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비수기’로 불리던 봄 극장가와 OTT 시장이 뜻밖의 공포물로 달아오르고 있다. 영화 ‘살목지’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리고’가 이른 시기부터 납량 특집 흥행을 이끌며 공포 장르의 저력을 다시 입증하고 있다.

영화 ‘살목지’는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지난 4일 누적 관객 수 272만8017명을 돌파했다. 2018년 개봉작 ‘곤지암’의 기록을 넘어선 수치로, 국내 공포 영화 박스오피스 역대 2위에 해당한다. ‘살목지’는 역대 공포 영화 흥행 1위인 ‘장화, 홍련’(2003, 누적 314만)의 고지만을 남겨두고 있다.

특히 ‘살목지’의 흥행 기록은 ‘곤지암’ 이후 약 8년 만에 쓰인 새로운 기록이다. 침체기를 겪던 한국 공포 영화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개봉 이후 하락세 없이 꾸준한 관객 유입을 이어가며 장기 흥행 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수관 포맷을 이용한 ‘체험형 공포’라는 새로운 관람 트렌드를 제시하며 기존 장르 영화와 차별화된 몰입감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관객들이 단순히 영화를 ‘보는 것’을 넘어 ‘겪는 것’에 가까운 경험을 하도록 설계된 연출이 입소문을 탔다. 현재 ‘슈퍼 마리오 갤럭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 등 경쟁작 속에서도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작품 속 배경인 실제 ‘살목지’를 관광지처럼 방문하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일명 ‘살리단길(살목지+리단길)’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OTT에서도 공포 장르의 기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기리고’는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 기준 사흘 만에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3위를 기록했다. 한국을 포함한 13개국에선 1위에 올랐다.

‘기리고’는 전소영, 강미나, 백선호, 현우석, 이효제 등 신예들을 앞세웠음에도 공개 이후 약 28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며 글로벌 TOP10 비영어 쇼 4위에 올랐다. 한국을 비롯해 멕시코,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아랍에미리트, 터키 등 37개국 TOP10 리스트에 안착하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기리고’는 소원을 이뤄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둘러싼 저주라는 설정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 맞는 공포를 풀어냈다. 익숙한 일상 속 기술이 공포의 매개로 변하는 순간을 포착하며 젊은 시청자층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10대 서사와 오컬트 등을 결합해 장르적 자극과 몰입도를 끌어올린다는 평가다.

그동안 공포물은 무더위를 식히는 ‘납량 콘텐츠’로 자리 잡으며 오랜 시간 여름 극장가와 안방극장의 단골 흥행 장르로 사랑받아왔다. ‘살목지’와 ‘기리고’는 조금 이른 시기에 공개됐음에도 ‘체험형 공포’라는 차별화된 전략으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살목지’가 공간과 체험을 통해 현실형 공포를 확장했다면, ‘기리고’는 디지털 환경과 결합해 일상 침투형 공포를 완성했다. 여기에 입소문을 기반으로 한 홍보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빠른 콘텐츠 소비 구조가 시너지를 냈다.

계절을 앞당긴 ‘이른 납량 특집’ 속에서 ‘살목지’와 ‘기리고’는 각각 극장과 OTT에서 공포의 새로운 흥행 공식을 써 내려가고 있다. sjay0928@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