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년 만에 거래 재개됐지만…‘유테크’ 시절 무자본 M&A 악몽 여전
- “2억 투자금이 3천만 원으로”…뼈아픈 무상감자의 늪, 소액주주 희생양
- 상장 유지 껍데기 지키려 투자자 고혈 짜내…코스닥 시장의 구조적 맹점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코스닥 상장사 일월지엠엘(구 유테크)이 약 4년 간의 기나긴 거래 정지라는 어두운 터널을 마침내 빠져나왔다. 하지만 시장의 환호 대신 곳곳에서 짙은 탄식과 분노가 터져 나오고 있다. 소액주주들의 깊은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 ‘기업사냥꾼’과 심지어 조직폭력배까지 개입하며 철저히 망가졌던 회사는, 전기·온수매트 전문기업으로 잘 알려진 ‘일월’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며 사명을 바꿨다. 그러나 이른바 ‘상장 프리미엄’이라는 껍데기를 지키고 거래를 재개하기 위한 뼈아픈 재무구조 개편 과정에서, 개미 투자자들은 막대한 금전적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만 했다. 상장 폐지라는 최악의 위기는 넘겼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월지엠엘의 전신인 유테크는 과거 전형적인 무자본 M&A(인수합병) 세력의 표적이 되며 심각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온상이 되었다. 불법 자금이 무분별하게 유입되고, 잦은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으로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는 끊임없이 희석되었다. 급기야 경영진의 대규모 횡령과 배임 사건마저 연이어 터지면서 회사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결국 2021년 3월 주식 매매 거래가 전면 정지되며 수많은 소액주주들의 피 같은 돈은 시장에 묶여버렸다. 이후 일월이 벼랑 끝에 몰린 회사를 인수하며 자본잠식을 해소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대규모 ‘무상감자’의 칼을 여러 차례 빼들었다. 감자가 단행되면서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그야말로 휴지조각처럼 쪼그라들었다. 재무제표상의 숫자는 마술처럼 깨끗해졌을지 몰라도, 그 이면에는 소액주주들의 피눈물이 짙게 배어 있는 셈이다.
실제 유테크 시절부터 이 회사에 장기 투자해 온 한 소액주주는 “4년 가까이 피 말리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거래 재개만 기다렸다”며 “하지만 2억 원이 넘던 투자금이 몇 번의 뼈아픈 무상감자를 거치고 나니 이제 겨우 3000만 원 남짓 남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회사가 살아났다고 해서 내 자산도 살아난 것은 아니었다. 차라리 상장 폐지가 되어 청산 가치라도 배분받는 것이 나았을지 모른다는 자괴감마저 든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초 거래가 재개되었음에도 주가가 2500원 안팎의 좁은 박스권에 갇혀 횡보하고 있어, 주주들의 원성은 이미 극에 달한 상태다.

이러한 일월지엠엘의 사태는 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한계기업들이 코스닥 ‘상장 프리미엄(껍데기)’을 유지하거나 비싼 값에 매각하기 위해 무상감자로 재무구조만 임시방편으로 맞추는 꼼수가 시장에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은 철저히 배제되고 자본을 사실상 몰수당하다시피 하지만, 정작 부실을 초래한 세력이나 이를 헐값에 인수한 새 주주들만 이득을 보는 구조적 한계가 여전하다”고 강하게 꼬집었다. 우회상장이나 껍데기 장사를 위한 도구로 전락한 코스닥 시장의 안타까운 현주소다.
시장 논리라는 미명 하에 소액주주를 희생양 삼아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 기업’의 부활이 과연 진정한 자본시장의 생태계에 부합하는지, 금융당국의 뼈아픈 자성과 실효성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에 대해 본지는 일월지엠엘 측의 입장과 향후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을 듣기 위해 회사 고위 관계자와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닿지 않았다. socool@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