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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관광지 제주도는 거대한 지질박물관이다.

[제주=글·사진 스포츠서울 이우석기자] 누구나 알다시피 제주도는 인기여행지다. 많은 국내·외 여행객들이 몰린다. 서울(김포)에서 제주로 오는 비행로는 세상에서 가장 핫한 노선이다. 지난 2014년 기준 연간 1010만석으로 세계 1위를 당당히 차지했으며 그 명성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사업차 오는 이보다 놀러오는 이들이 훨씬 많으니 다른 게이트와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바다가 보이는 근사한 리조트에서 쉬며 맛난 것을 먹는 간단한 휴가일정은 물론, 올레 트레킹과 자전거, 골프와 낚시 등 취미까지 모두 충족시킨다. 신선한 해산물, 돼지고기와 과일 등 산해진미와 이를 맛나게 조리할 줄 아는 셰프와 식당도 많다. 여기서 끝난다면 제주의 매력을 모두 설명하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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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습과 휴양이 모두 가능한 곳.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지질공원 제주도다.
오늘은 제주의 또다른 매력을 들여다볼 차례다. 제주는 알고보면 사실 거대한 지질박물관이다. 화산이 분출하며 생성된 제주도는 특유의 난대림과 아열대림이 섞인 식생으로 덮혀 세계에서도 보기드문 지질과 생태의 보고가 됐다. 가족 여행을 겸한 지질 답사는 자녀 교육(사실은 부모도 잘 몰랐던)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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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트레일 코스. 형제섬이 보이는 용머리해안.
◇아, 지오(Geo)브랜드

단순히 유명 관광지로만 알았던 제주도는 2010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선정됐다. 이후 2014년 재인증됐다. 유네스코의 세계지질공원은 지질학적 가치와 함께 희귀하며 경관이 아름다운 지역을 선정하는데, 교육과 지질관광이 활발히 이루어져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제주도는 그 자격에 딱이다. 180만년 전 첫 분출 이후 1000년 전까지도 화산활동이 왕성히 펼쳐졌던 터라 제주도는 화산 특유의 지형이 원형 그대로 잘 보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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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해안은 기묘한 용암절벽으로 가득찼다.

굳이 핵심 지역을 꼽자면 일단 한라산부터 성산일출봉, 만장굴, 서귀포층,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수월봉, 중문 주상절리대, 천지연폭포, 우도, 비양도, 선흘곶자왈 등 총 12곳이다. 거의 모든 곳이 지질명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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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가 제주도에 내려앉는다. 당신은 이미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에서 가장 큰 지질박물관에 입장했다.

제주도는 지질공원의 의미 확산과 지역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 지오(Geo)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지오 브랜드는 지질학습 관광 프로그램부터 액티비티, 특산물까지 총망라해, 남녀노소 누구나 ‘세계지질공원 제주도’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지질자원을 감상하며 인접한 마을의 역사, 민속 등 역사문화 콘텐츠까지 즐길 수 있는 도보여행길 지오트레일(Geo-Trail)은 산방산·용머리해안, 김녕·월정, 성산·오조 등 3개의 코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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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지질지역 성산일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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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일출봉과 섭지코지를 잇는 난대림 트레일 코스.

특히 기기묘묘한 용암 분출 지형을 둘러볼 수 있는 산방산·용머리해안은 제주시와 중문에서 가까워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80만년 전 분출해 지글지글 끓던 용암이 물을 만나 지금과 같은 추상적 형상을 만들어냈다. 용머리 해안 뒤에 봉긋 솟아오른 산방산은 땅을 뜷고 올라오다 미처 터져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쌓여 만들어진 용암돔이다.

바다와 땅이 만나는 곳에 이 둘은 각각 다른 모습으로 제주도의 서남해안을 빛내고 있는 랜드마크가 됐다. 바닷물이 들고날 때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는 용머리 해안의 경이로운 풍경과 그 뒤를 떠억하니 지키고 선 산방산은 신비로운 제주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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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곳곳에서 지질자원을 활용한 관광을 즐길 수 있다.

외계 행성의 표면처럼 기묘한 모습의 땅을 딛고 한바퀴 돌아본다. 멀리보이는 형제섬의 풍경 또한 상서롭지 않다. 초콜릿 패스트리처럼 겹겹 쌓아놓은 듯한 용암애와 그 틈새로 난 해식 동굴, 옛 전설 속이나 해적 영화에서 봤음직한 비밀스러운 공간도 있다. 전시물로 가득한 박물관의 동선을 지나는 느낌이다.

한바퀴 돌아본 후 삼방산을 올려다보며 걷는다. 참으로 단아한 형상이다. 늘 봤던 그런 산(山)자의 굳센 형상이 아니다. 산을 돌아나오며 불어오는 바람을 맞는다. 이것이 바로 지질 트레일이 주는 즐거움이며 휴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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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식생 역시 육지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젊은이들이 공항에 내리자마자 달려간다는 김녕·월정 해변. 퍽이나 자유스럽고 분주한 이곳에도 아름다운 지질 자원이 숨어있다. 어디? 바로 땅속.

맛좋은 망고 셰이크와 빙수, 그리고 멋진 게스트 하우스만이 이곳의 특징이 아니다. 평화스러운 젊음의 아지트가 빈곳을 점점 채우고 있는 이 두 마을 땅밑에는 만장굴과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등 거문오름용암동굴계에 속하는 용암 동굴 무리가 뻗어있다.

마을 전체가 용암대지라 주민들은 수백년 동안 빌레(넓적하게 퍼져 있는 암반)를 깨고 밭을 일궜다. 덕분에 생긴 돌 조각으로 밭담을 쌓아놓았는데 흑룡만리 밭담길과 같은 제주도의 특별한 풍경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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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가야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이번엔 지오브랜드를 즐기기 위해서라고 대답하라.

성산에서 오조에 이르는 지질트레일 코스는 제주바다 위 가장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성산일출봉을 끼고 있다. 약 7000년 전 분화한 수성화산(바닷 물속에서 터져 오른 화산)인 성산일출봉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선봬는데 지질트레일 코스를 따라가다보면 그때마다 색다른 일출봉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식산봉을 지나 오조마을 가기 전 내수면에 비친 성산일출봉이 가장 아름답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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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엔 벌써 여름휴가가 시작됐다.

◇유월, 이미 제주도는 여름 시작

늘 붐비는 곳이지만 초여름의 제주는 그나마 한산해서 좋다. 특히 평일에 간다면 ‘칠말팔초(7월말~8월초 휴가 성수기)’라는 태풍이 불어오기 전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비가 내려도 좋다. 쾨쾨한 서울의 비린 빗방울과는 또 다르다. 산책삼아 해변 도로로 나섰다. 제주시의 해안가에선 온갖 탈 것들을 한번에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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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하늘과 땅, 바다에 있는 갖은 탈것을 보두 볼 수 있는 곳이다.

우선 뚜벅뚜벅 걷는 이들, 배낭을 매고 수건을 걸친 채 바다를 스치며 메트로놈처럼 걷는다. 그 앞을 쏜살같이 지나치는 자전거 족. 가끔 앙증맞은 스쿠터가 스치는 바다 위엔 그림같은 배가 떠있고, 도로엔 흰색 렌터카가 꼬리를 물고 달린다. 아, 하늘엔 비행기까지 허연 배를 내보이며 내려앉는다. 이런 곳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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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소깍 투명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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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쇠소깍 카약.

쇠소깍 투명카약은 단숨에 인기 명소로 떠오른 곳. 영실에서 내려온 민물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형성된 사구는 곧 좁은 협곡으로 이어진다. 용암이 굳은 절벽 아래 맑은 물, 그 위에 투명 플라스틱 카약을 타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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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 속 유유자적 뱃놀이를 즐기는 서귀포 쇠소깍

무르익은 진록의 숲 속에서 유유자적 한가롭게 노를 저으며 여유를 만끽한다. 이삼십 분 가량 숲그늘에서 즐기는 뱃놀이에 더위도 다 잊었다. 제주의 아름다움은 이처럼 곳곳에 숨어있다.

역시 잘 쉬는 휴가에는 잘 먹는 것만큼 어울리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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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깃한 돼지고기가 맛좋은 제주시 흑돼지가 있는 풍경.

흐린 날에는 뜨끈한 것이 댕긴다. 두툼한 흑돼지 살코기에 잔 칼집을 내 구워주는 곳이 있다길래 찾았다. ‘흑돼지가 있는 풍경’ 과연 명불허전 맛집이다. 숯불에 불판을 올리고 한치 두께는 족히 되는 돼지고기를 올려 굽는다. 불가에는 활전복도 하나 곁들인다. 얼추 익어가면 바로 뒤집어 다른 면을 굽고 잘라내 멜젓에 찍어먹는다. 돼지고기를 씹는 저작감이 과연 탁월하다. 하도 탄성이 좋아 한번 씹으면 트램펄린 처럼 계속 이가 딱딱 마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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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마라도횟집 돌돔.

제주에 왔으니 회를 마다할 수도 없다. ‘연동 마라도 횟집’. 바다의 폭군 돌돔을 맛봤다. 도미는 원래 고급어종이지만 힘좋은 돌돔은 씹는 맛이 월등하다. 얇게 썰어낸 살이 졸깃하고 청량하다. 크리미한 맛의 갈치회와 고소한 고등어회는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다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비릿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맛에 한라산 소주가 잘도 넘어간다.

제주 신라호텔에서 최초로 고안한 향긋한 망고빙수도 여행의 즐거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메뉴. 우유빙수 위에 가득한 애플망고가 달디달다. 간밤에 잠을 설쳤대도 단번에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가 입을 통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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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싱턴 제주 푸른콩 빙수.

켄싱턴 제주의 푸른콩 빙수는 건강을 상징한다. 제주에서만 난다는 푸른콩은 고소하면서도 향긋하다. 어른들이 좋아할 맛이다. 휴게소처럼 들렀다 빙수를 즐기며 땀을 식힐 수 있다.

무늬오징어는 한치와 다르다. 이 역시 제주에 오지 않는다면 맛보기 힘든 어종이다. 부드럽고 매끈한 촉감에 졸깃한 저작감, 깔끔한 뒷맛까지 품은 꽤 특이한 경험이다. 삼성혈 근처에 무늬오징어를 직접 낚아서 파는 집이 있다. 오징어는 넓게 펴서 회로 즐긴 후 회덮밥이나 국수로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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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둘리네국수 아강발과 고기국수.

다이어트 중이라면 잠시 쉬는 편이 낫다. 아강발과 고기국수는 야식 아이템이다. 연동 둘리네국수는 밤이 깊을수록 손님이 모이는 집이다. 부드러운 아강발을 집어 뜯으며 모자란 소주를 마신다. 고기국수로 속을 풀고 자야 아침이 그나마 낫다. 면발을 쭈룩 빨아들이고 그릇을 들어 진한 국물을 훌훌 넘기면 뱃속이 뜨거워지며 잠이 슬슬 온다.

맛난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지질학습으로 머리도 채웠다. 이쯤하면 제주와서 아쉬움 남을 일 없다.

demor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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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지오브랜드가 출범했다. 다양한 즐길거리와 먹거리, 체험거리 등이 있다.

지오브랜드 정보

●지오하우스(Geo-House)=제주 핵심지질명소의 지질마을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펜션 등을 활용한 숙소다.현재 11곳이 영업중인데 김녕·월정지역에 5곳, 성산·오조지역 1곳,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역에 5곳이 있다. ▲김녕·월정 제주돌집 (010)9500-4432. 사랑이 꽃피는 민박 (010)3912-4504. 해일월 (010)5326-6477. 이모와 삼촌네 게스트하우스 (010)9081-4181.여울목 게스트하우스 (010)6746-5146. ▲산방산·용머리 지삿개 풍경 (064)738-5353. 엄블랑 (010)2692-2922. 글라라의 집 (010)8884-8462. 화순 금모래 펜션 (010)3697-8528. 호끌락 80번지 (010)9003-8603.▲성산일출봉 지역 1915지오 (010)3691-8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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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지오푸드(Geo-Food)=핵심명소의 지질적 특성(구조·형태·속성 등)과 문화 등을 모티브로 하고 제주지역 식재료를 활용해 만든 로컬푸드로 지오푸드 베이커리류 5종, 요리 12종의 지오푸드가 있다. 판매점 ▲지오아라 하모리층톳쿠키, 투물러스요거트, 설쿰바당 누룩빌레 주먹밥 (064)794-2892. ▲마켓오름 오메기떡 토스트, 서귀포층 패류화석 마들렌 (064)739-3223 ▲웬드구니 용머리해안 지층 카스테라, 서귀포층 패류화석 마들렌, 하모리층 화산탄 쿠키 (070)4127-4215 ▲카페코지 성산일출봉 머핀, 서귀포층 패류화석 마들렌 (064)784-1005.▲아찌국밥 만년 돈까스, 궤네기또 국수 (064)772-3525. ▲젠하이드어웨이 멜차롱 산방산 용암돔 파스타 (064)794-0188. 헤이브라더 불미철판구이, 멜차롱, 설쿰바당 샤벳 (064)794-0072.

●지오팜(Geo-Farm)=4개 지질마을 생산 농산물에 대한 1.5차 소규모 포장 및 소규모 가공식픔을 브랜드화한 상품이다. 건톳, 찰보리쌀, 해초맛가루, 톳양파즙, 마늘잼, 우도 땅콩마늘잼, 감귤이지오, 감귤마말레이드 등이 있다. 판매처 성산 유한책임회사 (010)6691-5537 김녕 영농조합법인(064)784-2030, (010)3694-5147 사계 영농조합법인 (064)794-2611, (010)3013-0851 대포 영농조합법인 (064)738-0100, (010)4696-5109

●지오액티비티(Geo-Activity)=지질마을의 자연환경, 관광자원, 역사, 음식, 문화, 민속신앙 등 지역자원 및 문화원형과 지질적 특성을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역 자전거 체험, 해설사와 함께하는 수상 지질트레일, 성산일출봉 지역의 해녀물질 불턱문화체험, 수중해저지질체험, 수월봉 지역 마을 트레킹과 전통주 활용체험 등.

예약 ㈜에이오션(aocean.co.kr) (010)3581-2569 성산스쿠바(www.sscuba.co.kr)(010)6782-6117 고산1리 마을회 뭉치마이스(www.moongchee.com)(010)4549-0357 (010)9001-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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