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두산 베어스 김재환이 6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타격 후 방망이를 던지고 있다. 2016.07.06. 잠실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조성환 본지 객원기자] 야구를 즐겨보는 팬이라면 ‘빠던’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배트 플립(Bat Flip)’을 뜻하는 빠던은 배트의 속어인 ‘빠따’와 ‘던지기’를 합쳐 만든 줄임말이다. 국립국어원도 지난 해 3월 발표한 2014년 신어로 선정할 정도로 흥미로운 단어다. 실제 경기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타자의 타격 후 동작이다. 물론 KBO리그에서 주로 볼 수 있다.

얼마 전 내게 흔치 않은 기회가 있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방송인 ‘ESPN’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어떤 주제와 질문을 할까 내심 기대했고 나름 준비도 많이 하고 나갔다. 간단한 인사를 주고 받은 뒤 시작된 인터뷰에서 받은 첫 질문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일본야구에서도 보기 드문 배트 플립을 KBO리그에서는 왜 이리 쉽게 볼 수 있는가’였다. 당황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구미가 확 당겼다. 나도 현역시절 배트 플립을 멋지게 하려고 의식한 적이 있었는지 돌아봤고 과거의 선배들부터 지금의 후배들까지 갖은 기억을 떠올리기 바빴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과연 배트 플립은 의식적으로 나오는 행동일까? 아니면 무의식 중에 나오는 하나의 연결 동작일까? 많은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연결동작이라는 것에 좀 더 무게를 둔다. 그럼 기술적으로 들여다보면 어떨까? 넥센의 윤석민과 박동원, 롯데의 최준석, 두산의 김재환 등의 타격을 보면 공통점이 눈에 띈다. 치고 난 뒤 뛰는 게 우선이 아니고 완벽하게 스윙을 한 후에 1루로 향한다는 점이다. 이건 배트 플립에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다. 상체가 앞으로 쏠리면서 공을 때리려는 선수들은 배트 플립을 하려 해도 쉽지 않다. 상체가 뒤집어지듯이 제자리에서 스윙을 다하고 힘을 써야만이 그 탄력으로 인해 배트 플립을 연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에서는 왜 배트 플립을 자주 볼 수 없을까? 상대 투수나 팀에게 자극을 주지 않으려는 일종의 배려라고 하는 말들이 많다. 하지만 배려라면 뒤지지 않는 리그가 KBO리그 아닌가? 오히려 미국에서 온 기자들에게 되물었다. 혹시 아마추어 때부터 배트를 조용히 내려놓는 훈련을 따로 하는 건 아닌지 궁금했다. 돌아온 대답은 “Never(절대 아니다)”였다. 그 쪽에서 “그럼 한국에서는 아마추어 때부터 배트 플립을 가르치나는가?”라고 물었고 나도 “절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 뒤로도 꽤 진지하고 깊은 내용의 얘기들이 오고 갔다.

내가 타자 출신이라도 배트 플립을 옹호하거나 찬성할 생각은 전혀 없다. 나는 타격 후에 한 발이라도 빨리 전력을 다해 1루로 뛰는 선수들을 누구보다 좋아한다. 과격한 배트 플립은 투수의 위협구를 부를 수 있고 그 영향은 팀 전체에 미칠 수도 있다. 또한 좀 더 과격한 혹은 멋진 배트 플립을 위해 가장 집중해야 하는 임팩트 순간을 놓치는 타자들이 있다면 난 그들을 진정한 프로선수라고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외국인 투수들도 배트 플립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야구의 장점들을 토대로 달려온 35년의 시간, 한국 만의 문화와 야구가 배트 플립에 녹아들면 어떨까? 투수를 자극할 수 있는 과격한, 의식적인 배트 플립은 자제하면서 말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KBO리그의 올스타전을 벤치마킹하자’라는 움직임이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퍼펙트 피처’나 ‘번트왕’ 같은 이벤트가 맘에 들었던 듯 하다. 아예 내년 KBO올스타 전에서 배트 플립 콘테스트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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