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상식을 내려놓는 순간 영화는 비로소 본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교생실습’은 이해하려 들수록 멀어지고, 받아들이는 순간 가까워진다. 익숙한 학원물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은 예측 불가능한 ‘B급 병맛’ 감성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냥 느끼면 된다.

‘교생실습’은 2024년 개봉한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의 후속편이자 김민하 감독의 차기작이다. 수능 귀신에 맞서 죽음의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 교생 은경(한선화 분)과 흑마술 동아리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하이스쿨 호러 코미디다.

영화는 모교로 부임한 은경의 시점에서 출발한다. 평범한 교생 실습을 기대했던 그 앞에 범상치 않은 세 제자 아오이(홍예지 분), 리코(이여름 분), 하루카(이화원 분)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흑마술 동아리 소속인 이들은 “이다이나시(유선호 분)를 모시기 때문에 전국 모의고사 1등을 유지한다”는 기묘한 논리를 펼친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관객의 예측을 과감하게 배반한다. 은경은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 정체불명의 존재 이다이나시에 맞서기로 결심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일반적인 ‘퇴마 서사’로 흘러가지 않는다. 10대 여고생들이 400년 된 일본 사무라이 귀신과 맞선다는 설정부터가 이미 상식을 비껴간다.

‘교생실습’의 가장 큰 특징은 이 지점에 있다. 이야기의 개연성을 따지기보다 그냥 리듬을 따라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학업 스트레스와 무너진 교권 같은 현실적인 소재를 건드리는 듯하다가도, 곧바로 귀신과 괴담, 그리고 엉뚱한 유머로 방향을 튼다. 진지함과 장난스러움이 뒤섞인 채 끊임없이 리듬을 바꾸며 관객을 흔든다.

그 과정에서 영화는 은근한 메시지도 던진다. 일본 사무라이 귀신 이다이나시를 둘러싼 설정에는 ‘국뽕’에 가까운 요소들이 녹아 있다. 다만 이를 무겁게 전달하기보단 철저히 유머와 과장 속에 녹여냈다. 이른바 ‘병맛’의 재미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예측 불가능한 전개다. 언어·수리·외국어 등 과목마다 등장하는 개성 강한 귀신들, 허를 찌르는 장면 전환, 그리고 피식 웃음을 유발하는 퀴즈 귀신의 아재 개그까지 장면 하나하나가 다음을 쉽게 짐작할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관객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간다’기보다 ‘끌려간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중심에는 한선화가 있다. 능청스러운 코미디 연기의 1인자답게 특유의 에너지로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잡는다. 한선화는 학원물과 호러물의 간극을 능청스럽게 넘나들며 황당한 설정을 자연스러운 웃음으로 바꿔낸다.

다만 ‘교생실습’은 철저히 취향을 타는 영화다. 정교한 서사나 논리적인 전개를 기대한다면 당황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극 중 은경의 은사님(김현 분)도 “더 이상의 개연성은 묻지 마”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B급 감성과 ‘병맛’ 코드, 그리고 예측을 비껴가는 유머를 즐길 수 있다면 충분히 새로운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오는 13일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두고 CGV에서 단독 개봉한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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