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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임홍규기자]
#경기도 판교에 거주하는 조모(45·여)씨는 얼마전 1년 8개월된 반려견 ‘호두’를 잃었다. 원인은 독극물 중독. 옥상정원에서 놀던 호두가 유박(피마자, 참깨, 들깨 등의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비료를 사료로 오인해 먹은 것. 유박비료를 먹은 호두는 약 2시간 후 구토와 설사 증사를 보였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지만 ‘호두’는 3일 뒤 조씨 곁을 떠났다.반려견 등이 피마자를 이용해 만든 유박비료를 사료로 오인해 섭취한 뒤 폐사하는 사례가 빈번한 가운데 이와 관련된 제도적인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땅 위에 뿌려 사용하는 유박비료의 특성 상 어린 아이들도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유박비료는 10~20㎏ 제품이 온라인쇼핑몰에서 1~2만원대에 판매되는 등 저렴한 데다가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어 가정의 화분, 아파트와 공원의 화단 등에 쓰인다. 문제는 이 유박비료의 위험성이다. 피마자 유박비료의 경우 맹독성 물질인 리신(Ricin)이 들어 있어 반려견과 고양이 등이 섭취했을 때 치명적이다.
소비자가 피마자 유박비료의 위험성을 알기가 쉽지 않다. 실제 판매 업체의 광고 문구에 현혹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피마자를 활용한 유박비료 판매업체는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오해를 사기 충분한 ‘유기농’, ‘친환경’ 등의 문구를 앞세우고 있다.
조씨는 “구매한 비료에는 ‘어분 비료’와 ‘아미노산 비료’라고 쓰여 있을 뿐 유박 비료라는 사실은 물론 피마자 성분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 문구 등은 전혀 없었다”면서 “피마자 성분이 포함됐다는 것도 포장 뒷면 아래쪽에 아주 작게 표기해 있을 뿐이었다. 피마자 유박비료 유해성을 알더라도 이런 속임수에 넘어가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정부의 원칙적인 수준의 관리 방침이 문제를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피마자 유박비료에 대한 피해사례가 잇따르자 “피마자 유박비료의 포장지 앞면에 붉은색 주의문구 ‘개, 고양이 등이 섭취할 경우 폐사할 수 있습니다’를 표시하도록 강화하고 농업인, 제조업체 등에 대한 유박비료 보관·사용 시 주의사항을 교육·홍보하는 한편, 유박비료 공정규격에 리신 관리기준을 추가 설정하는 등 관리방안을 마련해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조씨의 사례에서 보듯 실제 판매 등 유통과정에서 정부의 의지는 공염불에 불과했다. 현행 보다 강력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피마자 유박비료는 제조와 판매 모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이 때문에 피마자 유박비료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는 것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남는다. 이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사료와 유사한 알갱이 형태 대신 다른 형태로 제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비료업계는 원가와 효과 등을 고려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ong7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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