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03848
생장드뤼즈 해변, 모래사장에 박혀있는 나무에 푸른색 풍선을 달았다

DSC03848

DSC03848

어스름이 내려앉는 저녁. 와인 한 병을 들고 바닷가로 나간다. 낮에 해변에 앉아 스케치한 바다가 노을에 물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DSC03991

그리고 남편과 바다를 바라보며 한 잔 하고 싶었다. 우리가 잔을 마주치는 동안 딸아이는 모래와 파도를 친구 삼아 놀았다.

DSC03967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일어났다. 아이를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함께 하는 것. 같이 놀아야 한다. 나중에 지켜만 본 것을 후회하면 안된다.

DSC04000 복사

나도 열 살이었던 때가 있었다.

“다시 그 나이로 돌아가자”

열 살 예린이와 다시 어린 열 살이 된 내가 만났다. 나는 엄마가 아닌 열 살 딸아이의 동갑내기 친구가 됐다. 우리는 신나게 놀았다. 바다가 부르면 달려나갔다.

“엄마, 파도가 칠 때 도망가지 말고 발로 모래를 느껴봐요. 발에 글씨를 써주고 지나가요”“어때요? 느낌이 좋죠”

파도가 발가락을 간지럽히면 딸아이와 맘껏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함께 춤을 추었다.

“엄마 어렸을때 바다에서 이렇게 신나게 춤춘적 있어요?”“없는데…”

그래 없다. 단 한 번도. 이렇게 신나게 춤을 춰 본적이 없다.

DSC04021 복사

남편은 말없이 빙그레 웃으며 우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저녁 노을과 파도의 포말에 점점 어둠이 묻어나자, 우리 가족은 함께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를 응시했다. 감파른 하늘과 바다가 한 몸으로 섞이며 노을은 침묵 속에 사그러졌다.

DSC04084
“저녁 노을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있다. 오늘이 한 번 밖에 없다는 것을 침묵속에서 일깨워준다”*

어둠 속에 파도 소리가 철석이자, 우리는 아예 모래사장 위에 누웠다. 눈 앞에 펼쳐진 밤하늘…. 검푸른 기운이 붉은 기운을 서편 끝자락으로 밀어내며 그 자리에 별들이 반짝인다.

카르페디엠(Carpe diem).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자! Seize the day!

2017031601010008381

*요시모토 바나나. 바다의 뚜껑 중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