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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동계 올림픽의 시즌이다. 다음달 7일부터 3월3일까지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제22회 동계 올림픽은 우리를 하얀 눈과 빙판의 세계로 인도할 것이다. 그러나 동계 올림픽의 생생한 체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소치라는 러시아의 도시가 주는 감흥은 적을 수 밖에 없다. 단순히 텔레비전으로 동계 올림픽을 보는 것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도 있는 법이다.
자신이 직접 동계 올림픽 출전 선수가 된 듯, 생생한 체험을 해볼 수 있는 곳은 없을까? 그런 고민이 든다면,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BC) 주에 위치한 밴쿠버와 휘슬러가 ‘정답’이다. 바로 어제처럼 생생한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의 기억을 되돌리는 동시에 내가 마치 ‘스키 여제’ 린지 본이 된 듯한 ‘스피드’를, 한국 봅슬레이 대표팀의 ‘스릴‘을, 유럽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크로스컨트리 선수가 된 듯한 ‘전율’ 을 되새기고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캐나다 BC주는 지난 4년 전의 ‘유산’을 잘 간직하고 있어 동계 올림픽을 직접 체험해보길 원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장을 제공한다.
◇휘슬러·블랙콤, 스키·스노보드의 ‘알파’이자 ‘오메가’
BC에서 ‘겨울’을 느끼려면 망설이지 말고 달려가야 하는 곳이 휘슬러다. 밴쿠버 북쪽 120㎞거리에 위치한 휘슬러는 세계적 유력 매체 여럿이 북미 지역 최고의 스키 리조트로 선정한, 명실상부 겨울 스포츠의 천국이다. 밴쿠버 시내에서 99번 해안도로 ‘시투스카이(Sea to Sky) 하이웨이’의 ‘천하절경’을 따라 2시간 남짓 이동하면 해발 2000미터 급의 휘슬러 마운틴과 블랙콤 마운틴 스키장에 닿는다. 이 두 곳은 쌍둥이처럼 마주보고 있고, 한장의 리프트권으로 오갈 수 있다. 두 산이 맞닿는 중앙 계곡에는 휘슬러 빌리지를 중심으로 빌리지 노스, 어퍼빌리지, 크릭사이드 등 4개 구역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리조트 단지가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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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물론 좋은 스키장이 많다. ‘굳이 외국에 가서 스키를 탈 이유가 있냐’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휘슬러-블랙콤 스키장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직접 가서 이 곳을 체험해 본 기분을 운동 선수의 그것으로 비유하자면 야구선수가 뉴욕 양키스에 입단하는 것, 축구선수가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는 것에 견줄 수 있다. 이곳에서의 스키·스노보드 체험은 모든 면에서, 어떤 대상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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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스키장 규모에서 입이 딱 벌어지게 한다. 스키 가능 넓이는 약 1388만4360㎡, 슬로프는 200개, 리프트 37개, 고속 곤돌라 3개, 최장 코스는 무려 11㎞에 이른다. 일주일 내내 스키를 타도 똑같은 슬로프를 거치지 않을 만한 규모다. 연평균 강설량이 10m를 넘기에 설질 또한 ‘레벨’이 다르다. 혹자는 ‘양탄자’에 빗대기도 한다.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는 스키장의 넓이가 약 100만㎡ 정도이고, 슬로프가 가장 많다는 용평 스키장이 총 14대의 리프트, 슬로프 3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휘슬러-블랙콤의 위용을 실감할 수 있다. 휘슬러-블랙콤은 11월부터 이듬해 6월초까지 개장한다.
◇‘내가 쿨러닝의 주인공!’ 봅슬레이·스켈레톤을 직접 즐긴다
1993년 개봉한 코미디영화 ‘쿨러닝(Cool Runnings)’은 지난 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자메이카 봅슬레이 선수단의 실화를 다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봅슬레이가 낯선 종목인 것은 비단 자메이카 뿐이 아니다. 유감스럽게 아직 국내에서도 ‘쿨러닝’의 감동을 몸으로 직접 체험해 볼 장소는 없는 실정이다. 최근 한국이 아시아의 봅슬레이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긴 하지만 경기장 시설은 없다. 2018 평창 올림픽 직전에야 경기장이 생길 예정이다.
휘슬러에서는 일반인도 쉽게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을 체험해 볼 수 있다. 지난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 썰매 종목 경기가 열렸던 휘슬러 슬라이딩 센터가 ‘꿈’을 이뤄줄 장소다. 직접 봅슬레이나 스켈레톤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휘슬러 슬라이딩 센터 홈페이지(www.whistlerslidingcentre,com)를 통해 미리 예약만 하면 된다. 봅슬레이 체험 요금은 일인당 169캐나다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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봅슬레이를 타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우선 봅슬레이 체험에 앞서 센터 내에서 10분 가량의 간략한 시청각 교육을 받게 된다. 그리고 헬멧을 쓰고 4인승 봅슬레이에 몸을 실으면 된다. 일반인의 안전을 위해 전문 드라이버가 함께 탑승한다. 드라이버가 앞에 타고 3명의 일반인이 뒤에 앉은 상태에서 봅슬레이 체험이 이뤄진다. 일반인이 체험하는 코스는 1198m 가량이다. 봅슬레이 최고 시속은 120~130㎞, 체험 시간은 약 40초 남짓. 봅슬레이를 타고 얼음 트랙을 질주하면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롤러코스터와는 또다른 종류의 스릴이 온몸을 짜릿하게 한다. 가슴속에 몰래 담아온 올림픽의 꿈이 현실이 될 때 느껴지는 벅찬 감정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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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스릴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1인승 종목인 스켈레톤이 기다린다. 스켈레톤은 최고 시속이 100㎞로 봅슬레이보다 느리지만 머리를 정면으로 향하고 엎드린 자세로 혼자 타기 때문에 봅슬레이보다 더 큰 쾌감과 스릴을 경험할 수 있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체험을 마치면 휘슬러 슬라이딩 센터 측에서 과정을 수료했다는 인증서를 준다. 인증서를 품에 안으면 올림픽 출전 선수가 된 듯, 올림픽 메달을 받아든 듯 잠시 우쭐함이 생긴다.
◇‘설원의 이봉주가 되어보자’ 크로스 컨트리도 쉽게 체험
크로스컨트리는 눈 쌓인 산이나 들판을 스키를 신고 걷는 경기로 ‘설원의 마라톤’으로 불리며 동계올림픽 종목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이다. 또 크로스컨트리와 사격이 결합된 바이애슬론은 유럽 최고의 동계 스포츠로 꼽힌다. 아쉽게도 한국에서 크로스컨트리나 바이애슬론을 일반인이 체험해볼 기회를 갖는 건 여전히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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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밴쿠버 동계 올림픽 당시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스키점프 등의 경기가 열렸던 휘슬러 올림픽 파크(www.whistlerolympicpark.com)에 가면 크로스 컨트리 올림픽 코스를 경험할 수 있다. 크로스컨트리 경험이 없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전혀 없다. 초보자를 위한 다양한 일일 레슨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총 5시간 동안의 크로스컨트리 체험, 휘슬러 빌리지에서 올림픽 파크까지의 왕복 차편 제공, 점심 식권, 90분간의 단체 강습 등이 포함된 ‘노르딕 익스피리언스 패키지’는 149캐나다 달러다. 오는 3월 28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진행된다. 단순한 강습만 원할 경우의 프로그램들은 주말과 공휴일에 주로 운영된다. 일반 알파인 스키나 스케이트를 타본 사람이라면 크로스컨트리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바이애슬론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하얀 설원 위에 엎드려서 바이애슬론용 총으로 과녁에 사격을 하는 체험도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이 프로그램들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일정을 확인해 예약을 하는 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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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휘슬러에서 즐기는 ‘이색 겨울 체험’
휘슬러나 밴쿠버에서 스키나 스노보드를 타지 않더라도 즐길거리가 풍성하다. 눈썰매처럼 탈 수 있는 스노튜브, 기계의 힘을 빌어 눈 위에서 스피드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는 스노모빌, 설피같은 장비를 착용한 채 눈 덮인 산과 계곡을 천천히 산책하듯 거니는 스노슈잉 등의 체험 프로그램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짜릿함을 원한다면 나무 사이를 연결한 로프를 도르래처럼 타고 내려오는 집트랙, 휘슬러산과 블랙콤산 꼭대기를 연결한 ‘픽투픽’ 곤돌라를 타보자. 캐나다 대자연의 풍광은 사람을 압도하는 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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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 근교에서 스키나 스노보드 혹은 다양한 겨울 즐길거리를 원한다면 그라우스 마운틴을 추천한다. 이 곳은 빅토리아 시내에서 차로 불과 30분쯤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우리나라의 대도시 근교 스키장와는 비교불허다. 이곳은 스키 슬로프 26면을 갖춘 대형 스키장이다. 이곳의 장점은 오후 3~4시면 문을 닫는 휘슬러-블랙콤과 달리 오후 10시까지 야간 스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라우스 마운틴에서는 야외 스케이트장, 10㎞에 이르는 스노 슈잉 코스, 눈썰매 ,집라인 등의 프로그램도 경험할 수 있다.
밴쿠버·휘슬러(캐나다) | 이지석기자 monami153@sportsseoul.com
◇여행정보
●관광정보=주한 캐나다관광청(keepexploring.kr)과 브리티시컬럼비아 관광청(HelloBC.co.kr) 홈페이지에서 밴쿠버 여행 정보를 한국어로 볼 수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관광청이 최근 진행중인 이벤트를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관광청은 오는 31일까지 캐나다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8개 여행사를 통해 밴쿠버행을 예약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3박 이상 숙박시 15만원을 지원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여행기간은 출발일 기준 오는 3월 31일까지며, 단체가 아닌 개별 여행객을 타겟으로 선착순 최대 260쌍, 520명을 대상으로 한다. 이벤트 참여 여행사는 내일투어, 세계로투어, 와투트래블, 온라인투어, 인터파크투어, 파로스트래블, 탑항공, 하나Free(하나투어) 등이다.
●가는 길=에어캐나다는 인천에서 밴쿠버까지 직항을 매일 운항한다. 대한한공도 밴쿠버까지 주5회 직항을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10시간 정도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일본항공, 델타항공을 이용해 시애틀을 경유하는 방법도 있다.
●여행팁=캐나다는 체류기간이 6개월 미만이고 관광이나 친지 방문이 목적일 경우 무비자로 입국 가능하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직업을 가지거나 6개월 이상의 어학연수를 갈 경우에는 비자를 받아야 한다. 밴쿠버와 휘슬러는 한국보다 17시간 늦다. 통화단위는 캐나다달러. 요즘이 캐나다 여행의 적기인 주요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환율이다. 현금매입 기준 1캐나다달러에 환율이 1000원이 채 되지 않는다. 최근 몇년간 가장 낮은 환율이라 여행 비용이 예년에 비해 훨씬 적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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