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 두산 유희관, LG전 7회까지 1실점 호투에 환호로 마무리!
[스포츠서울 김도훈기자] 두산 베어스 선발 유희관이 9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LG 트윈스와의 시즌 13차전에서 1-1-로 맞선 7회 임훈을 삼진으로 잡으며 이닝을 무사히 마치자 펄쩍 뛰어오르며 환호하고 있다. 2015.08.09.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박현진기자] 두산 유희관의 발걸음이 거침없다.

유희관은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LG전에서 7이닝 동안 7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실점은 단 1점으로 막아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15승째를 거두며 다승 단독 선두를 굳게 지켰고 자신이 경신한 두산의 국내 좌완투수 최다승 기록도 또다시 경신했다. 유희관은 지난 4일 울산 롯데전에서 14승째를 거두며 1988년 윤석환이 기록한 두산의 국내 좌완투수 최다승(13승) 기록을 넘어섰다. 유희관이 승리를 거두는 족족 두산의 새 역사가 된다는 얘기다. 일주일 사이에 2승을 쓸어담았는데 그가 한 주에 2승을 거둔 것은 올 시즌 세 번째로 KBO리그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다.

이런 페이스라면 다승왕은 따놓은 당상이고 ‘꿈의 20승’도 가능해 보인다. 두산은 9일까지 99경기를 치러 45경기를 남겨뒀는데 5인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을 유희관은 8차례 더 선발 등판할 수 있다. 22경기에서 15승을 거둔 그의 승률 0.833을 대입하면 6~7승을 보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9월13일 이후의 잔여경기는 일정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굳이 5선발 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고 유희관에게 1~2차례 더 등판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최대 23승 정도까지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지난해 넥센의 앤디 밴헤켄이 20승을 달성했지만 국내 선수 가운데서는 2003년 정민태(당시 현대) 이후 20승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선발로 20승을 거둔 마지막 주인공은 1995년의 이상훈(당시 LG)이다. 국내 좌완투수가 20승을 채운 것도 역시 1995년의 이상훈이 마지막이었다. 유희관이 20승을 채울 경우 국내 투수로는 20년만에 선발 20승, 좌완 20승을 달성하는 주인공이 된다.

변수는 부상이다. 유희관은 6일 러닝을 하다 왼쪽 발목을 다쳤다. 정상적인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선발 등판을 자처했고 올 시즌 최다인 115개의 공을 던졌다. 유희관은 “던질 수 있다고 했으니 아프다는 것이 핑계가 되서는 안된다. 마운드에서 쓰러지더라도 그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던지는 것이 투수의 몫”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겉보기보다는 훨씬 몸상태가 좋지 않은 듯했다. 그는 “던질 때는 몰랐는데 경기를 마친 뒤 통증이 느껴졌다. 일단 관리를 잘하면서 상태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로테이션을 거르고 싶지 않지만 다음 경기만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나. 욕심 같아서는 모든 경기에 나가고 싶다. 그러나 이제는 포스트시즌까지도 생각을 해야 한다.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털어놨다.

[SS포토] 두산 유희관, LG 상대로 시즌 15승 청신호?
[스포츠서울 김도훈기자] 두산 베어스 선발 유희관이 9일 잠실 구장에서 진행된 LG 트윈스와의 시즌 13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2015.08.09. dica@sportsseoul.com

승리와 관련해 또다른 목표도 있다. 유희관은 모든 구단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는데 유독 삼성전 승리만 빠졌다. 아예 올 시즌에는 삼성전에서 한 차례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일부러 피해다니는 듯한 인상을 남긴 것 때문에 유희관의 오기가 발동했다. 유희관은 “삼성 이승엽, 최형우 선배와 친한데 형들이 ‘넌 언제 우리하고 붙냐?’고 농담을 하신다. 형들이 내 공을 잘 때리는 편이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1위 팀을 잡아보고 싶다. 전 구단 상대 승리 기록도 걸려 있어서 더 욕심이 난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희관이 삼성에 약한 것은 아니다. 삼성에는 좌타자들이 많아 좌완인 유희관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데뷔후 삼성전에서도 4승 3패로 나쁘지 않았다. 지난 해 삼성전 방어율이 4.50으로 조금 좋지 않았지만 2013년에는 삼성을 상대로 방어율 1.91의 짠물 피칭을 했다. 물론 최형우가 그를 상대로 타율 0.458의 맹타를 휘둘렀고 야마이코 나바로(0.417)와 이지영(0.375)의 방망이도 뜨거웠지만 나머지 타자들은 유희관을 상대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유희관의 가슴 속에는 삼성전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진정한 에이스의 길을 걷고 싶은 야망이 꿈틀거리고 있다.

시즌을 마친 뒤에는 유희관의 야구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 다가온다.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12가 그 무대다. 유희관은 프리미어12의 유력한 대표선수 후보다. 유희관은 “아직은 크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얼마 전에도 일본 방송과 인터뷰를 했는데 ‘프리미어12에서 일본전에 선발 등판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말을 하더라. 그래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 그런 말하지 마시라’고 대답했다. 그렇지만 국가 대표팀에 뽑아만 주신다면 ‘가문의 영광’ 아니겠나”라며 은근히 욕심을 드러냈다.

유희관은 “워낙 공이 느려서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다른 선수들이 내가 국가대항전에서 공을 던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고 얘기를 많이 하더라. 사실은 나도 그게 궁금하다”고 말했다. 과연 유희관이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국제무대에서도 ‘느림의 미학’을 자랑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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