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법 유통 사이트 3곳 서버 폐쇄·2명 소환 조사

피해 웹툰 70%가 한국 저작물

업계 추산 연간 피해액 약 2072억 원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핵심 지식재산권(IP)으로 자리 잡은 ‘K-웹툰’의 빛나는 성과 이면에는 항상 ‘불법 유통’이라는 짙은 그림자가 존재해왔다. 하지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베트남 공안부의 국제공조 수사를 통해 거대 글로벌 불법 웹툰 유통 사이트 3곳이 완전히 폐쇄되며, K-콘텐츠 저작권 보호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웹사이트 단속을 넘어, 민관 협력과 국가 간 수사 공조가 결합된 모범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숫자로 증명된 심각성…서구권 겨냥한 불법 번역의 폐해

이번에 적발된 사이트들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2023년 1월부터 운영된 이 3개의 사이트는 연간 방문자 수 합산 11억 5000만 명을 기록하며 글로벌 불법 웹툰 유통망에서도 최상위권에 자리하고 있었다. 더욱 뼈아픈 사실은 이곳에서 불법 유통된 웹툰 1만 4700여 건 중 무려 70%가 한국 작품이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한 업계 추산 연간 피해액만 약 2072억 원에 달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이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 이용자를 타깃으로 삼아 K-웹툰을 영어로 무단 번역해 배포했다는 것이다. 과거 불법 유통이 주로 국내나 아시아권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K-웹툰의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서구권 타깃의 맞춤형 범죄로 진화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글로벌 시장의 질서를 교란하고 창작자들의 수익을 직접적으로 강탈하는 치명적인 행위다.

◇ 민간의 데이터와 정부의 실행력…‘퍼펙트 공조’의 완성

이번 검거 작전의 가장 큰 의의는 초기 단계부터 철저하게 기획된 ‘민관 및 국제 공조’에 있다. 과거 해외에 서버를 둔 불법 사이트는 운영자 특정이 어렵고 해당 국가의 수사 협조를 이끌어내기 힘들어 사실상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네이버웹툰과 한국저작권보호원 등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밀착 협력해 초기 증거를 확보하고 피의자를 특정하는 데이터 분석 역량을 발휘했다. 이를 바탕으로 문체부는 인터폴 국제공조수사(I-SOP) 채널을 가동하고, 베트남 공안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외교적·행정적 실행력을 더했다. 결과적으로 베트남 현지의 ‘지식재산권 특별단속기간’과 맞물려 피의자 소환 조사와 서버 전면 압수라는 실질적인 폐쇄 조치로 이어질 수 있었다.

◇ 남겨진 과제: 일회성 단속 넘어 지속 가능한 방어망 구축으로

이번 한-베트남 국제공조는 매우 성공적인 선례를 남겼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불법 유통 사이트들은 단속을 피해 도메인을 수시로 변경하거나 제3국으로 서버를 이전하는 이른바 ‘풍선 효과’를 노리며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번 성공 사례를 모델 삼아, 베트남뿐만 아니라 여러 국가와의 수사 협조망을 다각화하고 인터폴과의 상시 공조 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또한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해 불법 복제와 유통을 실시간으로 적발하고 차단하는 기술적 방어망 고도화도 필수적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 역시 “이번 사건은 ‘K-콘텐츠’의 해외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기 위한 민관협력 및 국제공조의 성공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앞으로도 ‘K-콘텐츠’ 불법유통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해외 저작권 보호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여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베트남 서버 폐쇄 작전의 ‘매운맛’이 전 세계 불법 유통업자들에게 강력한 경고장이 돼, 창작자의 땀방울을 지키는 든든한 방어벽의 시작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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