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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성우들이 파이팅을 외치고있다. 김효원기자 eggroll@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최근 tvN ‘또 오해영’에서 소리를 만드는 남자 박도경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소리를 채집하는 이색적인 직업이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것. 소리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소리를 만드는 원조격은 성우라 할 수 있다. 드라마 인기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성우의 세계에 대해 집중탐구했다.

◇성우는 연기자, 목소리 보다 연기력이 중요

성우 중에는 어렸을 때 부터 TV에서 해주던 만화영화를 너무 좋아해 만화 주인공에 자신의 목소리를 입히는 것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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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소연씨.

성우 소연(43)씨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엘사 목소리와 ‘터닝메카드’, ‘로보카 폴리’ 등으로 유명하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뮤지컬 무대에 서다가 성우 공채시험을 통해 7전8기끝에 성우가 됐다.

소연씨는 “어려서부터 만화영화를 너무 좋아했다. 좋아했던 만화 캐릭터나 배우에 내 목소리를 입히는 게 매력있다. 성우는 목소리 연기자다. 어린이 부터 할머니까 목소리 하나로 변화를 줄 수 있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성우의 세계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먼저 애니메이션 더빙을 하는 성우들은 외모가 동안인 점이 특징이다. 늘 동심의 세계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잘 늙지 않는다고. 직업 만족도 조사에서 늘 상위를 차지한다. 프리랜서라서 일의 많고 적음에 따라 희비는 엇갈리지만 일 자체에 대한 만족도가 무척 높은 직업이다.

소연씨는 “집에서 남편이랑 싸워서 스트레스 받았다가도 일을 하면 다 풀어진다. 주변 지인들도 딸을 성우 시키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성우에게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소연씨는 “성우는 연기가 기본이고 목소리에 개성 강한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성우들의 수입은 인지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공채 신입 성우의 경우 초봉 약 2000만원에서 출발하는데 프리랜서로 독립한 상위 클래스의 경우 연 9억을 찍는 사람도 있다.

소연씨는 앞으로 호호 할머니 할아버지가 돼도 성우를 계속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오래 오래 이일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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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전숙경씨.

16년차 성우 전숙경(42)씨는 버스 안내방송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디포와 메이블의 미스터리 여행’에서 메이블 역할을 맡고 있다.

전숙경은 “고등학교 때 방송반을 하다가 성우에 관심을 갖게 돼 8번 만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전숙경씨가 꼽은 성우의 매력은 은퇴가 없다는 점이다. 전숙경씨는 “자기관리만 잘하면 성우는 칠십이 넘어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힘든 점으로는 프리랜서다 보니 원하는 때 쉬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일이 들어오면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거의 매일 쉼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숙경씨는 “목을 많이 쓰는 소년 역을 연기하다 성대결절이 와서 7개월 동안 일을 쉰 적이 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성우는 공식적인 휴가가 없는데 아픈 김에 쉴 수 있어 좋았다. 그만큼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우라는 직업에 관한 만족도는 무척 높다. 전숙경씨는 “지금까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성우로 살아가는 게 즐겁고 감사하다. 후배들에게 인정받는 선배로 계속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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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백승철씨.

11년차 성우 백승철(43)씨는 성우를 하기 전 뮤직비디오 조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이색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린 시절 꿈꿨던 성우의 꿈을 잊지 못해 결국 성우가 됐다.

백승철씨는 “성우의 활동 영역이 최근 다양한 분야로 확대된 점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라디오 문학관 등 라디오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 녹음, 게임 녹음, 행사 MC, 교재 녹음, 내비게이션 녹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다. 그만큼 시민들과 밀접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목소리 좋은 사람이 성우가 된다는 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오히려 목소리 보다 연기력이 좋아야 성우로 대성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백승철씨는 “성우는 연기자다. 성우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 흔히 목소리가 좋으면 성우하라는 얘기를 하지만 목소리가 좋다고 성우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연기력이 필요하다. 목소리만으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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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 전숙경, 백승철, 소연(왼쪽부터)씨.

◇성우들 목소리에 흠뻑 빠져들게 되는 ‘라디오 문학관’

최근 소연, 전숙경, 백승철씨를 비롯한 KBS 출신 성우들이 흠뻑 빠져들어 녹음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밝혔다. 바로 KBS 라디오 한민족 방송(이제원 부장·972 kHz, 1170 kHz)에서 지난 5월 15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6시 10분부터 7시까지 방송되는 ‘라디오 문학관’(PD 강요한, 진행 태의경 아나운서)이다.

대한민국 문학의 대표격인 중단편 소설을 엄선해 청취자들이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라디오 드라마로 방송한다.

소연씨는 “성우들의 연기와 목소리로 완성해낸 ‘라디오 문학관’은 눈으로 읽는 소설이 아니라 귀로 듣는 소설이다. 문학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KBS 라디오 앱 ‘콩’으로도 감상할 수 있으므로 많이 들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ggrol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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