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포토]플레이오프1차전 LG 이병규, '100마일 투수라고?'
LG의 4번타자 이병규가 지난 해 넥센과의 플레이오프1차전 3회초 무사 만루서 1타점 중전적시타를 터뜨리고 있다. 이주상기자.rainbow@sportsseoul.com

이제는 4번타자답게….

지난 해부터 LG의 붙박이 4번타자로 자리잡은 이병규가 ‘변신’을 선언했다.

처음 중심타선을 맡았던 지난 해에는 상대 팀에 4번타자다운 중압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이 밑바탕이 됐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시즌 개막에 대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병규는 겉모습부터 달라졌다. 덥수룩하게 수염을 길렀고 체격도 더 당당해졌다. 인상은 터프해졌고 파워가 한층 강해진 느낌이다. 이병규가 의도한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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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기피하기로 유명한 LG 이병규가 무심한듯 능청스런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키나와(일본) |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이병규는 27일 오키나와 이시가와 구장에서 타격훈련을 마친 뒤 “원래 살이 잘 붙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의도적으로 3㎏ 정도 체중을 불렸다”고 털어놨다. 물론 타구에 힘을 더 싣기 위한 것이지만 다른 노림수도 있다. 그는 “4번타자인데 상대에게 조금 더 커보여야 위압감을 줄 수 있지 않겠나. 몸집을 불리기 전에도 파워는 자신있었다”고 말했다. 상대 투수들이 전형적인 거포들에 비해 체격이 작은 편인 그를 절대로 만만하게 보지 못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병규는 “수염은 지난 해 플레이오프 때부터 기르기 시작했는데 방망이가 잘 맞으니까 계속 기르고 있다. 강해보이고 싶어서 시즌 중에도 조금씩 다듬어가면서 계속 기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기싸움에서부터 상대 투수를 누르고 들어가겠다는 의미다.

속도 단단해졌고 자신감과 여유도 넘쳤다. 평소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꺼리는 편이었지만 이날은 느긋하게 농담까지 주고 받으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병규는 “그동안은 인터뷰도 잘 하지 않았고 조금 움츠려 있었는데 지난 해 4번타자를 맡으면서부터 생각을 바꿔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언제까지 야구를 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기회를 잡았을 때 마음껏 해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SS포토]포스 넘치는 LG '작뱅' 이병규의 워킹!
지난 달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으로 들어서는 이병규의 모습에서 터프가이의 진한 향기가 풍겨난다.인천국제공항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지난 해의 경험이 이병규를 한층 성장하게 했다. 이병규는 “4번타자라는 점을 의식하면 부담이 되는데 그러면 더 욕심을 내게 되고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타이밍이 맞는데도 계속 파울만 나오더라. 그래서 이제는 편하게 치려고 한다. 어차피 못하면 내 책임 아닌가. 내가 조바심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LG의 4번타자는 아무래도 홈런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는 “지난 해 유난히 잠실구장에서 펜스에 맞는 타구가 많았다. 다른 구장에서는 빗맞아도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잠실에서는 잘 맞은 타구도 잡히곤 한다. 빗맞은 타구가 홈런이 되면 떨어졌던 타격감이 확 살아나는데 잘 맞은 타구가 잡히면 타격감이 뚝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다른 구장에 갔을 때 홈런을 많이 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여유를 보였다.

이병규는 “지난 해에는 초반에 1할대 타율로 시작했고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런 결과가 나와서 짜증이 났다. 그러다 타격 폼을 바꾼 뒤부터 잘맞기 시작했다. 스탠스를 넓게 서는 편이었는데 거의 두 다리를 붙이다시피 모아놓고 스트라이드를 했더니 공을 끝까지 볼 수 있게 됐다”면서 “나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 훈련을 많이 해서 극복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잘 맞았을 때의 느낌을 살려가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해 후반기의 느낌을 올 시즌에도 고스란히 이어가겠다는 의지와 자신감의 표현이다.
오키나와(일본) | 박현진기자 ji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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