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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백 마디 말이 필요 없다. 그는 축구로 보여줬다.
‘슈틸리케호’ 주장 기성용을 두고 하는 얘기다. 그는 2007년 올림픽 대표팀에 승선했을 때부터 이런 저런 구설수에 올랐던 선수다. 미니 홈피와 SNS 등으로 적지 않은 논란도 남겼고, 그래서 그에게 비호감을 갖는 팬들도 꽤 있다. 하지만 최근엔 그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이들도 실력 만큼은 인정하고 있다. 짧게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멀게는 7년 뒤 카타르 월드컵까지 그가 한국 축구를 위해 활약해야 한다는 점에 이견을 다는 사람들은 드물다.
태극전사들이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싸운 오만전이 기성용 진가를 확인한 장이었다. 오만전은 이겨야 본전이었다. 비기기라도 하면 큰 타격을 입는 경기다. 오만전이 끝난 뒤 선수들 모두 “못 이길까봐 심리적으로 크게 부담이 됐다”고 고백했다. 그런 상황에서 경기를 풀어주고 활로를 열어젖힌 이가 바로 기성용이었다. 그는 오만 선수들이 중앙 수비수만 3명을 세운 수비 중심의 5-4-1 포메이션을 꺼내들자 수비수 바로 앞까지 내려간 뒤 정확도 높은 중거리 패스를 오만 수비라인 뒷 공간에 떨어트렸다. 이에 오만 미드필더들은 기성용의 패스를 차단하기 위해 좀 더 앞쪽으로 나왔고, 그러면서 미드필드와 수비라인 사이가 벌어졌다. 전반 종료 직전 나온 구자철의 돌파와 조영철의 골은 오만 선수들간 간격이 벌어진 틈을 타 나온 것이었다. “상대가 밀집수비로 나오면 침착하게 기다리면서 벽을 허물겠다”던 기성용의 다짐과 실력이 결승골 숨은 원동력이었다.
기성용은 이날 경기에서 무려 96%의 패스성공률을 기록해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90분간 총 97번 볼을 잡아 김진수에 1개 뒤진 2위였고, 패스는 87개로 1위였다. 그가 결장했던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대표팀이 중원 싸움에 밀렸던 것과 비교하면 기성용의 존재감이 확실히 드러난다. 여기에 주장 완장을 찬 것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더해주는 계기가 됐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도 “기성용은 주장을 달았을 때 더 헌신하고 잘 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이제 쿠웨이트와의 2차전(13일)이 다가왔다. 오만처럼 밀집수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쿠웨이트를 기성용은 어떤 플레이로 공략할 수 있을까.
캔버라(호주) | 김현기기자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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