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에 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며 4대 주주(지분율 6.55%)로 올라섰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보유 지분을 인수한 이번 ‘초대형 동맹’은 전통 금융과 가상자산 업계의 경계를 허무는 ‘빅뱅’이다. 핀테크 제휴를 넘어 은행이 직접 블록체인 인프라를 내재화하겠다는 의지이자,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맞서 미래 금융 패권을 쥐겠다는 강력한 포석이다.
하나금융의 청사진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블록체인 기반 외화송금망’ 상용화다. 두나무의 자체 망 ‘기와체인’을 활용해 수수료 절감과 실시간 정산을 이뤄내며 외국환 1위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둘째, 원화 스테이블코인(KRW-SC) 생태계 선점이다.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흐름에 발맞춰 민간 차원의 화폐 혁명을 주도할 계획이다. 셋째, 디지털 자산 융합형 ‘종합자산관리(WM)’ 탄생이다. 펀드·신탁 운용 노하우에 업비트 데이터를 결합, 예적금부터 비트코인까지 아우르는 초개인화 포트폴리오를 제공해 신흥 부유층을 포섭한다.

하나금융의 선제공격에 금융권은 술렁이고 있다. 가장 다급해진 곳은 시중은행들이다. 과거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내어주던 위치에서 이제는 블록체인 인프라를 직접 장악해야 하는 생존 경쟁에 내몰렸다. KB국민, 신한, NH농협 등 주요 은행은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에 대비해 합작법인을 통한 ‘디지털 자산 수탁(Custody)’ 사업 고도화에 나섰다. 예금 토큰화 기술을 통해 기존 수신고를 블록체인으로 옮기는 작업도 한창이다. 하나금융의 행보는 타 은행의 자체 블록체인 개발과 거래소 지분 섞기 경쟁을 촉발할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증권업계 움직임도 긴박하다. 증권사들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넘어 부동산, 미술품 등을 디지털화하는 ‘토큰증권(STO)’ 시장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사들은 STO 컨소시엄을 꾸리고 조각투자 플랫폼을 고도화하며 차세대 MTS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또한 해외 가상자산 현물 ETF 보편화에 맞춰, 국내 규제 해소 즉시 관련 상품을 출시할 수 있도록 내부 운용 데스크도 재편 중이다.

하나금융그룹 함영주 회장은 “국내 디지털 자산 산업이 글로벌 선도 수준으로 도약하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내수 시장에 갇힌 한국 금융의 한계를 돌파하겠다는 승부수를 띄웠다. 글로벌 스탠더드인 가상자산 주도권을 쥐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1조 원 베팅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번 혈맹은 금융과 IT 융합을 넘어 ‘자산 본질의 디지털 전환’을 알리는 거대한 신호탄이다. 막대한 자본이 움직인 이상 경쟁 지주사들의 M&A와 전략적 투자 시계바늘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돌아갈 것이다. 새로운 금융 문법을 누가 먼저 완성하느냐에 따라 10년 뒤 금융 권력이 완전히 재편될 것이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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