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사랑은 동경에서 시작되나, 사랑을 유지시키는 건 공감이다.
MBC에브리원·E채널 ‘돌싱N모솔’이 연애 프로그램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연애의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돌싱녀’와 연애 경험이 전무한 ‘모솔남’의 만남이라는 파격적인 설정이다. 연애의 양극단에 서 있는 이들을 한 공간에 배치하며 기존 연애 프로에서 볼 수 없던 묘한 몰입감을 만들어낸다.
‘돌싱N모솔’이 주는 재미의 근간은 ‘관계’에 있다. 모솔남들의 서툰 행동이 때로는 탄식을 자아내지만, 프로그램은 이를 가학적인 조롱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대신 인간관계의 본질에 집중한다. ‘연애’라는 사회화 과정에서 소외됐던 모솔남들이 여성 앞에서 겪는 시행착오는 조금 더 넓은 시각에서 바라보면 우리 모두가 겪는 ‘관계의 어려움’과 닮아있다.
고깃집 데이트에서 고기조차 굽지 못하고 말도 못 붙이다가 끝내 여성에게 계산까지 맡기는 이들의 모습은 사회적 매너의 관점에서는 명백한 실격이다. 하지만 이후 모솔남들이 말 한마디를 건네기 위해 긴장된 채 질문을 고르고, 정성껏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투박한 모습은 ‘관계의 노력’으로 비친다.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세련된 기술보다, 관계를 맺고자 하는 진심이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두드린다.

모솔남들의 미숙함을 완성하는 것은 돌싱 여성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유연함이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이혼까지, 사랑의 시작과 끝을 모두 통과해온 이들이 남성 출연자를 대하는 태도는 ‘관계의 성숙함’ 그 자체다. 상대의 외적인 조건이나 연애의 능숙함에 집착하기보다, 그 이면의 미숙함을 읽어내며 모솔남들이 차분하게 다가올 시간을 벌어준다.
이러한 태도는 연애가 궁극적으로는 이해와 포용의 과정임을 보여준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여성들의 성숙한 인성은 자칫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에도 진정성을 확보하게 하는 핵심 요소다. 다른 남성 출연자로부터 불편한 영어 질문을 받은 한 모솔남에게 한국어로 대답해도 괜찮다고 다독이는 여성 출연자의 장면이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돌싱N모솔’은 ‘관계의 공감’에 이르는 여정이다. 가장 매력적인 이성을 누가 쟁취하는지 보여주는 서바이벌이 아닌, 각각의 이유로 소통이 서툰 인물들이 타인과 마음을 나누는 법을 익히는 성장기다.

반면 동시간대 방영 중인 채널A ‘하트시그널5’는 과거의 성공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하트시그널’ 시리즈가 큰 인기를 끌었던 2010년대 후반은 대중이 미디어를 통해 ‘워너비 라이프’를 소비하며 대리 만족을 느끼던 시기였다.
하지만 장기적인 경기 침체가 고착화된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연예인급 비주얼의 출연자들이 화려한 ‘시그널 하우스’에서 세련된 취미를 향유하는 모습은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닌 그들만의 세상이다.
이미 시청자들은 ‘나는 솔로’ ‘돌싱글즈’ ‘환승연애’ 등 수많은 연애 프로그램을 통해 사랑의 과정이 마냥 우아하지만은 않다는 현실을 학습했다. 질투와 포기, 원망과 화해까지, 날것의 감정이 뒤섞인 사랑의 민낯을 충분히 목격했다. 대중의 눈에 ‘하트시그널5’의 지나치게 정갈한 공간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이 잘 포장된 장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대중은 이제 완성된 형태의 사랑보다 삐걱거리고 부딪히며 조금씩 나아가는 관계의 과정에 훨씬 더 몰입한다. ‘하트시그널’이었다면 출연조차 어려웠을 듯한 ‘돌싱N모솔’의 사랑이 시청자들을 끌어당기는 힘 역시 ‘공감’에 있다. 누군가는 출연자의 상처에 자신을 투영하고, 혹자는 그들에게서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는다. 어쩌면 소통의 장벽에 가로막힌 지금 시대에 우리는 ‘돌싱N모솔’을 통해, 그 벽 너머에 여전히 존재하는 ‘관계의 환희’를 목격한 것일지도 모른다. roku@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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