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최근 스피드업을 위한 방법으로 스트라이크존 확대와 함께 마운드를 높이자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다. 마운드를 높이면 경기시간이 단축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평평한 그라운드에서 유일하게 볼록하게 솟아 있는 곳이 있다. 투수가 투구하는 마운드가 그렇다. 국내프로야구 마운드의 높이는 10인치(25.4cm)이내로 규정되어 있는데, 마운드만 흙을 쌓아 높게 만든 건 투수들을 위한 어드밴티지다. 투수는 높이가 채 30cm가 안되는 그곳에서 히말라야와 같은 절대고독을 느끼기도 하지만, 높을수록 타자가 치기 힘든 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2m가 넘는 두산 니퍼트처럼 키가 큰 투수가 공을 던지면 타석에서는 마치 공이 2층에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반면 타자 입장에서는 투수가 지면으로 내려올수록 반갑다. 타격을 할 때 다운스윙, 레벨스윙, 어퍼스윙 등 여러 타격방식이 있다고 해도, 타격순간은 투수가 던진 공에 수평으로 방망이가 갖다대야 양질의 타구가 나온다. 마운드가 높으면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때 타자는 떨어지는 점을 찾아 쳐야 한다. 그러나 마운드가 낮아질수록 공의 궤적은 점이 아닌 선으로 보이고, 수평으로 타격하기가 수월해진다.
야구 초창기엔 마운드가 솟아있지 않았고 투수 박스만 그려져 있었다. 그러다가 메이저리그에서 1903년에 처음으로 마운드 높이를 15인치(38.1cm)로 규정했다. 이후 투고타저 현상이 심해지자 마운드의 높이가 낮아졌다. 결정적 계기는 1968년에 한시즌 팀 최다득점이 4.5점(신시내티), 야스츠렘스키(보스턴)이 0.301의 역대최저타율로 타격왕에 오르자 이듬해 마운드 높이를 10인치로 하향조정했다. 국내프로야구는 두차례 마운드 높이의 변화가 있었다. 1999년 타고투저가 극심해지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00년에 마운드 높이를 기존 10인치에서 13인치(33.02cm)로 올렸다. 2007년엔 반대로 투고타저 현상이 나오자 마운드 높이를 다시 10인치로 내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즉 경기시간은 투수력과 직결되는데, 마운드 높이를 올리면 자연스럽게 투수가 타자에 비해 강해진다.
그런데 마운드가 높다고 모든 투수에게 유리하지는 않다. 낮은 궤적을 그리는 언더핸드 투수는 오버핸드와 달리 마운드가 낮을수록 유리하다. 그래서 언더핸드 투수를 보유한 팀에서는 마운드가 높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어 감독이 퇴장당한 사례가 있다. 지난 1998년 7월 11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쌍방울-현대전에서 경기직전 쌍방울 김성근 감독은 마운드 높이가 10인치보다 높다며 주심에게 시정을 요구했다. 이날 현대 선발은 오버핸드 정민태였고 쌍방울은 성영재 김기덕 김현욱 등 언더핸드 투수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결국 김성근 감독은 항의를 계속 하다가 경기지연으로 퇴장당했다. 양 팀은 그해 포스트시즌에도 마운드 높이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현대 선수단이 준플레이오프를 치르기 위해 쌍방울의 홈구장인 전주를 찾았는데, 마운드가 거의 평지처럼 나즈막하게 깎여 있었다. 현대측에서는 이를 문제삼지 않았지만, 김재박 감독과 정통파 투수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