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유공-일화
1990년대 초반 유공-일화 경기 장면. (스포츠서울DB)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더비매치(Derby match)’란 단어는 축구종가 영국에서 유래한다. 19세기 중엽 영국 중부에 위치한 소도시 더비 내 두 팀 ‘세인트 피터스’와 ‘올 세인츠’가 기독교 사순절 기간 축구 경기를 했는데 이게 오늘날 ‘더비매치’ 시초가 됐다. 한 도시에 위치한 두 팀이 격돌하는 것이 더비매치의 정확한 의미인 셈이다. 영국에선 리버풀과 에버턴이 격돌하는 ‘머지사이드 더비’,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맨체스터 시티가 싸우는 ‘맨체스터 더비’,아스널과 토트넘이 붙는 ‘북런던 더비’ 등이 유명하다. 이탈리아 ‘밀란 더비(AC밀란-인테르 밀란)’,스코틀랜드 ‘올드펌 더비(셀틱-레인저스)’도 격렬하기로 소문난 지역 라이벌전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원을 연고로,서로의 홈구장 거리가 2.5㎞에 불과한 수원더비를 실질적인 K리그 첫 더비매치로 보는 시각이 많다. ‘슈퍼매치(수원-서울)’와 ‘동해안 더비(울산-포항)’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더비매치라기보다는 이웃 도시 라이벌전에 가깝다. 물론 K리그에도 예전에 복수 구단이 같은 도시를 연고로 쓰며 맞대결한 적이 있었다. 유공(현 제주)과 LG(현 서울) 일화(현 성남) 등 3개 구단이 1990년부터 1995년까지 지금은 사라진 서울 동대문운동장을 공동 홈구장으로 썼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엔 프로축구 초창기라 연고 개념이 지금 같지 않았고,관중도 소수여서 진정한 의미의 더비매치로 부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LG구단 프런트로 재직했던 한웅수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총장은 “당시엔 연고지가 있긴 했지만 유랑극단처럼 다른 도시를 옮겨다니며 경기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당시 기록을 들춰보면 세 구단이 제주 구미 춘천 등 엉뚱한 도시에서 곧잘 경기했다.

수원더비는 34년째를 맞는 K리그가 만든 큰 작품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제2,제3의 더비매치도 조만간 나올 수 있을까. 일단 서울이랜드가 승격을 목표로 K리그 챌린지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 FC서울과의 서울더비는 수년 내 이뤄질 가능성이 많다. 1000만 도시 서울에 축구 붐을 일으키기 위해서도 서울에 두 개 이상의 K리그 클래식 구단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다만 서울더비 이후가 문제다. 프로축구 관계자는 “결국 부산이나 대구 광주 같은 인구 200~400만 광역시에 한 팀이 더 생기는 게 현실적인데,지금 해당도시에 있는 구단들도 흥행에 애를 먹고 있어 또 다른 구단이 탄생하기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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