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심리학자 제시카 고메즈 “정신·신체 건강 같은 선상”

자아 형성 시작 시기부터 정신건강 교육해야 ‘평생 재산’

결과중심 경쟁 사회, 목표달성 실패하면 버팀목 사라져

노르웨이·영국·호주 등 세계 각국 ‘스포츠=정신건강’

국민주권정부가 출범 1주년을 맞이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를 통해 이재명 정부 출범 1주년 주요 성과를 공개했다. 불법 비상계엄 등으로 무너진 민주주의 가치를 회복하고, 코스피 수직 상승과 수출 호조 등 경제 재건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방정부 발전을 위한 각종 제도와 정책 등도 주목할 만한 성과다. 그러나 청와대나 문체부 모두 출범 1년이 다 되도록 이렇다 할 체육 정책 하나 내놓지 않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스포츠정책이 단순한 체력단련이 아닌 정신건강 강화 등 복지정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유를 짚는다. 해외 사례뿐만 아니라 전문가 인터뷰 등 총 세 차례에 걸쳐 현실을 짚고 대안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뛰어노는 건 아이들의 권리. 이 권리를 보장하는 건 국가의 책무!”

높은 청소년 자살률을 예방할 방법으로 올바른 스포츠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의문부호를 다는 사람들이 있다. 강박이나 스트레스 등은 심리적인 부분인데 신체 활동과 어떤 연관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이다.

최근 미국 텍사스주 맥키니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서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 대회는 해마다 2000만달러(약 310억4800만원) 이상 후원금을 모집해 상금과 운영비 등으로 사용한다. 이 중에서 400만달러(약 60억3000만원)를 모멘터스 인스티튜트라는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이 단체는 대회를 주관하는 댈러스 세일즈맨 클럽이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 강화를 위해 설립했다. 100년이 훌쩍 넘은 단체로 매년 1만2000회 이상 도움이 필요한 아동과 그 부모에게 심리치료나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임상심리학자이자 모멘터스 인스티튜트 이사장인 제시카 고메즈 박사는 “댈러스 일대에서 시작한 이 사업이 이제는 전 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가능한 이른 시기에 정신건강에 관해 교육받으면 평상 잘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대를 거쳐 축적한 노하우로 ‘3세부터 11세까지’를 주 교육대상으로 삼았다.

고메즈 박사는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세 살 때부터 정신건강을 가꾸는 법, 좋은 관계를 맺는 법,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가르치면 효과가 평생 이어진다. 30년간 추적 연구로 얻은 결과”라며 “이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고교 졸업률이 높았고 정신건강 지표도 더 좋았으며, 평생 소득도 26%나 높았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 지표 향상에 도움을 주는 교육에 예체능을 빼놓을 수 없다. 고메즈 박사는 “스포츠나 악기 연주, 미술 등은 모두 하나의 놀이”라며 “예체능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아서 뇌의 여러 부분을 함께 발달시킨다. 학교에서 수학 과학 등을 가르쳐야 하는 건 맞지만, 예체능을 없애면 절대 안 된다. 예체능은 아이를 온전하고 균형 잡힌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한 고메즈 박사는 “아이든 어른이든 기본적으로 ‘잘 놀고, 잘 먹고, 자연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부나 운동, 예술활동 모두 아이들에게는 이기는 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어야 한다. 아이들의 정체성이 ‘이기는 것’이라는 하나의 목표에만 묶여있으면, 목표 달성에 실패했을 때 무너진다.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신과 신체 건강을 하나의 카테고리로 두고 특히 어린이의 신체활동을 장려하는 건 다른 나라에서는 일반적인 시각이다.

노르웨이에는 ‘아동 스포츠 권리 헌장’이 있다. 만 9세 이하 어린이들은 순위나 경기 결과 집계를 법으로 금지했다. 이기는 것보다 함께 뛰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이다. 덕분에 노르웨이 청소년의 스포츠 참여율은 93%에 달한다. 스포츠 강국인 이유다.

영국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엄청나다. 2025~2026학년도 초등학교 스포츠 프리미엄 예산만 3억2000만파운드(약 6502억원)다. 학교에 직접 지원한다. 학교는 체육을 최소 주당 2시간 이상 편성해야 하고, 매일 60분 이상 신체활동을 하도록 한다. 체육이 학업 성취도를 높인다고 믿기 때문이다.

호주나 덴마크, 독일 등도 만만치 않다. 호주는 자녀 1인당 연 2회 바우처를 지급해 스포츠·예술 수업 비용으로 쓸 수 있게 한다. 덴마크는 스포츠 클럽에 보조금을 지원하는데, 어린 회원이 많을수록 더 많이 준다. 독일 또한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에게 스포츠클럽 회원비 15유로를 매월 지급한다. 기초생활 영역에 스포츠가 포함된 형태다.

선진국은 아이들이 숨 쉴 운동장을 지키고 있다. 위기 예방법이다. 각국 청소년 자살률만 높고 봐도 답은 나와 있다. 스포츠 정책은 단순한 체육행정이 아니다. 아이를 살리는 일이다. 이들이 살아야 미래도 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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