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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장드뤼즈 해변, 모래사장에 박혀있는 나무에 푸른색 풍선을 달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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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이 내려앉는 저녁. 와인 한 병을 들고 바닷가로 나간다. 낮에 해변에 앉아 스케치한 바다가 노을에 물드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남편과 바다를 바라보며 한 잔 하고 싶었다. 우리가 잔을 마주치는 동안 딸아이는 모래와 파도를 친구 삼아 놀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일어났다. 아이를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함께 하는 것. 같이 놀아야 한다. 나중에 지켜만 본 것을 후회하면 안된다.
나도 열 살이었던 때가 있었다.
“다시 그 나이로 돌아가자”열 살 예린이와 다시 어린 열 살이 된 내가 만났다. 나는 엄마가 아닌 열 살 딸아이의 동갑내기 친구가 됐다. 우리는 신나게 놀았다. 바다가 부르면 달려나갔다.
“엄마, 파도가 칠 때 도망가지 말고 발로 모래를 느껴봐요. 발에 글씨를 써주고 지나가요”“어때요? 느낌이 좋죠”파도가 발가락을 간지럽히면 딸아이와 맘껏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함께 춤을 추었다.
“엄마 어렸을때 바다에서 이렇게 신나게 춤춘적 있어요?”“없는데…”그래 없다. 단 한 번도. 이렇게 신나게 춤을 춰 본적이 없다.
남편은 말없이 빙그레 웃으며 우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저녁 노을과 파도의 포말에 점점 어둠이 묻어나자, 우리 가족은 함께 모래사장에 앉아 바다를 응시했다. 감파른 하늘과 바다가 한 몸으로 섞이며 노을은 침묵 속에 사그러졌다.
“저녁 노을에는 어마어마한 힘이 있다. 오늘이 한 번 밖에 없다는 것을 침묵속에서 일깨워준다”*어둠 속에 파도 소리가 철석이자, 우리는 아예 모래사장 위에 누웠다. 눈 앞에 펼쳐진 밤하늘…. 검푸른 기운이 붉은 기운을 서편 끝자락으로 밀어내며 그 자리에 별들이 반짝인다.
카르페디엠(Carpe diem).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자! Seize the day!
*요시모토 바나나. 바다의 뚜껑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