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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7분간 2골 1도움.
세계 축구사에 길이 남을 대역전극을 이뤄낸 FC바르셀로나 ‘캄프누의 기적’ 주연은 리오넬 메시가 아닌 네이마르였다. 네이마르는 아무리 바르셀로나라고 해도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뒤집기 드라마를 이끌었다. 그는 9일(한국시간) 홈구장인 캄프 누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PSG)과 경기에서 후반 43분 이후에만 2골 1도움을 올리면서 6-1 승리를 완성했다. 1차전 원정에서 0-4로 완패하며 8강 진출이 희박했던 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의 대활약 속에 1~2차전 합계 점수 6-5 역전을 일궈내고 챔피언스리그 10년 연속 8강행 기록을 만들었다.
다득점이 필요했던 바르셀로나는 초반부터 거세게 PSG를 두드렸다. 킥오프 3분 만에 ‘MSN 트리오’의 한 명인 루이스 수아레스가 헤딩 선제골을 터뜨리며 앞서갔다. 한동안 PSG 방어에 막혔으나 전반 40분 PSG 라이빈 쿠르자와의 자책골로 행운의 추가골을 얻었다. 후반을 맞은 바르셀로나는 2골 이상이 필요했다. ‘네이마르 쇼타임’의 시작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후반 킥오프 5분 만에 상대 수비수로부터 페널티킥을 이끌어낸 것이다. 메시가 깔끔하게 차 넣으면서 바르셀로나는 3-0을 이뤄내고 PSG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희망이 보였다. 그러나 후반 16분 PSG 에딘손 카바니가 만회골로 응수하면서 캄프누엔 탄식이 흘렀다. 챔피언스리그는 ‘원정 다득점’ 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에 바르셀로나가 8강을 가기 위해선 1~2골이 아니라 3골이 더 필요하게 됐다.
그 때 네이마르가 다시 나타났다. 후반 40분을 넘어서도 변하지 않던 전세가 네이마르의 원맨쇼로 확 바뀌었다. 후반 43분 그림같은 직접 프리킥 골로 추격의 시동을 건 네이마르는 정규시간 45분 종료에 맞춰 찬 페널티킥이 골망을 흔들면서 캄프누를 가득 메운 홈 팬들은 두손 모아 기도하게 만들었다. 5-1이란 스코어는 여전히 PSG의 8강행을 뜻하지만 한 골이 더 터지면 바르셀로나가 기적을 쓰게 되는 상황이었다. 심리적으로 쫓긴 PSG의 허를 찌른 이가 바로 네이마르다. 후반 50분 그는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상대 밀집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침투패스를 넣었다. 교체로 들어간 세르히 로베르투가 절묘하게 오른발을 갖다대며 발리골을 작렬시켰다. 그리고 종료 휘슬이 울렸다.
축구전문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경기 후 네이마르에게 평점 10 만점을 매겼다. 그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4골 8도움을 기록 중인데 도움은 8개는 역대 한 시즌 최다 기록이다. 그는 이날 전까지 사비 에르난데스, 매주트 외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7개로 타이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MSN 트리오’ 중에서도 골 욕심보다 특급 도우미로 빛난 선수가 네이마르였던 셈이다. 바르셀로나가 8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사상 첫 두자릿수 도움 기록도 가능하게 됐다.
이날 그의 활약은 매년 세계축구 최고의 선수를 선정하는 ‘발롱도르’ 수상에도 적지 않은 플러스가 될 전망이다. 발롱도르는 지난 9년간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둘 중의 하나가 수상했다. 네이마르는 지난 2013년부터 메시-호날두의 ‘양강 구도’를 깰 유력 주자로 꼽혔으나 마지막 2%가 부족했다. 이날 경기를 통해 반등에 성공한 바르셀로나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낸다면 네이마르에 표심이 쏠릴 수 있다. 최근 바르셀로나는 루이스 엔리케 감독과 선수간 불화설 및 메시의 재계약건으로 뒤숭숭했다. 결국 엔리케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기로 했다. 1차전 0-4 패배로 팀 전체에 부담이 가중됐는데, 네이마르는 이같은 상황을 자신의 발로 뒤집으며 특급스타의 위용을 과시했다.
네이마르는 경기 후 ESPN과 인터뷰에서 “내 인생 최고의 경기였다”며 “인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경기다. 누구도 이를 해내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나 결국 해냈다. 서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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