왼쪽)과 문채원.  제공|KBS

오는 22일 첫 방송하는 KBS2 새 주말극 ‘참 좋은 시절’에선 김지호가 4년 만에 컴백하면서 남자 주인공 강동석(이서진)의 쌍둥이 누나이자 어린 시절 사고 후유증으로 7세 지능을 갖게 된 강동옥 역을 맡는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사투리 연기에도 도전한다.

드라마 관계자는 “발랄하고 경쾌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김지호가 ‘순수 동옥’에 100% 녹아든 모습으로 색다른 ‘국민 누나’ 애칭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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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상한 그녀’. 제공|CJ엔터테인먼트

◇나이 거스른 연기 도전, 왜
나이를 넘나드는 배우들의 활약에 대해 한 연예 관계자는 “작품의 소재가 부족하고 캐릭터가 뻔해지면서 눈길을 끌 수 있는 소재와 캐릭터를 고민한 결과, 제 나이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많이 다뤄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런 모습이 비현실적인 상상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실제로 현실에서 있을 수 있는 삶도 있기에 더욱 진지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아닐까 싶다”면서 “배우 입장에선 자신의 연기력을 스스로 입증하고, 연기 진폭을 넓히기 위한 기회와 도전으로 여기고 있다. 결국, 제작자와 배우 양쪽 모두가 ‘윈윈’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조성경기자 ch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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