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냉정한 손절’과 두산의 ‘절실한 베팅’, 트레이드 뒤에 숨은 함수관계

최다 안타의 전설, 1억 원의 자존심을 씻어낼 마지막 기회

야구판은 비정하다. 어제의 전설도 오늘의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짐을 싸야 한다. 통산 최다 안타 기록 보유자 손아섭의 두산행은 KBO리그의 냉혹한 현실과 베테랑의 생존 본능이 교차한 사건이다.

◇ ‘307억’ 노시환의 그늘에 가려진 ‘1억’ 손아섭

한화가 노시환에게 307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다년 계약을 안기며 미래를 약속할 때, 손아섭은 단돈 1억 원에 도장을 찍으며 백의종군했다. 시범경기에서 맹타를 휘둘렀음에도 ‘슬롯이 없다’는 이유로 짐을 싸야 했던 그에게, 이번 트레이드는 단순한 이적이 아닌 ‘생존권 쟁취’다. 안우진이 160km로 화려하게 복귀하고 노시환이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는 격변 속에서, 손아섭은 ‘조용한 반란’을 준비해왔다.

◇ 두산이 손아섭에게 바라는 것: 안타 그 이상의 ‘독기’

두산 타선은 개막 이후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다. 젊은 타자들에게 부족한 ‘해결사 본능’과 ‘끈질긴 승부욕’이 절실했다. 손아섭은 바로 그 지점에서 최적의 카드다. 비록 전성기의 기동력은 줄었을지언정, 공 하나에 온몸을 내던지는 그의 독기는 정체된 두산 더그아웃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 전망이다.

◇ 한화의 과제: 떠난 베테랑의 예우와 이교훈의 성장

한화는 실리를 챙겼다. 활용도가 낮아진 베테랑을 보내고 귀한 자원인 군필 좌완 이교훈을 얻었다. 하지만 팬들은 씁쓸하다. 상징적인 선수가 팀의 미래를 위해 너무나 쉽게 소모됐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제 공은 이교훈에게 넘어갔다. 그가 한화 불펜의 핵심으로 성장해야만 이번 트레이드는 ‘윈-윈’으로 기록될 수 있다.

잠실벌은 넓다. 하지만 손아섭의 안타가 떨어질 곳은 충분하다. 1억 원의 연봉이 주는 무게보다, 가슴 속에 품은 증명에 대한 열망이 더 무거운 안타 왕의 제2의 야구 인생을 주목해 본다. whtie2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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