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공포를 피하기보다 즐기는 시대다. 괴담과 귀신 스폿으로 이름을 알렸던 ‘살목지’가 동명의 영화 흥행과 함께 이제는 뜻밖의 체험형 관광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8일 개봉한 ‘살목지’는 로드뷰에 포착된 정체불명의 형체를 쫓아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물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존재와 마주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공포 영화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살목지’는 개봉 7일 만인 14일 오전 기준 손익분기점인 누적 8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올해 개봉작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이다. 공포 장르 특성상 관객층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눈에 띄는 성과다.

흥행만큼이나 흥미로운 건 관객들의 후일담이다. 단순히 영화를 관람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영화 속 공간을 직접 찾아 나서고 있다. 실제 배경이 된 살목지는 충청남도 예산군에 위치한 저수지로, 낚시 명소인 동시에 ‘물귀신’ 괴담으로 입소문을 타온 곳이다.
이미 ‘공포 스폿’으로 화제를 모았던 공간에 영화가 더해지자 관객들의 호기심이 자연스럽게 발걸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한밤중 ‘살목지’를 찾았다는 인증 글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보다 귀신이 활발해진다는 심야 시간대에도 내비게이션 앱 ‘티맵’ 기준 약 100대에 가까운 차량이 몰렸다는 후기가 공유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살목지’의 관광지화는 하나의 콘텐츠로 재해석되고 있다. 마니아층이 두터운 공포 장르 특성상 이를 즐기고 소비하는 방식이 되는 모습이다. 과거라면 기피 대상이었을 괴담의 장소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가 활발해지며 인증샷을 남기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덕분에 ‘-리단길’ 유행을 빗댄 ‘살리단길’이라는 별칭까지 등장하며 하나의 문화적 ‘밈’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영화 역시 이러한 흐름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 ‘살목지’는 360도 파노라마 카메라와 물속 공포라는 시각적 장치를 결합해 기존 공포물과 차별화를 꾀했다. 관객이 단순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을 넘어 공간 자체를 체험하는 듯한 감각을 제공한 점이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살목지’의 성공은 단순한 흥행 이상의 의미다. 과거 마니아 장르로 여겨지던 공포물이 대중성을 확보했다는 의미도 지닌다. 더불어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2차 콘텐츠’를 생산하는 구조까지 만들어내며 작품의 순환 구조가 완성됐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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