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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정수기자]개인종합 순위는 4위로 메달권 밖이었다. 반면 종목별 결선에서는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실패와 성공의 사이에서 얻은 것은 메달이 아닌 명확한 목표다.
손연재(22·연세대)는 21일(한국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 종목별 결선에서 은 2, 동메달 1개를 따냈다. 메달의 갯수나 색깔보다는 그가 얻은 점수에 시선이 쏠린다. 후프 종목에서 18.500점(3위)을 얻은 손연재는 볼과 곤봉 종목에서 각각 18.550점(2위)씩을 얻었다. 3개 세부종목에서 목표로 삼았던 18.5점대 고지를 밟았다. 손연재는 지난 시즌부터 18.5점 이상을 목표로 삼아 왔지만 이전 대회까지 한 번도 이루지 못했다. 지난 시즌 최고점수는 FIG 공인 대회 기준으로 후프 18.350점, 볼 18.300점, 곤봉 18.350점, 리본 18.300점이었다. 올 시즌 들어 모스크바 그랑프리와 에스포 월드컵에서 선전하면서도 18.5점은 넘어서지 못했다.
앞선 대회에서 조금씩 자신의 점수를 올려가던 흐름을 이어 이번 대회에서 1.5점대를 돌파한 것은 의미있는 결과다. 2016 리우올림픽 메달 획득을 최종목표로 삼은 올 시즌 무리하게 연기의 난도를 높이기보다는 자신있게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잘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 그런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 올림픽 본선에서도 마주치게 될 수 있는 국제심판들에게 손연재가 18.5점 이상의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실력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물론 현 세계 최강자로 꼽히는 야나 쿠드랍체바, 마르가리타 마문(이상 러시아) 등이 지난 시즌부터 19점대 기록을 내고 있기 때문에 손연재의 18.5점대 성적이 올림픽 메달획득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최상위권 선수들에게만 허락된 ‘유리천장’ 같았던 18.5점대를 깨면서 간극을 좁힌만큼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높아졌다. 멜리티나 스타니우타(벨라루스)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 등 메달권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점수를 끌어올렸다는 것이 의미있다.
손연재는 이번 대회 개인종합에서 72.300점을 얻어 4위에 그쳤다. 리본 종목에서 범한 실수가 컸다. 17.450점에 그치며 공동 7위에 올랐는데 결국 종목별 결선에도 나서지 못했다. 실수로 인해 점수를 깎아먹은 경험도 올림픽까지 남아있는 대회를 치르는데 약이 될 수 있다. 난도를 높게 끌어올리지 않은 만큼 안정적인 고득점을 얻기 위해서는 결점없는 연기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승승장구했면서 자칫 정신력이 느슨해질 수 있었지만 이번 리본 종목 실패가 다시 집중력을 단단하게 조여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실수로 인한 감점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만큼 경기의 결과를 미리 속단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계기도 될 것으로 기대된다. 리자트디노바는 이번 대회 종목별 결선 볼 종목에서 실수로 인해 16.050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손연재가 자신의 연기에 집중해 실수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경쟁자들을 뒤쫓는 위치가 아니라 앞서나가는 자리로 오를 수도 있다.
polaris@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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