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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지난 해 우승과 함께 K리그 클래식 4번째 MVP에 오른 이동국. 그러나 그는 아직 배가 고프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갈증 때문이다.
전북 후배들과 함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전지훈련 중인 그는 17일 리츠 칼튼 호텔에서 “은퇴 전 ACL에서 우승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며 “누구보다 간절하게 이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관중이 꽉 찬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ACL 결승전을 치른다는 생각을 하면 행복하다”고 말했다. ‘롱런’ 비결에 대해선 자신을 2002 한·일 월드컵 최종엔트리에서 떨어트린 거스 히딩크 감독 덕분이라는 묘한 대답도 내놨다.
-이번 전지훈련은 어떤가.다른 전지훈련보다 특별한 것 같다. 첫 경기부터 시기적으로 좀 빨랐고. 세계적인 강호(도르트문트)와 첫 경기를 했다는 점도 그렇다. 올해 전훈은 예전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것 같다. 브라질처럼 힘들진 않다. 처음 브라질 갔을 때는 가도 가도 끝이 없어서 정말 힘들었다. 전주부터 출발해서 가면 30시간이 넘었다.
-팀의 가능성을 봤나.올해 영입도 이뤄졌고, 매 시즌 10명 이상 선수들이 꾸준히 바뀌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 자칫 잘못하면 혼란이 올 수 있다. 하지만 꾸준히 잘 극복해주고 있고, 각 포지션에서 경쟁을 하면서도 선수 모두가 자신이 베스트로 나갈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건 전북의 힘이다. 자신이 중요하다는 걸 스스로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전북 일원이 되면서, 동료가 다치고 안 풀려야 내가 나갈 수 있다는 감정보다는 서로가 함께 하는 시너지를 얻어가는 게 우리 힘인 것 같다. 권순태가 주장을 맡고 밑의 선수들과 융화를 이루는 것 같다. 난 기존 역할을 꾸준히 할 거고.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서 빨리 새 선수들이 팀에 녹아들게끔 할 거다. 매 시즌 기대와 설레임이 있는데, 정말 한 방 해줄 수 있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 미드필드에서 조율을 해줄 이들이 함께 한다는 면에선 도움이 되지 않을까.
-현재 이동국은 뭘 위해 뛰나.축구선수 이동국이 먼저다. 운동장에서는 나이가 아닌, 내가 가진 것들을 보여주기 위한 시간이다. 항상 긴장되고 설레고. 축구선수 이동국 타이틀이 늘 붙어있으니 재계약에 대한 기분도 좋고 그런 느낌이 있다. 은퇴 후에는 전 축구선수로 나오지 않는가. 지금 이 순간 축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이동국을 뛰게 하는 힘이 있다면.예전에는 나만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가족과 아이들이 있으니까.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느끼는 아빠의 공통된 마음일거다. 일에 열중하고 있지만 아이들과 가족을 위한 삶이라는 생각이 드다. 나 역시 일반 아빠와 다를 것은 없다.
-은퇴 후 계획은.구체적으로 하고 있진 않다. 누가 들으면 준비를 안 한다고 보일 수 있겠지만 현재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축구선수 이동국이 축구로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은퇴 이후 삶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는다. 꼭 지도자를 해야기보단 일단 일종의 자격이 아닌가. 지도자 자격증인데, 준비를 해서 자격을 따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은퇴 시점에 따려고 했는데 주변에서도 그렇고 은퇴 이전에 B급까지 보유하고 있는 것이 좋다는 권유를 하더라.
-올 시즌 느낌은.매년 느꼈지만 전력이 보강됐더라도 쉽진 않을 거다. 리그 2연패를 했기 때문에 우리에 대한 견제가 예전보다 훨씬 강해질 테고, 힘들 것 같다. ACL을 병행하는 입장에서 스케줄 등을 봤을 때도 항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 최강희 감독님은 부상자가 없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흘러간다면, 지난 해와 비슷하게 중반 이후까지도 꾸준히 1위권을 유지해준다면, ACL에 중점을 두면서 K리그 클래식은 중반 이후에 승부를 건다는 복안을 갖고 계신 듯 하다.
-데얀이 복귀했는데.이동국과 맞대결이 기대된다는 표현을 했는데, 형님 공경할 줄도 알고 한국사람 다 됐네(웃음). 일단 국내 팬들에게 좋은 영향 줄 수 있다. 서울과 울산이 영입을 잘하고 있지만 수원 등도 좀 더 좋은 선수들을 데려와서 좋은 경쟁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첫 경기가 서울과 경기인데 데얀과 나, 둘 만의 경기가 아닌 전북과 서울의 경기다. 우승권 팀끼리 개막전이니까 기대되고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에두와 데얀 중 굳이 하나를 꼽는다면 팔은 안으로 굽으니까(에두다), 에두가 몇 개월 뛰고 갔음에도 울더라.
-롱런 비결은.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다. 성격도 긍정적이고, 어려움을 빨리 쉽게 털어낼 수 있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어려움을 겪으면서 강해졌던 것 같다. 정말 어지간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웃으면서 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힘들 수 있는데 그런 걸 좋은 쪽으로 받아들이다보면 그게 롱런 비결이 아닐까. 굳이 뭘 하고 안 하고를 정해놓기보단 목표를 두되, 좀 여유를 보면서 가고 있다.
-과거 화려했을 때, 잘 됐다면 지금 뛸까.2002년 월드컵을 뛰었다면 축구선수 이동국은 지금 없었을 거다. 오히려 그 때 못 뛰었던 것이 다행스럽다. 그 때는 너무 어려웠기에 다시 한 걸음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겼던 것 같고, 스스로 더 강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히딩크 감독에게 항상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전북이 전성기를 달리는 이유가 있다면.감독님이다. 훈련 스타일이 틀을 딱 갖고 있으니까. 노하우도 많다. 새로운 선수들이 빨리 적응하도록 기존 멤버들이 도와줄 수 있다는 거다. 미팅에서 항상 선수들이 큰 틀에 맞춰갈 수 있게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준다.
-지방 팀의 특징이라면.경기 후, 훈련 후에 수도권 팀들은 축구 선수의 삶 이외의 삶을 산다. 다른 친구들을 만난다. 그러나 우린 친구들도 없으니까 우리끼리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많다. 대부분 시간을 동료들과 함께 한다. 그게 상당히 도움이 된다. 개성 많은 젊은 선수들이 많으면 튈 수 있는데 전체가 어우러진다. 그런 게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은퇴 전에 이루고 싶은 것은.ACL 우승 열망이 간절하다. 정말 “매년 기회다”라면서도 떠나보낼 때마다 항상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한다는 게 정말 가슴 아팠다. 몇 년 후에는 그런 느낌조차,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누구보다 간절하게 준비하고 있다. 2011년엔 아무 생각 없이 ACL MVP를 받았지만(당시 전북은 준우승), 솔직히 우승했더라면, 그리고 관중이 꽉 들어찬 경기를 뛸 수 있다면…. 당시 전주성이 만석이었는데, 작년과 재작년에 3만 이상 들어왔을 때 K리그 경기, 그것도 서울에서 먼 전주가 그렇게 된다는 것에 경기를 뛸 맛이 났다. 전북이 확실히 축구 중심이 된다는 걸 느끼게 된 부분이 있다. 내가 아니어도 동료들이 해줄 것이란 믿음도 있다. 내가 모든 부분을 짊어지기보다는 함께 나눠 부담을 갖고 갈 수 있다는 생각이 중요할 것 같다. 나 홀로 우승 어떻게 하겠나. 나 못지않게 동료들도 우승하고 싶을 것이다.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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